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매일을 견디고 살게 해 주는 것들에 대해

소중한 것들로 인해 그때를 추억하는 사람들에 대해

by 이키티

애기들은 어릴 때 애착 담요, 애착 인형 등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물론 딱히 그런 것들 없이도 지내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내 애착 대상은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으로 매일을 살게 하고 지치고 힘든 날 그때 기억과 추억들로 위로받으며 버틴다.

누구나 소중한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을 주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고객님과 상담하면서 많은 생각을 들게 해 주셨던 분이 계셨다.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특성상 사실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되면 버리거나 새로 교체하는 게 대부분이다.

별 특별할 것 없던 상담 내역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상담 접수 내용이 있었다.



제품 회수 부탁드립니다.



사실 정신없이 바빴던 오전, 그리고 강성 고객님들로 인해 혼이 쏙 빠져있던 나는 사실 이 내용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

마지막에 처리해야지, 싸워야 할 게 분명해, 또 똑같은 설명을 드리고 금액 안내를 진행해야 하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해당 고객님의 접수를 뒤로 미뤄두고 다른 업무부터 처리해나갔다. 결국 마지막 남은 전화를 건 나는 앞서 내 태도에 대해, 내 생각에 대해 깊게 반성하게 되었다.


판매되고 있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제품을 가지고 계신 고객님이셨다. 제품 회수에 대해 안내드렸고 단순히 회수를 원하셨던 게 아닌 최후의 방법으로 회수를 생각하고 계신 분이었다. 잔뜩 걱정 어린 말투로 말씀하셨던 고객님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이사를 가셔야 하는 상황이셨다. 그중 우리 제품을 가져가고 싶으시다고 해주셨고 보통 크기도 아니고 2달을 넘게 가지고 계셔야 하기 때문에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분해에 대해 말씀드렸고 그렇게 된다면 고객님께서 물건을 가지고 가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말씀을 건네었더니 이전과는 달리 목소리에 화색이 도셨다. 어딘가 신나 보이는 고객님의 목소리의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그걸 과연 가지고 다녀주실 수 있을까? 보관이 가능하실까?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였다. 일단 2달 이상 가지고 다니실 경우 분실의 위험도 크고 그렇게 되면 어차피 제품 자체를 사용할 수가 없다. 또한 금액적으로도 10 이상의 금액이 발생되고. 하지만 꼭 그렇게라도 해 드리고 싶었다. 우리한테 이렇게 연락을 주셨다는 건 고객님께 소중한 물건이실 거고 비록 이사하실 곳에 쫙 펼쳐서 사용이 불가하시더라도 꼭 가지고 가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고객님께서 나한테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고 솔직히 상담 중 눈물이 날 뻔했다. 예전과 달라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하셨고 해당 제품은 이전에 구매하셨다고 하셨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 물건을 샀을 당시를 생각하고 그 고객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전화가 마무리되기 전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정말 모든 방법이 안 된다고 하시면 나와의 상담 이전에 통화하셨던 상담사분이 해주신 말씀대로 제품을 회사에 반납을 하시겠다고. 정말 불가하더라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드리고 싶었다. 꼭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다며 안내드린 후 사무실에 제품에 대해 잘 아는 분들께 여쭤봤다. 대부분의 답은 불가였고 가능하다한들 쉽지는 않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내가 잠깐 3~4분밖에 상담을 안 해 본 분이시긴 하지만 쉽지가 않더라도 잘 보관해주실 수 있으신 분 같았다. 내일 다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꼭 연락을 드릴 수 있길 바란다.


얼마 전에 책을 한 권 샀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낼 때 읽었던 책이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이 책을 보면 어릴 때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장면들이 떠오른다. 닳고 닳을 때까지 본 그 책은 어느덧 여기저기 떨어지고 누군가 버렸는지 제 위치를 잃어버렸었다. 한동안 책을 찾았고 결국 구매했다. 오랫동안 헤어진 친구와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자기한테 특별한 무언가가 꼭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힘든 하루, 힘든 일 년, 그런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며 꼭 힘내고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다 보니 일기처럼 되어버린 내 세 번째 글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