무서운데 말이 안 나오네

매미

by 인드라망



홍수가 범람하는 장면을 보고 불안과 걱정에 휩싸였던 공포는 강렬했다. 뉴스에서는 태풍으로 미친 듯이 쏟아진 비 때문에 전국에서 물난리가 났다고 보도했다. 집안에 가득 찬 물을 바가지로 밖에다 퍼내는 모습, 거센 물살에 가구들이 떠내려가는 모습, 길가와 도로에 큰 나무들이 뿌리 채 뽑혀서 널브러져 있는 모습, 자동차가 반틈 아래까지 물에 잠긴 모습.


이상했다. 우리 집 밖은 해가 쨍쨍하고 며칠 전에 비도 별로 안 왔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평화로웠다. 큰일이다. 곧 우리 집에도 홍수가 나고 큰 비가 와서 우리들을 집어삼킬 것이었다. 죽는 게 뭔지는 몰랐지만 저런 걸 만나면 죽을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웠다. 도망가야 해.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왜 그래 인석아?”
같이 티비를 보던 사촌누나가 이상했는지 옆에 있던 내게 말했다.
우리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럴 때가 아니야. 저렇게 될 거야! 다 죽을 거라고! 빨리 도망가야 해.
“얘 왜 이러지? 화장실이 급한가?.” “이모! 이모한테 가봐.”
사촌누나들은 나의 등을 떠밀며 우리 엄마에게 가보라고 말했다.


엄마는 고무장갑을 낀 채 거실로 나왔다.
“응? 왜 그러니?” 엄마는 친절하게 말했다.

무서워 엄마, 홍수가 날 거야! 도망가야 해!
우리 이러다 다 죽어! 나 너무 무서워!


“화장실이 급하니? 응? 왜 그래? 어어어 왜 울까. 어이구 누가 우리 아기 울렸어. 괜찮아 괜찮아.”
엄마는 우는 나를 들어서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



도저히 말이 안 나왔다. 무서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나는 아직 몰랐다. 생각을 말로 바꾸는 능력도 아직 서툴렀을 것이다.
“얘들아 우리 인석이 왜 이러니?” 엄마는 누나들이 있는 방을 향해 외쳤다.
“모르겠어요….” 누나들은 의아해했다.
나는 무서워서 계속 울었다. 우리 모두 도망쳐야 한다고!
울고 나니까 덜 무서워졌다.


내일이 돼도 비는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평화로웠다. 지금까지도 우리 동네엔 홍수가 난 적이 없다. 그날의 공포는 그날 후로도 한 달 정도 지속되었다. 내가 네댓 살 됐을 때였나 그랬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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