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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Oct 04. 2023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관람기

2023. 09. 21. ~ 09. 23 / 그리고 박람회를 보고 소회


왜 에듀테크 박람회를 가게 되었나


최근 몇 년 사이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된 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한 채 계속 출산율은 낮아졌고, 결국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심지어 2023년 올 해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53입니다. 슬프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자발적 인구 소멸이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와중에 재밌는 통계가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이 지난 5년 새 38% 가량 증가했습니다. 특히 자녀가 초등학생, 유치원의 어린 자녀일수록 더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는 점점 줄어드는데 오히려 자녀에 대한 교육비는 더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아이의 수는 줄어들지만 교육비에 지출하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전부터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저는, 마침 서울에서 에듀테크 관련 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삼성동 코엑스(KOEX)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Edtech Korea Fair 2023)는 ‘에듀테크, 교육혁신을 이끌다(Innovate Education with Edtech)’라는 주제로 약 250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행사로, 기업들만의 홍보의 장이 아닌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정부기관들이 주최하고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이 주관하여 그 의미를 빛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크게 DXE(Digital Transformation of Education), AR/VR/XR/3D/메타버스, SW/AI/코딩/메이커, 콘텐츠/저작도구/수업지원, 하드웨어/지원도구로 카테고리를 구분하여 전시가 진행되었습니다. 


방문했던 첫날에는 곳곳에서 소규모 컨퍼런스도 진행되고 있었고, 해외 바이어들과의 수출을 위한 비즈니스 미팅이 라운지에서 제법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에듀테크도 역시 AI가 대세


박람회를 구경하던 중, 가장 눈에 많이 보이던 키워드는 ‘AI’였습니다. 교육 박람회가 아니라 AI 기술 박람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박람회의 거의 모든 부스에는 AI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산업에 AI가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교육에도 AI가 접목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 가장 제가 오래 머물렀던 부스는 질문 기반 AI 코스웨어 기업인 ‘클라썸’의 부스였습니다. 클라썸의 이채린 대표는, 2021년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죠.


클라썸 부스


클라썸은 선생님한테 직접 질문하기 어려운 경우 학생 스스로 서비스를 통해 AI에 질문을 하고 답변을 AI가 해주고, 그 기록들을 교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똑똑한 교실’을 표방하는 서비스였습니다. 설명을 듣고 있으니 수업 교보재로서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부스를 구경하는 내내 진행되었던 교사 대상 설명회를 듣기 위해 부스 밖에서도 많은 교사들이 서서 들을만큼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비상교육 부스


이번 박람회에서는 이미 교육 업계에 입지가 탄탄한 기업들의 AI를 기반으로 한 에듀테크 서비스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전통적인 두 교과서 기업인 천재교육과 비상교육은 각각 자사 콘텐츠에 AI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였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교육 수준을 분석하여 취약 부분과 함께 수준에 맞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코스웨어


이외에도 박람회 곳곳에는 ‘코스웨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코스웨어는 교육과정(Course)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로, 교육 내용과 방법 또는 절차 등을 포함하는 교육 목적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교육과정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1명의 교사가 맡아야 할 업무의 영역이 매우 큰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2025년부터 한국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고,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사용될 예정인만큼 많은 서비스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개별 과목 솔루션은 물론 생활기록부나 글쓰기, 자율학습, 진로지도, 화상학습 등 교사 업무 영역 전반에 기술을 접목하여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스타트업의 약진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디자인 툴 서비스인 ‘미리캔버스’의 부스를 박람회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미리캔버스 부스


미리캔버스는 누구나 손쉽게 인쇄물이나 홍보물, 영상 등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로 영상,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어야 할 수 있던 업무들을 비교적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종종 사용하는 편입니다. 현재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상태로 작년 기준 누적 사용자가 500만 명에 달하는 서비스입니다. 


이외에도 과학, 체육, 안전, 환경교육 등 다양한 교육에 VR 기반 체험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많은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문해력 논란이 보도가 된 뒤로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박람회에서도 글쓰기와 관련한 솔루션 몇가지가 선을 보였습니다. 글 첨삭 AI 솔루션 ‘KEEwiT’, 생성형 AI의 피드백과 디지털 문집 발행까지 올인원으로 가능한 ‘자작자작’ 두가지인데요. 


선생님은 글쓰기를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학생들은 글을 다 쓰고 AI가 분석한 결과에 따라 어휘나 문법, 구조, 글의 맥락, 논조와 태도 등 종합적으로 평가를 통해 글의 첨삭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능하다면 저도 사용하고 싶은 솔루션이었습니다.


자작자작 부스



보편적 학습 설계 + 테크 = ?


보편적 학습 설계. / 출처 : 정준민 님 브런치스토리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는 주로 특수 교육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같은 것은 같고, 다른 것은 다르게 장애와 학습 수준, 능력이나 배경 변인과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었고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학생, 그리고 교사들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여러 불편함을 겪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달리 청각 장애 학생들이 학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들이 저마다 선보이고 있었지만, 청각, 시각 등 신체적 장애 학습자나 경계선 지적 장애를 가진 학습자들의 보편적 학습을 돕는 서비스는 거의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일론 머스크가 50억을 투자했던 기초교육 스타트업 ‘에누마’가 작게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그 외에는 장애 학생들을 위한 보조기기를 홍보하는 부스가 전부였습니다. 


에누마 부스


에누마의 사례와 최근 10년 새 한국에서 장애를 가진 영유아의 수가 2배나 증가했다는 언론 보도를 생각해본다면, 장애 학생들을 위한 에듀테크 솔루션 또한 한국과 글로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특수교육 관련 솔루션이 부족한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일본도 2022년 NHK의 보도에 따르면, 특별지원학교(한국의 특수학급) 교육환경(교실, 교사, 교육 환경 등)이 매우 열악합니다. 안타깝지만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에듀테크를 통한 교육혁신입니다. 에듀테크의 지향점이 질 좋은 교육을 넘어 기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조금 더 고려하여 발전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는 균등하고 평등해야 하니까요.


내년에는 더 나은 에듀테크 솔루션을 기대하며…



※ 이 글은 일본 비즈니스 뉴스레터 'KORIT'에 업로드가 예정 되어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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