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티의 하루 생존기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슬럼프 먼저 오기?

by 이키티



키티야 넌 오늘을 주면 할 수 있겠니? 내일은? 한 달은? 일 년은?



첫 발행을 생각할 당시 꿈이 가득 부풀어있었다. 내가 브런치의 짱 작가가 돼서 꼭 이게 내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분명 시작했는데 뭘 제대로 하기 전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 글은 일종의 반성문이 될 수도 있겠다.


1. 회사 일이 너무 힘들었다.

ㄴ 그렇다고 글 쓸 시간 하나 없진 않았음.


2. 집안일이 너무 바빠서 지쳤다.

ㄴ 독박 집안일이지만 글 쓸 시간 하나 없진 않았음.


3. 되고 싶은 꿈과 지금 현실 사이의 거리감이 커서 의욕을 상실했다.

ㄴ이게 가장 큰 이유임.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일 없고 중요하지 않은 일 없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할 때 오는 현타는 도저히 극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그래서 손을 놔버렸고 더 이상 글도 쓰지 않고 책도 읽지 않았다. 글이라곤 엑셀 화면에 있는 고객들 이름, 연락처, 주소. 그리고 항상 화가 가득한 고객님들의 클레임 글들. 그래서 더 피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자기의 꿈을 위해 뭐라도 할 텐데 나는 그러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 따라붙는 자기혐오는 도움은커녕 자존감만 뚝뚝 훔쳐갔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나름 절박하다고 사주까지 보러 갔었다. 선생님 저는 방송국 구성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하는 말에 넌 창의력이 있으니깐 노력만 해~ 하는 답을 듣고도 찝찝했다. 노력. 그 두 글자가 주는 압박감이 왜 이렇게 크게 느껴졌는지. 정면승부해야 할 문제를 뒤로 넘겨 피해 다니기만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입덕까지 해버렸고 아이러니하게도 웃으면서 보던 그 가수님의 한마디에 난 웃을 수가 없었다. 노력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들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말에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지금 저 자리에 앉아서 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그 가수님도 이런저런 힘든 일들, 어려운 일들 그리고 감히 상상도 못 할 감정들을 안고 노력하며 지금 자리까지 올라왔을 거고, 내가 동경하고 꿈꿔오는 작가님들도 하루치 방송을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쏟고 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냥 허비한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내가 방송국 구성 작가를 꿈꾸게 해 준 옥상달빛의 푸른 밤도 내 자격지심과 별 거 아닌 이유들로 인해 잠시 재생을 멈춰뒀었는데 오늘 밤부터 다시 거무죽죽했던 하늘을 푸른 밤으로 물들일 수 있게 되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맞이하는 팩폭은 비록 멘털은 으스러졌지만 오히려 단단하게 쌓게 할 원인이 되어주는 것 같다. 부디 오늘의 마음가짐이 꼭 내일까지 지속되고 쭉 기록할 수 있기를! 꼭 내 이런 마음을 극복해서 라디오 클로징 멘트에 쓰는 날이 오기를!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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