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그리스 신화 중 가장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겐 망각의 강이라고 알려져 있는 레테의 강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지하세계로 들어가고 타나토스의 안내를 받아 하데스의 궁전으로 가서 심판을 받게 됩니다.
그 여정 중에 모두 다섯 개의 강을 건너게 되는데 그 첫 번째는 카론이라는 늙은 뱃사공이 동전 한 닢의 대가 없이는 안 건너 준다는 아케론의 강 즉, 비통의 강으로 이 강을 건너면 영혼이 슬픔을 버리고 간다고 합니다.
동전 한 닢으로 전생의 모든 슬픔을 버릴 수 있다니 망자(亡者)에 대한 지하세계의 인심이 나쁘지 만은 않네요.
두 번째는 비탄의 강인 코키토스, 세 번째는 용솟음치는 불길의 폭포가 분노로 이글거리지만 이 강을 건넘으로써 비통과 시름을 불로 정화한다는 플레게톤, 네 번째는 증오의 강이라고 하는 스틱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레테의 강입니다.
레테는 여신의 이름으로, 분쟁과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의 딸입니다.
스틱스를 건너온 죽은 망자는 마지막으로 건너야 할 레테의 강 앞에서 우선 이 강물을 마시는데 그렇게 하면 이승의 일 즉, 전생의 번뇌는 모두 잊고 평온을 찾아 저승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왜 가장 큰 위로가 되냐고 저에게 갸우뚱하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기억들 특히, 트라우마라는 과거의 기억에 대한 병적인 시달림을 겪고 있으신 분이라면 '아~ 이 기억이라는 것도 언젠가 다 지워지는 모래 위에 흔적에 불과한 것이구나!'라는 생각만으로도 마음 따뜻해지는 위로로 여겨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꼭 이 이야기가 아니라도 유물론적 관점으로 보면 육체가 소멸하면 정신도 소멸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치이지만 우리는 그간 교육받은 관념론적 관점으로 이 고통이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죽으면 레테의 강물을 마심으로써 잊힌다는 아픈 기억들.....
강물을 마시듯 하룻밤 푹 자고 일어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아픈 기억들을 떨쳐버리고 살 수는 없을까요?
자기 전에 나는 오늘 자고 내일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내일만을 즐겁게 살 거라는 다짐을 통해서 그 모든 아픔을 물 한 잔 마시고 잊게 해 준다는 레테의 강물처럼 하얀 마음으로 기억의 고통 없이 하루하루 그저 즐겁게 살아가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