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엿같은 인생

by 고민베어 이소연

애초에 생은 비극이기에,


아름다운 삶을 부여 받음에 감사하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삶은 극기훈련이다.


좁디 좁은 철창속에 있다 드넓은 바다라도 가면 정말이지 살 것 같다

그럼에도 고마워해야 하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수능시험을 망해서 재수를 해야 하는데 부모님이 월 천짜리 기숙형 재수학원에 등록해주셨다. 학원에는 철창이 달려서 편의점에도 가지 못한다. 밤 열두 시까지 잠도 못 자게 하고 공부해야 한다. 선생님들도 집에 못 가고 같이 먹고 자는 곳이다. 월 천을 내고서 제 발로 채찍질당하는 극기훈련장에 갔다. 일 년후의 성장과 자유를 위해서.


재수생은 채찍질을 돈 주고 부여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누군가 비용을 지불하고 차려 준 극기훈련장에서 살고 있다.


사실 절로 욕이 나온다. 재수학원에서 철창을 흔들며 하는 말도 같은 말일 것이다. 죽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학원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욕망이 우글거린다. 하지만 재수학원 선생님들은 무슨 죄인가. 함께 갇혀서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 이와 같은 꼴이다. 우리는.


그러나 우리는 극기훈련 중이라는 것을 잊고 자꾸 행복을 탐한다. 맛있는 것을 먹어 몸을 살찌우고, 쾌락을 탐하고 소유에 눈이 멀었다. 재수학원 밖으로 가지고 가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좁은 기숙 방에 채워 넣느라 안달이다.

그러니까 갇혀있다고 젠장

그러니까 공부는 때려치웠다. 대학가긴 글러먹었다.


애초에 대학 갈 생각도 없는데 철창 안에 밀어 넣었다고 한탄해본다. 그냥 우주에서 먼지로 떠돌았으면 어때, 하고 한숨 쉬어본다.


아홉 살 딸아이가 잠자리에서 말한다.

“어휴 나는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 그냥 하늘나라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킬킬거렸다. (어린애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줄이야.)

뛰어다니지도 못하는 좁은 아파트 안에서, 걸핏하면 아픈 몸 안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마음껏 먹지 못하는 세상에서, 통제되지 않는 감정들 사이에서 지치겠지.


나를 보는 것 같아 우스웠고, 탈출할 수 없다고 설명해주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 더 어이없었다. 내가 나에게조차도 해주기 어려운 말인데.


“그래도 죽을 수는 없잖아. 태어난 걸 어떡해. 버텨야지. “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같이 버티는 수밖에 없다. 고생 중에 가끔 맛있는 것도 먹고, (먹고 아프지만) 크리스마스엔 여행도 가자.(여행 갔다 오면 또 아프지만) 아프지 않을 만큼 조심조심. 지나치게 신나면 또 고통스러움이 돌아오니 차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