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졸업 직전 운이 좋게 IT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했고, 서비스 운영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사회에 팽배했던, 물론 지금도 예외는 아니지만 문과생의 턱없이 좁은 취업문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졸업식 때 나의 등은 당당함과 자신감으로 누구보다 활짝 펴져 있었고, 부모님의 등에 얹혀진 무거운 짐을 덜어드린 것 같은 뿌듯함도 느꼈다.
첫 직장은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이었으며 복지나 근무 형태도 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겐 미련이 남았던 것도 같다. 글을 더 쓰고 싶다는 열망, 이젠 내 인생은 영원히 회사원으로 점철되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걱정과 같이. 날이 가면 갈수록 나는 시들어갔다. 조금씩 조금씩, 어깨에 힘이 빠졌다. 헛헛함을 잠재우기 위해 경쟁사로 이직도 해보고, 퇴근 후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숙한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 다시 글로 돌아가자."
문학과 관련된 공모전을 준비하고, 주말엔 글을 배우러 떠났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날수록 소기의 성과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미치도록 행복했다. 세상에 드디어 내가 나온 값을 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 앉아 곰처럼 등을 둥글게 말아 글을 쓸 때가 있었다. 대체 가능한 사람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와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노래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십자가를 맨 채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때로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지탱해나갈 소속일수도 있고, 자아실현을 위한 꿈이 될 수도 있다. 두 개를 모두 선택한 이상 남들보다 조금은 더 피곤하고, 몸이 괴로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이유는 이를 하는 과정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세상을 향해 계속해서 '나 여기 있다'고 말하며 두드리는 것과 같다.
타닥타닥. 인간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의 불씨가 계속해서 타오른다. 활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