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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Feb 22. 2021

오컴의 면도날

생각 좀 줄여가며 살아갑시다.

소설 '장미의 이름'의 주인공인 윌리엄 신부는 첫 장면부터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달아난 말을 찾아내고 미스터리한 수도원의 연쇄살인사건을 추리해 결국 범인을 찾아냅니다.

물론 그 혼자 한 것이 아니고 그의 제자인 아드조라는 수도사의 청출어람 격의 추리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미스터리 해결의 뼈대는 윌리엄 신부가 만듭니다.

그 윌리엄 신부의 모델은 '오컴의 면도날'로 유명한 윌리엄 오컴(William of Ockham, 1285~1349)이라고 합니다. 소설에서는 윌리엄 수도사의 친구로 대화 속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영국의 작은 마을 오컴(Ockham)에서 출생한 신부이자 논리학자 윌리엄 오컴(William of Ockham)은 '오컴의 면도날'로 유명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새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윌리엄 오컴


오컴의 면도날은 흔히 '경제성의 원리'(Principle of economy)라고도 부른다. 오컴의 면도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대적으로 번역하자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라는 뜻이다. 여기서 면도날은 필요하지 않은 가설을 잘라내 버린다는 비유이며, 필연성 없는 개념을 배제하려 한 "사고 절약의 원리"(Principle of Parsimony)라고도 불리는 이 명제는 현대의 과학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 지침이 되었다. from. 위키백과


'오컴의 면도날'에 대한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A라는 삼겹살 집주인이 장사가 안돼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B라는 삼겹살집이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A 삼겹살집의 주인은 생각해 보았습니다.

B라는 삼겹살집이 왜 자신의 삼겹살집보다 장사가 잘 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생각 하나. B 삼겹살집의 삼겹살은 우리 집 보다 맛이 좋다.

생각 둘, B 삼겹살집의 삼겹살은 우리와 같은 그저 삼겹살인데 그 집 부인이 나의 아내보다 미인이어서 상대적으로 남자 손님들이 그 부인의 얼굴을 보려 우리 집보다 선호해 장사가 잘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오컴은 비교적 사유하기 편한 '생각 하나'가 진리일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생각 둘'에 대한 사유를 면도칼을 쓰듯이 단칼에 도려내고 '생각 하나'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컴의 면도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영화 '장미의 이름' 한 장면

위 설명이나 예에 보면  단순히 '경제성의 원리' 또는 '사고 절약의 원리'로 무언가 과학이나 경제적 사고에 필요한 논리 같지만 윌리엄 오컴 신부가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사였고 14세기 스콜라 철학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 중 하나로 그 원류는 신학적 사유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엉뚱하게도 경험적 사고에 대한 논증 역할을 하면서 근대 과학과 철학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철학자로 알려지게 됩니다.

이런 '오컴의 면도날'이 삶의 지혜가 된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런 것입니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자신을 괴롭힙니다.

단순한 현상을 가지고 편집증적으로 나에 대해 불편하게 해석함으로써 정신건강과 나아가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도 이와 같이 과한 생각들로 자신을 괴롭히는 현대인들에게 단순히 생각할 것을 권하며 마음 편히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해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생각들은 과감히 면도칼로 도려내듯 멈추고 그저 단순하고 가장 일어나기 쉬운 평범한 일상의 것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A는 회사 휴게실에서 B, C, D가 모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본다.

그러던 중 C와 웃는 얼굴로 눈이 마주친다.

A는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생각 하나.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다 나와 눈이 마주치었다.

생각 둘. B, C, D가 나에 대한 험담을 하다 내가 나오니 양반은 못된다며 비웃다 나와 눈이 마주치었다.


사실 위와 같은 경우는 누구나 한 번 이상쯤은 경험한 일일 텐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생각 하나'로 결론 내리지 않고 '생각 둘'이 맞는 생각이라고 여기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 못 이루며 괴로워합니다. 왜 우리는 '오컴의 면도날'의 논리를 적용하지 못하고 편집증적으로 자신을 괴롭힐까요?

그래서 이런 생각에 힘들 때 '오컴의 면도날'을 떠올리며 지치는 길고 긴 사유는 멈추고 웃는 얼굴로 눈이 마주친 동료나 친구들에게 같은 미소로 가볍게 목례하고 지나쳐야 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생각들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고 있으신가요?

그럴 땐 이 '오컴의 면도날'을 기억하고 있다가 '아 너무 쓸데없는 생각으로 힘들어하고 있구나' 하며 그 쓸데없는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면도칼로 도려내듯 없애 버리고 가장 단순한 답을 선택하여 일상의 안정을 되찾으십시오. 또한 그런 편안한 생각이 옳을 확률이 높으니깐 평온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지혜 '오컴의 면도날'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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