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인의 시를 관통하는 정서는 주로 여인들의 이별의 한(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진달래꽃'은 일방적인 이별 통보, '먼 후일'은 이별 후 님에 대한 그리움, '초혼'은 사별한 아녀자의 애틋한 마음 등 그는 이별을 매개로 한 서정시에서는 대한민국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본명인 김정식보다 김소월이라는 이름이 그의 서정시의 분위기를 더욱 애틋하게 해주는 모종의 효과가 있는 거 같기는 하다.
다소 평범한 이름의 김정식 작가의 작품으로 읽는 것보다 밝고 하얀 달이라는 소월(素月)이 서정적인 느낌을 더욱 배가시켜 주니 그의 시(詩)들이 더욱더 애절하게 느껴진다.
1902년 평안북도 구성 출신인 시인 김소월은 세 살 때 아버지가 일본인들에게 폭행을 당해 정신 이상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광산을 운영하던 조부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인 김소월의 여인의 한(恨)의 감정을 만든 사건이자, 그 후 평생을 마음 깊은 곳 무의식에 자리 잡아 그를 괴롭혔을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 사건은 그가 13살 우리나라로 14살 중학교 1학년 때인 1915년 평북 정주의 오산학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일은 바로 3살 연상의 여인 '오순'을 만나게 되는데 당시 조선 땅의 남자들은 일제의 징용. 징병을 피하기 위해 조혼(早婚)을 했는데 시인 김소월은 첫사랑 여인 '오순'을 뒤로하고 할아버지 친구의 손녀와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된다. 2년 후 오순도 열아홉의 나이로 결혼을 했으나 남편의 심한 의처증으로 인해 남편에게 맞아 죽고 마는 일이 터지게 되는데 그때 소년 김소월은 무척이나 슬퍼했고 그녀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쓴 시가 바로 '초혼'이라고 한다.
김소월의 그 여인의 한(恨)의 정서는 첫사랑 '오순'과의 비극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할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시 '가는 길' 역시 이별을 소재로 한 서정시이다.
한 번 감상해 보자.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진다고
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딥다려
<개벽> 40호 中. 1923년 10월
시(詩)는 떠나간 이별의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망설임.
그러한 그리움과 망설임으로 흐르는 시간을 망각하는 지정에 이르게 되는 화자.
하지만 산과 들에서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간다는 까마귀 짓는 소리에 놀라 주위를 살펴보니 서산에 해가 지고 있다. 진정으로 화자는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며 다시금 그의 발을 잡아 볼까 하는 망설임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른다.
이 시의 압권은 마지막 연이라 생각하는데 앞 강물, 뒤 강물이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화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그러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물은 서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재촉하는 듯한 모습은 님에 대한 그리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화자의 마음이 녹아내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 행에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로 마무리 짓는데 정말 죽을 듯한 그리움의 마음으로 넋을 놓고 있는 화자이건만 세상은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듯 물 흐르듯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 무상함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절묘하게 써가며 서정시로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으매 경이로울 따름이다.
짧지만 헤어진 이에 대한 그리움과 망설임에 넋이 나간 안타까운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느낌을 주는 시 '가는 길'. 님 떠나가는 길이든 나 돌아서는 길이든 그 '가는 길'에 그저 한 숨지게 만드는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키는 김소월 시인의 서정시 '가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