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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Dec 27. 2024

아주 그냥 입만 열면 불평불만이 튀어나와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아..어쩔 수 없는 겁니까?"

"목수가 해줬어야 되는 부분이죠."

"타일이 똑바로 붙여 줬어야 했는데.."

"미장이.."

"철거가.."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돌아버리겠는 상황이 생긴다. 마감은 깔끔하고 공정은 정확하고 금액은 투명해야 할 인테리어라는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공정간의 시시비비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 일이 적지 않고 이는 곧 나의 무능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몇 날 며칠간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괴롭힌다.


분명히 꼼꼼하게 살폈다고 생각했는데도 예상치 못 한 마감이 나올 때가 있고 이를 수습하려면 비용이 추가 되고 공정이 난입하고 공기가 늘어나면서 스케줄로 압박을 받게 되고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우리는 오로지 결과물로 소비자를 만족 시켜야 하는 입장이기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이사 날짜를 늦춰달라고 사정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철야 작업이다. 아파트 인테리어의 경우엔 층간소음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소리 나지 않게 뱀 처럼 걸어다니며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아침 6시부터 나와서 하루종일 뛰어다닌 터에 벌개진 눈은 이제 그만 잠에 들라고 무게추를 단 것 처럼 내려앉고 반항하듯 마셔대는 커피에 애꿎은 심장만 벌컥벌컥 야근에 돌입한다. 여러모로 좋지않다. 최악의 상황.


고객의 변심은 어떤가. 그들은 그저 말 하면 이루어지는 마법의 요술 주둥이를 가진 것처럼 중간중간 공정을 바꿔야 하는 요구를 한다. 조명 위치가 어떻고 게이트가 어떻고 문과 몰딩, 가구 하드웨어 까지 인터넷을 통해서 보았던 예쁘고 멋진 것들을 기어코 찾아내서 자신이 살 집에 접목 시키고 싶어한다. 물론 좋은 게 달리고 이쁜게 달리면 좋은 거지만 좋다고 다 달아대면 늘어나는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이며 디자인의 부조화는 또 어쩐단 말인가. 늘어나는 예산에 대한 걱정을 우리가 대신 하고 말려줘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부지기수다.


이 일을 진짜 잘 하고 싶어서 좋아하기로 했지만 내 마음을 달리 먹는다고 바뀌는 게 많지는 않은거다. 현 상황에서 마음을 달리 먹는 다는 건 그저 허허 웃으면서 이럴수도 있지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는 방법 외엔 달리 뭐가 없다. 노하우가 있다고 고객을 찍어 누를수도, 내가 돈을 주는 입장이라고 날 일 하러 들어온 일꾼들에게 욕을 퍼 부을 수도 없다. 좋은 얼굴과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면서 부탁하고 진정 시키는 수 밖에..


그렇게 꾹꾹 눌러담은 불평불만들이 목 끝까치 차오르면 집으로 들어가는 내 손에 소주 한병이 들려있다. 이제 곧 자야 할 시간이니 후딱 마셔버리고는 생각이 멈추고 멍해질 때 까지 기다렸다가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게 유일한 해소법 이었다. 그 술이 안겨줄 배가된 피로감과 무기력감과 꾸륵대며 요동치는 장운동의 괴로움은 다음날의 나에게 떠 넘긴채로 말이다.


달리기를 하자.

달리기로 스트레스 해소를 달리 해보자. 더 늦기 전에 시작하자.

꾸준히 달릴 수 있다면 난 이 일을 좋아하는 것에 한걸음 더 가까워 질 것 같다.

술대신 달리기!

어우 근데..어우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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