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 지금 이커머스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고등학생이 세계 수학의 난제를 풀기 위해 도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알리와 테무가 한국에 직접 진출을 선언하게 된 것도 있고, 최근에 있었던 티메프 사태로 인해 중소규모 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며 매출 성장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커머스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B2B와 B2C를 막론하고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 시장인 동대문 패션 도매시장에서 B2B 도매 플랫폼을 운영하던 골라라(Gollala)가 지난해 폐업한 것에 이어, 올해 4월에는 또 다른 업체인 링크샵스(Linkshops)가 약 2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익 모델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도매상과 소매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았지만 중국산 저가 플랫폼 공습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폐업하게 된 것입니다.
2021년 B2C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출발하여 폭발적인 혁신을 보여주었던 올웨이즈(Alwayz)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시간에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중국 커머스 기업 ‘핀둬둬(Pinduoduo)’를 벤치마킹하며 누적 투자액 900억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알리, 테무 등 중국 본토 커머스 기업들이 직접 한국에 진출하면서 현재는 MAU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성장에 정체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기존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 또한 비슷한 이유로 영업이익이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유통 기업인 이마트는 지난 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최근 각각 델리 코너 강화와 뷰티 카테고리 확대를 통해 매출 다변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오늘은 ‘왜 한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델리와 뷰티를 강화하고 있을까?’ 라는 주제로 한국의 오늘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은 지금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필두로 한 C커머스가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2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818만 명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년 대비 13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 커머스와 다른 차별화된 부분이 필요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본래 유통업의 본질이 아닌가 싶지만, 그동안 오프라인 유통업은 실 부동산업에 가까웠습니다. 대형마트의 경우 모두 좋은 지역에 신규 매장을 출점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기준이었고, 이를 통해 그리고 인근 지역의 땅값을 올려서 자산의 규모나 임대료의 규모가 더 커집니다. 그리고 내부 매장을 일부 임대하기 때문에 임대료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규 매장을 오픈하기 위한 건물이나 설비, 인테리어, 라이선스, 인허가 관련 비용은 기업회계에서 대부분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추후 회계 처리에 있어서도 여러 이점이 있었죠. 편의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곳에 신규 매장을 출점하느냐에 따라 매출을 좌우했고, 그에 따라 로열티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업의 본질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만큼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고, 찾을 이유 또한 없었습니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많은 오프라인 매장은 오히려 기업에 고정비 부담을 늘리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유통업의 본질을 부동산업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재정의 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많은 산업들이 비슷하지만, 유통업은 우선 사람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에 따라 최근 유통업계의 신규 투자는 스타필드(Starfield), 더현대(The Hyundai) 롯데 타임빌라스(Lotte Timevillas) 등 스포츠, 문화, 엔터테인먼트, 쇼핑을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대형마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장 수를 줄이고 희망퇴직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은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는 지난 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죠.
실제로 이마트는 매장을 2019년 140개에서 올 해 2월 기준 131개로 줄였고, 롯데마트도 2019년 125개에서 2월 기준 111개로 감소했습니다. 매장이 줄어든 만큼 더 적극적인 모객을 위한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고객의 재방문율과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죠. 그 결과 대형마트는 이전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델리 코너를 확대·강화하고, 편의점은 뷰티샵 섹션을 추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줄어든 매장을 가지고 오프라인 매장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던 와중, 최근 고물가 이슈로 다들 힘든 가운데 배달 앱 수수료 인상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게 됩니다.
사실 여론이 이렇게 들끓게 된 건 최근 몇 년 간의 외식물가 상승률이 큰 영향을 주었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후 35개월 째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그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외식비 자체도 증가하는 와중에 배달 수수료와 배달 앱 이용 수수료가 인상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 식품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품질 또한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소비자들은 다시금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편의점 브랜드 중 한 곳인 GS25는 편의점에서 치킨과 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대형마트에서는 기존 배달 치킨에 비해 거의 반값 이하인 치킨 상품을 연이어 런칭했고 초기에는 오픈런이 생기는 등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화장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화장품 산업은 최근 초고가 제품과 초저가 제품 시장으로 양분되는 모양새인데, 최근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에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기업 제품들을 본품 대비 용량과 가격을 줄여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적은 용량의 저렴한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품절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꽤나 뜨거웠는데 이 부분을 캐치해서 젊은 세대들이 자주 방문하는 편의점에서도 화장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젊은 세대들이 화장품을 주로 구매하는 올리브영 매장에서는 (제품마다 다르지만) 제품 당 평균 2~3만원인데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분기마다 한번씩 진행하는 세일 기간에 몰아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는 만원 이내의 합리적인 제품을 상시 판매하기 때문에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편의점은 접근성이 높은 점을 살려 합리적인 가격의 소용량 뷰티 상품을 제공하여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의점을 꼭 방문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 수요까지 감안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가 델리와 뷰티 상품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한 목적을 넘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글로벌 이슈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존재 이유를 재정립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담겨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델리 섹션 강화는 소비자가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외식 대체품을 제공함으로써, 배달비와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을 재유입하는 방식으로, 편의점의 뷰티 강화는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젊은 세대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관광객 수요까지 충족시키며 편의점의 역할을 단순 소매 공간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죠.
오프라인 매장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합니다. 더불어 글로벌 유통업계와의 경쟁 속에서 소비자 경험을 차별화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찾으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도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필수 과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대형마트에서 델리 섹션을 강화하는 것과 편의점에 뷰티 코너를 추가하는 것은 단순한 카테고리 확장이 아닌,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한번이라도 더 방문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을 소비자들에게 느끼게 하려는 방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