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살갗을 차갑게 스치고, 나도 모르게 건조해진 틈새로 서걱거리는 몸의 소리가 커져만 간다.
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 나는 내 몸이 마치 오래된 나무처럼 건조해지고 갈라지는 것을 느낀다.
내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고 있는 것 같은 소리, 마치 무력함이 겉으로 드러나는 울림같다.
손 쓸 수 없이 방대해져 막연히 추락하고 가라앉는 지구와 사회를 바라보는 무기력함.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 현실 앞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마치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질 것 같은 기분.
느껴지지만 보이지는 않고, 그 결과가 건조해 찢어진 피부처럼 드러나는 이 모든 상황.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벌어진 일은 아닐 터. 이전부터 누군가는 저 멀리서 홀로 열심히 소리치고 있었을 테니까.
그들의 목소리는 희미하게나마 들려왔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위잉 위잉…
트럼프가 당선되고 전쟁이 벌어질까 두려워 비상 안전 대책 영상을 보다가도,
결국 다시금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하루.
수천 가지 플라스틱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미국에서 분리수거를 둘러싼 소송이 벌어졌다는 기사를 읽고도 비닐과 플라스틱을 나누어 버리는 내 손.
다 함께 살아가는 곳임에도 우리 인간만 살겠다고, 발 디딜 곳 없이 위태로운 너희들을 향해 눈물을 흘리곤 하지만,
그마저도 핸드폰 화면 저 너머의 일로 느껴진다는 것.
그렇게 두려움, 아픔, 고통과 소소한 순간이 교차하는 나날들.
어떤 면에서는 이 아이러니가 우리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흘리는 눈물이 진정한 세상을 위한 것인지, 이마저도 인간 중심 사고회로에서 오는 위선인지.
그 경계가 흐려져 간다.
우리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속에서 잠시 눈물을 흘리고, 다시금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아이러니를 반복하는 스스로가 역겹다.
수치에, 숫자에, 크기에, 정도에만 목매는 이들.
그 수치들이 마치 우리 존재의 가치를 증명이라도 해주는 양, 사람들의 시선을 쏠리고 몰리고..
모든 것은 외면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우리는.
하루하루 그저 어디론가 가고는…있다.
방향성을 처참히 상실했고, 그저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거창하지만 삶이란 그저 표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푸 어푸.
이 모든 존재들에게 죄를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