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을 걸 잔뜩 만들어내는 세상

궁금하지, 약 오르지?

by 고민베어 이소연


대체 먹지도 못하는 걸 왜 만들어 놓은 거야?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식단이 저게 전부다. 본인이 먹고 싶은 식단을 짜는 중.

아이가 투덜거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토피를 타고난 아이는 그토록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다. 그마저도 몸이 안 좋으면 다음 주, 그다음 주로 미뤄진다. 이번엔 3개월 정도 못 먹었다.


그러니까 아이가 한 저 질문은, 내가 늘 했던 것이다. 쾌락을 즐기지도 못하게 할 거면서, 대체 왜 만들어 놨을까? 애초에 선악과를 안 줬으면 욕심도 질투도 없었을 텐데, 왜 궁금하게 만들어서 따먹게 했을까?


여기서 분명히 밝히건대, 나는 무교다. 맹세컨대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므로. 그러니까 나의 이야기는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내가 보는 것들은 종교와 비종교 사이에 있고, 현실과 진실 사이에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 소심하게 반항적이다. 그냥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으려니, 하면 좋겠다.


그러니까 내가 잠든 후에 경험하는 우주 저편의 그곳에서는, 아이가 말하는 하늘나라에서는, 쾌락을 더 강하고 더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 마약처럼 강하지만 정서가 동반되지는 않는다. 정서라는 것이 애초에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가족의 개념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정 같은 것은 없다.


마약 같은 쾌락이 마구 남용되는 세상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니까 법 없이도 쾌락을 통제하며 적절히 쓸 수 있는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처럼 쾌락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욕심과 부끄러움과 이 모든 것들을 반강제로 받았다. 우주 저 너머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통제하며 살아갈 언젠가를 위해서.


전 세계 애들이 덮어놓고 환장한다는 뽀로로, 대체 이유가 뭐야?



아이를 둘 키우면서 뽀로로를 질리게 봤다. 어른들이 부러워하는 세상이 뽀로로의 삶이라고 하더라. 뽀로로는 가족이 없다. 어른도 없고 각자 존재하며 모두가 친구다.


뽀로로를 볼 때마다 저 너머의 세계와 참 닮았다고 생각했다. 가르쳐주는 이 없이도 서로 도우며 즐겁게 산다. 하루 세 끼를 다 챙겨 먹지 않고 먹고 싶을 때 가끔 먹는다. 그래도 정도를 넘어서면 배탈이 나고 변비가 온다. 생각하는 대로 물건을, 생물을 창조해낼 수 있다. 만들어 낸 것들이 엉터리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는다. 목적이 부에 있지 않으니까. 반은 재미로, 반은 명예를 위해서 한다.


완벽하게 선하고 이타적인 사람들, 하지만 규칙이 몹시도 엄격한 곳.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 다시 통제력을 배우러 와야겠지.)


우리는 그곳이 몹시 그리워서, 우리가 생겨난 그곳이 몹시 그리워서 알 수 없는 허기와 그리움에 시달리며 산다. 깊이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채워질까, 종교를 만나면 채워질까, 평생 답을 찾아다니다 죽는다. 심리학에서는 생애초기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 그리움의 이유를 찾는다.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더 이전 기억에서 초래한 것이다. 현재 부모와의 관계도 거기서부터 엮이고 엮여 수없이 반복한 일들의 연속선상이니, 어찌보면 그게 전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그곳과 가까운 민족이고, 가장 그리움에 미쳐있고, 그래서 가장 종교를 많이 찾아다닌다. 전 세계 야경에서 십자가 불빛이 가장 많은 나라, 대한민국이다.





누군가 몹시 허기진 마음을 가지고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렇게라도 이해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써 내려간다. 이것이 결국 나의 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