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면서도 부정하는 사회
'2023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전형 개편', 그 너머의 이야기
"... 최근 경기도의 한 일반고 3학년생은 서울대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여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학생은 “수능 시험 성적 외에 고교 학업성적 등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 신뢰하고 고등학교 수업 불출석 및 정기고사, 수행평가 등에 일체 응시하지 아니한 채 수능 시험 공부에만 불철주야 매진해왔다”며..."
지난 10월 말, 서울대학교에서 2023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시에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도입하고, 수능중심전형 전반에 정성적 교과평가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이다. 원래대로라면 내년 4월경 대교협 지침 후에서야 발표했겠지만, 2022학년도 대입전형에서부터 정시의 비율을 대폭 상향하라는 정부의 지난 방침에 서울대에서 먼저 발 빠르게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수시와 정시, 학종과 수능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과 해묵은 프레임을 벗겨내는 묘수였다고 생각한다.
이에 경기도의 한 일반고 3학년생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2023학년도 대입은 현 고1부터야 적용되므로 학생의 청구는 자기관련성 부족 등으로 즉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서울대의 새로운 입시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의 최종 승인 여부와 그에 따라 다른 대학들에 미치게 될 여파,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 등도 관전 포인트이다.
그런데 사실 이 기사의 진짜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청구인 학생의 인터뷰 한 줄에서 학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정시 준비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잘 알고 있고, 그 또한 그의 사연이 있었을 테니 그 개인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게 당연해지고 당당해지는 시대라면 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 것일까. 누가 학교를 다니면서도 학교를 부정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었는가. 학교란 도대체 무엇인가. 암울하고 속상하다.
#참고기사. 최원형, <서울대 '정시전형에 내신 반영'.. 꼼수냐 묘수냐?>, 한겨레, 2020.11.13.,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698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