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티의 하루 생존기
누구도 궁금하지 않을 TMI 대방출
"키티는 좋아하는 게 뭐야?"
"키티 씨는 하고 싶은 거 없어?"
유치원 어쩌면 성인이 된 후에도 저런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봤다. 그럴 때마다 내 꿈은 항상 바뀌었다. 요리사가 되고 싶었고, 박물관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라며 거짓말하기로 했었다. 연예인이 하고 싶던 얘기는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내 꿈은 정착하는 법이 없이 갈대처럼 흔들렸다. 하고 싶은 거 없이 고등학교를 갔다. 연예인은 이미 접었고, 차라리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었다. 중학생이 한 생각이라고는 어이없지만 아무도 날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그 이유도 여러 가지였지만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이 컸다. 그래서 홍보 오신 선생님 말을 듣고 일단 이렇다 저렇다 할 계획도 없이 엄마에게 난 대학 안 가고 취업한다는 명분으로 실업계로 진학했다. 그러다가 정말 놀기만 했는데 내가 고3이란다. 취업이나 진학 둘 중 골라야 하는데 고3에 진학을 고르기엔 내 머리가 따라주지 않을 게 분명하고 답은 하나였다. 그마저도 내 꿈이었던 멋진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서울을 고집했다. 자고로 출퇴근은 한 시간이 넘으면 출근하면서 퇴근 걱정을 한다. 언제 또 집에 가며, 집 가는 버스에는 사람이 없게 해 주세요 따위를 간절하게 빌게 된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서울 출근은 처참하게 망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그리고 어쩌다가 찾아온 또 다른 회사를 들어왔다. 현재도 다니고 있고 어느덧 2년이 넘었다니... 회사 얘기를 시작하면 정말 날밤이 새도록 모르는 사람이랑도 얘기할 수 있다. 좋은 상사도 만나고 나쁜 상사도 만났다. 그러다가 꿈도 생겼다. 어쩌다가 엠비시의 라디오를 들었고, 너무 재미있고 흥미가 생겼다. 작가들이 너무 대단했다. 글을 잘 살리고 청취자들을 재밌게 해주는 디제이들 또한 내가 원래 좋아하던 가수들이어서 좋았지만 그들이 진행을 하고 코너를 이루어나가게 만들어주는 작가들과 피디분이 너무 대단하고 멋있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난 어릴 때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도 좋아했다. 중학교 이후로 책 읽는 빈도는 줄어들고 글 쓰는 양 또한 줄어들었지만.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그리고 글을 쓰려고 자판을 잡을 때마다 가슴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걱정이 너무 많았다. 내 글이 재미가 없으면? 내 글이 인기가 없으면, 그리고 내가 글 쓰는 일에 재능이 없으면? 이런 생각들로 글을 쓰기 전 설레던 마음이 항상 무기력한 마음으로 변해갔다. 내 심리의 문제일 수 있지만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나가야 했다. 그 무렵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퇴사했다. 나보고 이런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란다. 웃으면서 그래야죠 하하... 라며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얼버무렸다. 또 며칠 뒤 이사님도 내게 오른 급여명세서를 주시며 말했다.
"키티야, 너도 이런 일 말고 뭔가를 배워봐. 평생직장도 좋지만 하고 싶은 거, 배우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띵했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 사무직이다. 단순 사무직이라기엔 뭔가를 많이 하고 말은 이쪽 부서, 저쪽 부서 말은 많지만 엄마가 정의를 내려줬다. '잡부'란다.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내 일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그런 타이밍에 저런 말을 들으니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남들이 내 글을 보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 내가 좋으면 된 거다. 수많은 취미를 이것저것 만드려고 노력했는데 글 쓰는 걸 내 취미로 하면 되는 거였다. 하다못해 일기를 써도 되는 거고 오늘 내 직장에서 험담을 글자에 꾹 눌러 담아 표현해도 되는 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의 벽돌이 쑥 내려갔다. 내 마음 걱정의 벽돌집에 고작 굴뚝 하나 없어졌지만 언젠간 초가집이 될 수 있길 바라면서 앞으로 쭉 글을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
키티 씨, 오늘도 파이팅! 시작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