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의 흔한 풍경

by 인드라망


남자 중학교는 사바나 초원이다. 야생 그 자체였다. 나는 당시에 그런 생활이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정신 나간 놈들이 한가득이었다.



여름이면 체육이 끝난 아이들은 곧바로 책상 위로 올라서서 천장에 달린 에어컨 바람을 직방으로 쐬었다. 열 명쯤 되는 애들이 웃통을 벗고 옹기종기 모여 있고 난리였다. 그러고서 얼린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여름에 얼음물을 준비해오는 게 우리끼리의 유행 같은 거였다. 아니면 팬티바람으로 복도를 막 뛰어다니거나.




우리 학교는 앞 건물과 뒷 건물로 크게 나뉘었는데 그 사이엔 주차장이 있었고 수돗가가 있었다. 그곳은 여름에 핫플레이스다. 운동하고서 땀이랑 먼지를 씻어내고 대걸레를 적시는 곳이었지만 또한 최적화된 물놀이장이기도 했다.




등목을 하는 애들이 있었고 긴 호스로 물을 뿌리면서 약을 올리는 애들도 있었다. 그리고 손으로 깍지를 껴서 물줄기를 날려댔다. 옆에 주차돼 있는 교사들의 차량들에 물이 마구 튀었다. 언제는 담임들이 물놀이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애들이 선생에게 맞는 풍경은 흔했다. 나무 막대기 같은 걸로 말이다. 선생마다 무기도 제각각이었는데 개성이 있었다. 죽도, 목검, 죽비, 효자손, 장구채, 단소, 자 등이 있었다. 나는 한문에게 채로 손바닥 맞을 때가 제일 무서웠다. 체육선생이 죽도나 목검을 썼었고 여선생들은 작은 채 한 자루를 권총처럼 가지고 다녔다.




우리 학교는 점심시간에 가요를 틀어줬었다. 등교할 땐 클래식. 주로 터키행진곡이었다. 우리 학교 급식이 정말 최악이었는데 반찬이고 뭐고 형편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밥에 고추장을 자주 비벼먹었다. 나도 많이 그랬다.




식당을 나가면 바로 옆에 뻥 뚫린 공터 같은 곳이 있었다. 밥을 먹은 우리는 예비종이 치기 전까지 거기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같이 했던 게임 얘기, 프로 대회 얘기, 인터넷 방송 얘기들. 아니면 우르르 몰려서 매점으로 갔다. 초코빵이나 피크닉 사과주스, 브이콘을 매일같이 사 먹었다.





공부는 벼락치기. 오늘 해야 할 복습보단 친구들과 게임하기. 체육이 있는 날이면 가방에 하늘색 체육복을 쑤셔 넣는다. 다들 서슴없이 욕을 했고 적나라한 말들도 거침없었다. 게임을 같이 한다면 만인이 친구가 된다. 남자 중학생에겐 게임이 곧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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