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성향을 가진 이의
정신과에서 일하면서도 나는 내가 ADHD라는 걸 30대 후반이 돼서야 알았고,
약을 먹으면 해결될 것 같았지만 먹지는 않았다.
나는 약 부작용에도 정말 예민하다.
항생제만 먹어도 구토하고, 임신했을 때는 입덧약 권장량의 1/3만 먹어도 기절하듯 쓰러졌다.
자극에 과민한 특성이 ‘내 경우’에는 신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무엇보다 그동안 20년 동안 심리학을 파면서 겨우 조합해 놓은 내 삶의 치트키들이 있었고,
그걸 한 알의 약으로 흔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루틴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약은 도와주는 것일 뿐, 결국 새로운 적응이 또 필요하다.
우울증 약을 먹는다고 마음의 공사가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닌 것처럼 ADHD도 결국 “조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나는
“이 복잡한 걸 치료적으로 일반화할 수 없을까?” 고민했고 이 작업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뇌기능, 신체기능, 감정조절, 인지(왜곡된 믿음), 환경,
이 모든 게 맞물려 돌아간다.
그래서 단편적인 솔루션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알람 쓰세요!”
“루틴 만들어보세요!”
“명상하세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다들 알고는 있지만, ADHD의 핵심은 ‘시작이 어렵다’는 데 있다. 알람이 울려도 몸이 안 움직이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까?
집중력?
기억력 / 건망증?
자존감?
애착?
트라우마?
다 아니다.
심리학 20년 하고 도달한 결론이 뭐였냐면…
식단이었다.
먹는 것.
듣기엔 단순한데,
도파민과 감정, 행동 패턴을 동시에 건드릴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바로 ‘음식’이더라.
ADHD는 도파민의 리듬 조절이 어려운 상태다.
그래서 즉각적이고 안전한 도파민 통로를 찾게 되는데
겉으로 조용하고 내면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그 통로가 ‘먹는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도파민 터지는 음식만 찾게 되고, 살이 찌면 죄책감이 올라오고, 다시 제한하거나 굶게 되고,
그러면 뇌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몸은 더 엉망이 된다.
이 악순환은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다.
신경계의 리듬 문제가 원인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시작하고, 멈추고, 몰입하는 능력을 ‘몸’을 통해 다시 학습하는 것.
그리고 그 연습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다른 영역에 일반화시키기 좋은 게 바로 식단 조절이다.
샐러드 닭가슴살 그런 게 아니다.
적당히 먹다 수저 내려놓기.
자극 없는 음식으로 ‘도파민 폭주’ 줄이기.
허겁지겁 먹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기.
혈당과 호르몬이 덜 출렁이도록 식단구성하기.
이건 다이어트가 아니라 신경계 재훈련이다.
별 것 아닌 지침들이지만 무너지지 않으려면 몸의 시스템을 이해함과 동시에 심리적인 부분을 케어해야만 지속할 수 있디.
호르몬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식단을 찾아야 한다. 도파민을 쫓지 않고, 혈당스파이크와 호르몬에 끌려다니지 않는 식단.
식단이 바로 잡히면 신체밸런스가 바로 잡히면서 호르몬에 덜 끌려다니게 되고 이 경험 자체가 감정조절훈련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특정 음식‘으로 호르몬 조절도 해야 한다. 약 대신.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했겠지만 이젠 다들 안다.
음식은 정말 중요하다.
몸은 모든 감정과 뇌 기능의 기반이다.
그래서 나는 이 과정을 체계화했고, 하루하루 따라오면서 기록하고 피드백을 받으면 상담없이도 정리가 되도록 프로그램 구조를 만들었다.
이론적인 기반은 여기서 얼마든지 알려줄 수 있다. 그걸 하루하루 현실화시키는 구조화를 짜는 게 진짜 어려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