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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베어 이소연 Nov 06. 2024

행복이란, 결국 냠냠 찹찹

돈 있으면 행복해질까? 학자들이 그러는데, 먹을 때 제일 행복하대.

행복이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린다면 언제일까?



신혼여행으로 떠난 크로아티아의 한 노천카페. 먼 시선의 끝에는 하늘빛 바다가 차분히 실려오고, 카페 앞에는 오색 빛깔 과일이 가득한 동네 마켓이 열려있다. 어딘가를 찾아 헤매던 길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목적지 따위는 없는 여행이었으니까.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도시가 있으면 내려서 걸었다.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면 식당이었을 것이다.


길은 좁고 복잡했고, 한국처럼 식당스러운 간판 하나 없는 나라여서 집인지 상점인지도 헷갈리기가 부지기수였다. 남의 나라도 내 나라처럼 찾아다니는 남편 네비게이션도 오류가 난 시점이었다. 걷다 말고 노천 카페 테이블에 주저앉았다. 카푸치노를 주문했고, 직원은 손바닥 반만한 작은 찻잔에 담긴 거품더미를 가져다 주었다. 설탕은 두 봉지나 준다. 이 나라 커피가 그리 맛있지는 않은가보다. 맞은 편 마켓에서는 수염을 길게 기른 한 노신사가 오렌지를 하나 집어든다.


하얀 우유거품 위로 설탕 한 봉지를 다 털어 넣었다.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랬겠지.


목적 없이, 해야 할 일도 없이 그저 낯선 곳을 헤메며 마음을 풀어헤쳤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그곳에 다시 가더라도 다시는 그 평온함과 자유로움은 얻지 못하겠지. 그 날을 그리워하며 매일 커피를 내려든다. 팍팍하고 무거운 이 일상에서, 책임질 것들이 한가득인 사십대의 시간들 사이로 그 때의 자유로움이 한 순간이나마 스며들기를 소망하며.




행복이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이 행복의 정의는 세계적인 행복학자로 유명한 서은국 연세대 교수가 언급한 말이기도 하면서, 긍정심리학이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토록 행복을 찾아 열심히 돈을 벌고, 공부하고, 더 나은 직업을 찾는다. 그런데 결국 궁극의 행복이란 ‘사람’과 ‘먹는 것’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행복이 먹는 것에 있다면 섭식장애는 근원적으로 행복을 잃은 상태다. 너무나도 행복을 갈망해 와구와구 먹는데, 도리어 그것이 불행이 된다. 갈망하고 탐하는 나를 자책하고, 죄책감에 짓눌린다. 단순히 다이어트나 식사의 이슈를 넘어서, 인생 전부를 결정짓는 것이나 다름없는 문제인 것이다.


섭식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먹는 행동 자체에 공포가 생겨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음식에 대한 좋은 감정, 행복의 기억이 사라진다. 먹어도 행복하지 않다. 입에 넣으면서도 맛을 느끼지 못한다. 먹는 행위가 자학의 수단이 된다. 행복의 근원을 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식사문제가 있다면 음식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몇 내담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물론 심각한 증상까지 아직 가지 않은 경우다. 과식에 가까운 폭식을 하는 상태이고, 먹으면서도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먹어서 행복하면 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회복이 엄청나게 빨랐다.


누구나 음식과 연관된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유아기 시절, 엄마 품에서 젖을 먹으면서 입과 스킨십을 통해 근원적인 안정감과 충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이 행복의 근원이 된다. 이 시기를 심리학에서는 ‘구강기’라고 부르고, 이때 입으로 충족감을 충분히 얻지 못하면 평생 음식, 담배, 술, 커피 등으로 채우려고 든다. 특히, 음식을 먹으면서 유년기의 충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도파민 충족과 자극적인 중독성에 집착하면서 음식과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쌓아간다.


폭식이나 다이어트 강박의 문제가 음식=불안에 있다면 이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 해결방법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행복의 서사, 또는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담아보고, 그것이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살찌는 나쁜 녀석으로써 군림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행복하게 먹고 살찌지는 않기 위해, 음식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배워나가기를 목표로 이 글을 써 내려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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