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적은 관심과 너무 많은 관심이 만든 비극
지난 주말 한 시간가량의 7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 걸'을 단 하루 동안 정주행했다.
'D.P'이후 오래간만에 드라마 정주행이었다.
역시 짧게는 5~7시간 많게는 10시간이 넘는 OTT 드라마 정주행이 이제 오십을 향해가는 나에게 무리는 무리이다. 어찌 되었든 7편을 단 하루에 모두 보는 기염을 토하게 만든 드라마 '마스크 걸'은 충분히 매력적인 플롯과 흥미진진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구성이 아니라 SNS 홍수가 아니라 대재앙이 된 세상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들을 우리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드라마에서 결정적 사건이 발생한 2007년은 아직 모바일 SNS가 등장하기 전으로 우리는 PC와 인터넷망으로 싸이월드에 열광하던 시대였다.
극 중에서 주인공 김모미가 흠모했던 박팀장도 업무시간에 각종 포샵으로 자신의 일상을 타인에게 공유하며 자랑하고자 온갖 노력을 하는 모습이 현재의 모바일 SNS 전성시대의 서막을 올린 것에 대한 오마주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드라마의 모티브는 너무 적은 관심을 받고 자란 김모미와 너무 과한 관심 속에서 자란 주오남의 비극이 그들의 부모와 자식들까지 이어지는 갈등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하다 결국 가족과 친구의 우정안에서 치유되는 잔혹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과연 인간에게 관심이란 무엇이고 주목받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에 이 부분을 조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인간은 욕망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프랑스의 정신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자크 라캉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결국 타인의 욕망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나를 우러러 생각하는 우월감일 것이다.
그 셀럽이 되고자 하는 욕망. 그것이 나의 욕망이니 결국 내가 원하는 욕망은 타인의 욕망일 것이다.
이쯤 되면 욕망을 다스리는 것에 온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신 부처님의 많은 말씀들이 떠오른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교훈 말이다.-드라마에서 주요인물들의 마음에 대한 각기 다른 오해에서 불행이 싹트고 있음을 상기해 보자. 일어나는 일들을 각기 다른 마음으로 해석하고 행동하여 극단으로 치닫는다. 사실 그렇게까지 피가 낭자한 사건들이 일어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조금 더 우리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타인에 대한 관심은 매슬로우의 욕망이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자아실현욕구의 5단계 중 중추라고 할 수 있는 3단계 사회적 욕구와 4단계 존경의 욕구를 보자.
생리적. 안전에 대한 욕구는 유물론적 관점에서 우리 몸(body)이 안전한 상황에서 모든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여 삶을 살수 있는 조건이 구비되었다고 했을 때 인간은 소속과 인정의 최소한의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려 들고 바로 그 사회에서 더 큰 호의적 관심 속에서 존경의 욕구를 채우고 비로소 자아가 실현되는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정신적 해탈이 아닌 인간의 무의식의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고자 하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야기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자.
마지막으로 20세기 초 헤리 할로우가 진행한 다소 괴기한 실험인 '원숭이 애착 실험'은 어떠한가?
이 실험은 아예 생리적 욕구조차 따뜻한 관심에 대한 본능적 집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원숭이에게 일반 철사 모형 어미와 따뜻한 수건으로 감싼 모형 어미 중 거의 모든 원숭이는 본능적으로 체온에 의지했다. 생리적 욕구조차 부모의 따뜻한 관심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하는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이상에서 알아본 봐와 같이 사람인(人)이 의미하는 바대로 우리는 본능과 욕망으로 타인과 관심을 얻고자 하며 좀 더 많은 관심이 SNS라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타고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희한한 세상에 막 발을 들여놓은 첫 인류가 된 것이다.
이제 드라마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드라마 비극의 시작은 자식에게 너무나 무관심했던 김모미의 어머니 신영희와 너무 관심이 많았던 주오남의 어머니 김경자로부터 시작했다고 할 것이다.
인간이 관심을 받기를 원하다고 하지만 그 관심도 관심 나름인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바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나 이성 또는 사회의 스토커성 관심을 좋아하고 원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드라마 '마스크 걸'의 비극적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꾸미기 좋아하고 춤과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주인공 김모미. 하지만 엄마는 못생긴 얼굴에 되지도 않는 행동을 한다며 나무라며 딸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꾀나 잘 사는 집에서 김모미의 아버지가 자살을 한 것으로 보면 어쩌면 그 무관심도 세상의 그들에 대한 비정상적 관심에 대한 염세적인 반응의 일종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주오남의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 결혼을 했지만 3년 만에 바람을 피운 남편에게 실망 이혼 후 막일을 전전하며 억척스럽게 아들 주오남을 키운다.
말 그대로 김경자에게 주오남은 삶 그 자체였다. 그가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어 보란 듯이 자랑스러운 아들을 키워낸 교회의 김집사이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려 노력한다.
이제 2007년 성인이 된 김모미와 주오남이 대한해상이라는 보험회사에서 마주하며 일하게 된다.
김미모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에 메말라 있으며 주오남은 어머니의 관심으로부터 도주하여 자신만의 세상에서 별 풍선을 날리며 익명이 보장된 무관심의 세상에서 활보하는 인물이다.
이제 이야기는 김모미가 BJ 방송에 타고난 몸매를 무기(?)로 자신의 못난 얼굴은 마스크로 가린 채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비극의 서막이 오른다.
분명히 드라마가 캐가 먹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아닌 것은 누구나 빠르게 눈치챌 것이다.
그보다는 관심과 무관심의 영역에서 고통받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다소 과장된 이야기와 장면들로 채우고 있기에 흡입력 있게 정주행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김춘애와 최부용 그리고 박기훈 팀장 등의 비극도 관심에 목마른 사람들이었던 것도 생각해둘 만하다.
잘났고 그랬기에 더욱 관심에 메말라 했고 관심받아 추락한 최부용과 박기훈.
관심받기 위해 김모미처럼 얼굴 전체를 성형을 한 김춘애의 이야기.
연쇄살인마의 딸이라는 부정적 관심 속에 고통받는 김모미의 딸 김미모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나와 가족 사이의 건강한 관심 그리고 SNS 대재앙의 시대에 가랑이 찢어지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재무건전성 등을 누구도 흔들지 못하게 난공불락의 성(城)을 만들어 지키며 사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며 최대한 스포일러를 안 하고 소개하고자 노력한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