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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년 Feb 14. 2024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

 미래를 단정 지을 순 없다. 

 한 치 앞도 모르는게 인생이라는 말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나 40년을 살아온 나의 과거를 쉬이 한바퀴 돌아보면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의 인생도 어느정도 가늠이 된다. 지독히도 단조롭고 외로울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내 곁을 떠나간 후엔 더욱. 나는 지독한 우울의 늪에 빠질 것이고 세상에 나만 홀로 남았다는 사실에 좌절할 것이다. 술과 눈물로 지새는 밤이 많을 것이며 결국 어렸을 적 마트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아침마다 오픈런 달려와서 소주 두병을 동전으로 구매하고 품속에 숨긴 채 썩은 땅콩 냄새를 풍기며 터덜터덜 슬리퍼를 끌고 집으로 가는 아저씨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딱 하나, 절대 어길 수 없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보러 간다. 어디든.


 나는 해가 지는 순간을 굉장히 좋아한다. 왜,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낙조가 일 때 주변에서 나는 냄새를 좋아한다. 붉게, 노랗게 또 보랏빛으로 얽힌 저녁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다른 세상의 어딘가에 있는 나의 고향 뒷편 언덕에 올라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계절마다 다른 그 냄새. 봄에 피는 싱그러운 꽃과 들풀의 풋내, 여름이 가까워 올때의 라일락 향기, 한여름의 아카시아 향기, 가을엔 바스락바스락 말라버린 잡초의 군내와 논두렁에 베어 놓은 벼의 밑둥 냄새, 겨울 쌓인 눈이 반쯤 녹은 비린 물냄새와 찬 바람에 섞여 들어오는 장작 타는 냄새 그리고 이따금씩 떠오르는 사랑했던 사람의 채취까지.


 이 세상에 둘 도 없는, 틀림없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고난과 역경, 슬픔과 좌절, 지독한 무기력이 밀려와 거친 파도가 이는 인생이란 바다에 힘없이 내 던져 질지라도 언젠가 마주할 그 작열하는 붉은빛을 보고야 말리라는 다짐과 설렘으로 살아 갈 수 있다. 너무 감사한 건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엄청나게 큰 노력이 필요하진 않다는 것. 아, 그래서 내가 너무 대충 사는 건가 싶기도..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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