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선 Dec 15. 2023

친구, 목표, 삶과 손절하고 싶을 때

얼굴만 봐도 웃음 나던 절친에게 진절머리가 나고, 반짝이던 목표를 포기하게 되는 순간.


가끔 찾아온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에 의문을 품고, 그런 것 따윈 없다고 단정 짓게 되는 때. 다 때려치우고, 매일 하릴없이 천장만 바라보고 싶은 시간들.


더러는 운동을 권한다. 친절은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고, 지금 네 불편은 체력 문제로부터 오는 거라며. 그런 말들은 마치 잘못 잘린 머리카락 같았다. 쥐 파먹은 모양새. 내 침몰은 체력 때문이 아니었는데. 모르는 이의 단정을 웃어넘길 여유가 없었다.


나만 돌연변이 같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으니, 해결책도 없었다. 그저 방관했다. 그럴수록 블랙홀처럼 검게 물들었다. 인간관계부터 포기하고 싶었고, 그다음은 목표, 그리고 삶까지.


강력한 전환점이 필요했다. 갑자기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던가, 억만금의 돈이 주어진다던가 하는 드라마틱한 일. 그러나 삶은 영화가 아니다. 영화 끝에 나오는 엔딩 크레디트 같은 것. 줄줄이 나오는 흰 글자처럼. 특이하지도, 특별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것. 한 줄, 한 줄 읽으려 발악해 봐도 소용은 없었다.


그때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좀비처럼, 존재하기만 했다. 목표를 거세당한 인간은 마치, 걷고 먹기만 하는 워킹데드와 다를 바 없지. 그런데 그들과 인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 지긋지긋한 무한궤도를 끝내는 방법이었다. 하나는 총, 하나는 시간.


쥐 파먹은 시간은 흘렀다. 흘러, 흘러, 흘러가 결국엔 흘러, 흘러가.. 어느 래퍼의 노래 가사처럼.


천조각에 물기가 스미듯, 어느 순간 다시 웃음이 나왔다. 열정이 돋아났다. 삶을 이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복에는 강한 동기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버텨내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 후엔, 바라던 것이 이루어졌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문득 떠올랐다. 일출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 해가 인생이고, 일출이 지금이다. 다만, 안개 낀 날도 있으니 주의해야겠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이 내 삶의 지팡이가 되어주니, 잘 기대어 살아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다한증, 땀 때문에 악수 불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