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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너머 Feb 05. 2024

지역정당 금지와 절반의 지방자치

'헌재 2021헌가23등 결정', 그 너머의 이야기

아래는 지난 2024년 2월 2일,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2024년도 제2기 법학전문대학원생 실무수습 중 1반 위헌팀에서 공동 작성하여 팀별 과제로 제출한 <헌법재판소 2021헌가23등 결정 관련 연구보고서> 본문 중 필자가 직접 작성했던 "Ⅳ-2.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 침해" 목차 부분만을 발췌 및 재구성한 글입니다.


<참조 판례>

헌법재판소 2023. 9. 26. 선고 2021헌가23, 2021헌마1465, 2022헌마215·396, 2023헌마119(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1. 정당법 제59조 제2항 등 위헌제청 등] [헌공324, 1400]


<심판대상조항 중 전국정당조항>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조(구성)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이하 “시·도당”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제4조(성립) ① 정당은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

② 제1항의 등록에는 제17조(법정시·도당수) 및 제18조(시·도당의 법정당원수)의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제17조(법정시·도당수) 정당은 5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



.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의의


헌법은 제117조와 제118조를 통해 지방자치제도를 법률적 차원에 방치하지 않고 헌법적 규율과 보장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판례는 지방자치를 민주정치의 요체이며 현대의 다원적 복합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 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본다. 특히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치의식 제고가 전제된다면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권력분립원칙을 지방차원에서 실현(지방분권)할 수 있고 지방의 개성・특징・다양성을 국가 전체의 발전으로 승화시키면서 국민의 기본권 신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헌재 1991. 3. 11. 91헌마21 참조).


요컨대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가의 민주적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이자 헌법상 조직원리인 것이다(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등 참조).



. 전국정당조항의 지방자치제도 제한 여부 및 그 보장의 심사기준


다만, 이러한 헌법상의 지방자치제도의 범위는 법령에 의하여 형성되고 제한된다. 헌법도 제117조 제1항 후단에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제118조 제2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는 헌법상 보장을 받고 있으므로 비록 법령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이 불합리하여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2002. 10. 31. 2002헌라2 등 참조).


판례는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자치단체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본다(헌재 1994. 12. 29. 94헌마201 등 참조). 특히 “자치기능의 보장”은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된 지역적 사무를 자기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의 보장을 뜻하므로 그 사무수행을 위한 자치고권의 보장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참정권 보장의 핵심이 되는 정당의 지위나 기능 등을 고려할 때, 지역정당의 설립을 금지하는 정당법의 전국정당조항이 헌법상 지방자치제도를 제한하고 있음에는 의문이 없다. 이하에서는 지방자치제도의 민주적 운용을 제한하는 전국정당조항이 해당 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판례의 기준인 최소한 보장의 원칙에 따라 검토한다.



. 전국정당조항의 지방자치제도 본질적 내용 침해 여부

(1) 지역주의에 관한 판례의 입장과 그 한계


판례는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정당의 설립 요건을 정함에 있어 상당한 범위에 걸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균형 있게 결집하도록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전국정당조항의 위헌성을 부정하고 있다(헌재 2023. 9. 26. 2021헌가23등 참조).


그러나 설령 지역이기주의에 따른 과도한 지역주의가 정치질서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는 다원적 민주질서에서 지극히 정상적이며, 지방자치제도도 그러한 취지에서 헌법적으로 보장된다. 판례의 반대의견에서도 지역대립의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전국정당조항이 과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효적인 수단으로 기능해 왔는지, 모든 전국정당들이 특정 지역의 민심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 왔는지 등을 지적하며, 과도한 지역주의의 문제는 정당등록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하여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헌재 2023. 9. 26. 2021헌가23등 참조).


[그림 1] 2023년도 집단별 갈등인식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시대와 인식의 변화로 지역주의적 갈등이 과거만큼 지배적이지 않은 정치·사회의 현실도 고려하여야 한다. 지난 2023년 5월 공공갈등에 관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90% 이상이 여당과 야당(94%), 진보와 보수(92%) 등 이념갈등을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한 반면, 영남과 호남 등 전통적인 지역갈등에 대한 답변율은 73%로 조사대상이 된 10개의 주요 갈등 축 중 7순위에 그쳤고, 이는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간의 갈등(80%)보다도 낮은 수치였다(그림 1 참조). 이념갈등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특정한 이념을 지향하는 정당의 설립을 등록 단계에서부터 형식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처럼, 지역정당의 설립을 금지하는 전국정당조항의 정당화 근거로 지역갈등 심화의 우려를 드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열약하다.


(2) 지역 내 폐쇄적 정당제도와 지방자치의 형해화


헌법 제118조 제1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에 관하여 지방의회의 설치를 특별하게 선언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단순 행정기관 이상으로 주민의 참정권의 지역적 보장을 위한 지방‘자치’제도의 민주적 본질이 도출된다. 판례도 민주주의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형성 및 그 행사에 있어서 그 근거를 국민적 합의에 두는 것이므로 지방자치가 진실로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지방의회의 구성이 당해 지역주민 각계각층의 의견이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수렴된 유루(遺漏) 없는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설시한 바 있다(헌재 1991. 3. 11. 91헌마21 참조).


[그림 2] 지역정당 금지에 따른 지방자치제도 형해화 논리 구조도


그러나 지역정당의 설립을 금지하는 전국정당조항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정 정당의 지배 현상과 결합하여 지역정치구도상 일당지배를 지속시킴으로써 지방자치제도의 민주적 운영에 근본적 제약을 초래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특화하여 기존의 고착화된 전국정당 간 경쟁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유력한 대안의 출현 가능성이 봉쇄된바, 주민들은 지방선거 등에서조차 정권 심판·지원 등 중앙정치의 영향력 하에 지역 고유의 맥락은 소거된 제한된 선택만을 강요받는다(그림 2 참조).


[그림 3] 제8회 지방선거 결과 제1당의 의석률이 80% 이상인 기초·광역의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서비스 참조)


실제 2022년 6월 1일 실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시·도 광역의회에서는 17개 의회 중 11개 의회에서 제1당의 의석률이 80%를 웃돌며 뚜렷한 제1당 독점 현상을 보였다(그림 3 참조). 구·시·군 기초의회 수준에서도 전라북도 내 14개 의회 중 10개, 경상북도 내 23개 의회 중 15개 의회에서 제1당의 의석률이 80%를 웃돌았고, 특히 전라북도 내 11개 및 경상북도 내 14개 의회에는 원내 제2당 자체가 부재하는 등 그 독점이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그림 3 참조).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의 선거가 동시에 이루어져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과 지방의회의 제1당이 일치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독점은 자치권을 보장받아야 할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 기관 전부가 특정 전국정당에 사실상 예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즉, 지방의회 내 제1당 독점은 지방자치에서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분립 및 견제를 무력화하여 자치 없는 행정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취지에 반하고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190조 제2항에 따라 지역구 지방의회의원 후보자가 당해 선거구에서 선거할 의원정수를 넘지 아니한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바로 결정하는데, 지역 수준에서의 폐쇄적 정당제도와 결부될 때 해당 지역 주민의 지방의회의원 선거권의 침해와 그로부터 구성될 지방의회의 민주적 정당성 결여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림 4] 제8회 지방선거 결과 무투표 당선자 통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서비스 참조)


실제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총 당선자 중 12.3%에 달하는 508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배출되며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광역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 예정자의 약 95.4%가 영·호남 지역에서 나왔는데,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광역의원 선거에서 특정 전국정당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선거구에는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가 도전장조차 내밀기 어려운 현실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그림 4 참조). 그 결과 호남 지역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 예정자 59명은 전부 민주당, 영남 지역의 44명은 전부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였다(그림 4 참조).


이렇듯 지방자치단체를 장악한 특정 전국정당의 지배력에 정당 차원의 지역적 견제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전국정당조항의 제한은 선거권 등 직접적인 권리 침해는 물론 국민주권주의 등 헌법의 기본원리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3)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전국정당의 구조적 한계


판례는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당이 상당한 범위에 걸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균형 있게 결집하여야 할 필요성을 인정했으나(헌재 2023. 9. 26. 2021헌가23등 참조), 당내 민주화의 진전으로 당원 수준에서의 다수결원리가 강화되는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는 정치적 의사의 균형 있는 결집이라는 또 다른 요청과는 양립하기 어려웠고, 결국 지방자치의 주체로서 전국정당의 구조적 한계를 노출시켰다.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특정 지역에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해온 거대 양당에서 그 한계가 도드라지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는 특히 중대한 문제가 된다.


[그림 5] 주요 정당의 지역별 권리(책임)당원 비율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누리집 등 참조)


2022년 기준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의 지역별 분포를 파악한 결과, 수도권 지역(서울·경기·인천) 소속 당원이 전체 당원 중 40.5%를, 호남 지역(광주·전북·전남) 소속 당원이 35.7%를 차지한 반면, 대구·경북 지역에 소속된 당원은 전체의 1.4%에 그치며 인구학적 측면에서 극단적 편중을 보였다(그림 5 참조).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2023년 기준 지역별 분포 또한, 수도권 지역 소속이 37.8%를, 영남 지역(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소속이 39.6%를 차지한 반면, 호남 지역 소속 당원은 전체의 2.2%에 그쳤다(그림 5 참조).


편중된 당원 분포는 당내 대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직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 등 선출직 지도부 전원이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출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었고, 2023년 3월 전당대회로 선출되었던 전직 국민의힘 대표 및 최고위원, 현직 원내대표 등도 각각 수도권 또는 영남 지역 출신의 전·현직 국회의원이었다(그림 5 참조).


지역정당 금지의 명분이 된 정당을 통한 정치적 의사의 균형 있는 결집의 요청이 법적·정치적 선언으로서는 어느 정도 유효할지라도,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현실정치에서는 유의미하게 구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소대표되는 지역의 정당한 이익이 당내에서 은폐·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려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과 그 취지에 반한다.

 

(4)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수도권-비수도권 균열의 양성화 필요


[그림 6] 수도권-비수도권 주요 양극화 통계 (연합뉴스 인포그래픽)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 및 지방소멸의 위기가 당면한 문제로 부상한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적 이해관계의 조정을 사적 결사인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에 맡기기보다 오히려 이를 표방하는 다양한 지역정당의 출현을 보장하여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를 의회 내 정당 간 균열로 양성화하는 방안은 설득력을 가진다(그림 6 참조).


앞서 영·호남 등 전통적인 지역주의보다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갈등을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국민적 인식을 확인했고, 실제 2021년 지정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2호에 따른 인구감소지역 89개 중 85개의 구·시·군이 비수도권에만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중앙당을 수도에만 두도록 제한하는 전국정당조항은 시대착오적이다.


정당 내 균열에 비해 정당 간 균열은 선거 등 공적 절차를 통한 국민적 정당화를 거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으로도 우위에 있다.



. 소결


지역정당의 설립을 금지하여 지방자치제도의 민주적 운용을 제한하는 전국정당조항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정 정당의 지배 현상과 결합하여 지역정치구도상 일당지배를 지속시킴으로써 지방자치에서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분립 및 견제를 무력화하고, 주민의 지방선거권 등 직접적인 권리 침해는 물론 국민주권주의 등 헌법의 기본원리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므로 위헌적 조항이며, 현실정치에서 지방자치 주체로서 전국정당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 지방소멸 위기의 대응의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부적합한 제한이다.




<참고 문헌>


강원택. 폐쇄적 지역 정당 구조와 정치개혁: 지방정치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19(1). 2010

김종철. 정당법상 위헌요소에 관한 소고: 정당의 헌법상 지위를 중심으로. 선거연구 제7호. 2016

윤정인. 정당의 자유를 제한하는 전국정당요건의 위헌성 – 헌재 2023.9.26. 2021헌가23등 결정 평석 –. 헌법학연구 29, no.4. 2023

최규환. 지방자치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 비례성원칙의 도입 필요성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2022


금보령·김영원. 與, 3·8 전대 84만 명 선거인단 확정… 수도권·2030 표심이 '변수'.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article/2023020915430844323 (게재일: 2023.02.10. 검색일: 2024.01.31.)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순회경선 지역별 권리당원 투표결과 보도자료, 더불어민주당, 2022

이은기. 6·1 지방선거, 역대 최대의 무투표 당선 사태. 시사in.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642 (게재일: 2022.06.02. 검색일: 2024.01.3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http://info.nec.go.kr)

한국리서치. 2023년도 집단별 갈등인식.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hrcopin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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