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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Oct 25. 2022

[장문주의] '망 사용료' 이슈 뒤늦은 총 정리

한국만 동영상을 저화질로 볼 수 있다?

 ✔️ 구글도 참전해버린 한국의 통신 전쟁


출처 : the Joongang


 지난 9월 20일,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법을 이른바 '망 사용료 법'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콘텐츠 사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간 망 이용료 지급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 추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에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유튜브에서는 한국에서의 사업방식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며 한국 크리에이터들과 사용자들에게 반대 청원을 독려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상 한국 사업 투자 축소를 경고한 것입니다.


실제로 공청회 이후, 스트리밍 플랫폼 'Twitch'는 운영비 부담을 명분으로 한국 이용자들의 최대 화질을 기존 '1080p(FHD)'에서 '720p(HD)'로 낮추는 조치를 진행했습니다. 사실상 '망 사용료'에 부담을 느낀 조치로 언론에서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반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겪게 되었고, 정치 이슈로 치부했던 사람들은 이번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최근에 일어난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2020년 4월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망 사용료' 관련 법적 분쟁이 있었고, 최근 넷플릭스의 패소로 1심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대체 '망 사용료'가 무엇이길래 글로벌 빅 테크 기업인 구글과 넷플릭스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이번 이슈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걸까요?



 ✔️ 망 접속료와 망 사용료


* 이번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개념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아래에 설명을 덧붙입니다.

출처 : 3pro TV Youtube


기본적으로 인터넷 망에서의 정보전달(수신·발신)은 누구도 돈을 내거나 받지 않습니다. 또한 정보전달 과정에 어떠한 조건도 없어야 하고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망 중립성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각 통신사에 '인터넷 이용료'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비용입니다. 인터넷 망에 기존 단말(PC 등)과 물리적인 연결을 위한 문이 필요합니다. 이 '문의 크기'(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비용을 다르게 지불하는데 이를 '망 접속료'라고 합니다.


하지만 '망 접속료'를 내고 들어온 인터넷 망 자체에는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 검색, 영상, 게임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CP)가 필요합니다. 


이런 CP들이 개인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더 큰 문'이 필요합니다. 통신사들은 더 큰 문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 '망 사용료'입니다.



✔️ 트랜짓(Transit)과 피어링(Peering)


출처 : 매일경제


국내 인터넷 서비스가 아닌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같은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그 나라의 인터넷 망에 직접 접속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 통신사(ISP) 간에 '망 접속료'를 정산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미국의 넷플릭스를 보려면 한국의 인터넷 망과 연결된 미국의 인터넷 망에 접속해서 영상을 가져오는 것이죠. 


통신사 간 망 접속료는 몇 가지 기준으로 정해진 통신사 티어(Tier)에 따라 산정되는데, 기본적으로 낮은 티어의 통신사가 높은 티어의 통신사에 비용을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낮은 티어의 통신사가 큰 통신사에 데이터 전송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트랜짓(Transit), 같은 티어의 통신사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을 피어링(Peering)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미국의 AT&T와 일본의 NTT는 같은 티어 1 통신사이기 때문에 피어링 비용만 발생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AT&T와 한국의 KT의 경우에는, KT가 티어 2이기 때문에 AT&T 망(네트워크)을 접속하는 대가로 트랜짓(Transit) 비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국내 통신사(ISP) : "쓴 만큼 돈 더 내!"

출처 : 이데일리

이번에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망 사용료' 법안의 핵심은 "쓴 만큼 더 내라!"는 것입니다.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논리는 언뜻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주장입니다.


실제로 2021년 10~12월 기준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메타(페이스북)가 발생시키는 한국 인터넷 트래픽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티어 2인 한국 통신사가 부담해야 하는 트랜짓 비용은 더 커지게 된 것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물론 CP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콘텐츠 시장이 커지는 만큼 ISP의 트랜짓(Transit)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상생 정책들을 시행했습니다. 특정 지역 망(네트워크)에 콘텐츠의 일부를 복사한 '캐시 서버'를 CP가 직접 설치하거나, 콘텐츠 전송을 대행하는 업체(CDN)와 계약을 맺고 일부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습니다.


CP 입장에서는 캐시 서버를 설치하면 적은 비용으로 더 좋은 서비스 품질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ISP 또한 직접 망 연결로 인한 트랜짓 비용을 절감하기에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발신자종량제(상호접속고시)'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제도는 '인터넷 통행세'라고 불리고 있으며 같은 티어의 통신사 간에도 트래픽 양에 따라 비용을 정산하는 제도입니다.



 ✔️ 해외 콘텐츠 사업자(CP) : "돈 못줘!"

출처 : 3pro TV Youtube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동안 '피어링(Peering)'에 따라 같은 티어 2의 통신사였던 한국 통신 3사(SKB, KT, LGU+) 간에는 비용을 정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발신자 종량제'가 실시 이후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해외 트래픽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기존 해외 CP들의 한국 사업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메타(페이스북)의 경우 특정 통신사(KT)에만 '캐시 서버'를 두고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발신자 종량제' 시행 이후 캐시 서버를 가지고 있는 KT가 다른 통신사들에게 데이터를 보내주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배려하기 위해 메타는 SKB의 회선을 홍콩 서버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서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접속 속도가 느려지는 등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메타에 "소비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결과에 불복한 메타는 소송에 들어갔고, 1~2심은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메타가 승소했지만 추후 기업 간 협상을 통해 각 통신사에 트랜짓 비용을 일부 보전해주는 식으로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이데일리(*OCA : 넷플릭스 자체 캐시 서버)

두 번째인 넷플릭스의 경우, 직접적으로 넷플릭스가 SKB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걸었습니다. 쉽게 말해 SKB는 그동안 자사 망(네트워크)을 사용한 대가로 '망 사용료'를 요청하고, 넷플릭스는 SKB에 채무(망 사용료)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1심 결과 넷플릭스가 패소하게 되었지만, 현재 항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제는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최근 들어 CP와 ISP 간 망 사용료 분쟁은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처음 언급했던 넷플릭스의 판례, 그리고 최근 논의되고 있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해외에서도 망 사용료 관련 분쟁이 잦아지고 있고, 한국 국회의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입법 논의로 인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EU에서는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일종의 망 사용료인 '디지털서비스세'를 걷어 세수를 확보하고자 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습니다. 곧바로 미국도 상호주의(수출입품의 제한이나 관세 또는 기업 활동·금융의 자유화 등에 관하여, 상대국의 자국에 대한 취급에 따라 결정하여 이행한다고 하는 주의)에 따라 대 유럽 수입품 관세를 올리는 보복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EU는 해당 법안을 철회하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EU에서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연말까지 준비하겠다고 다시 발표하기도 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관련 법을 만들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학계에서도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망 사용료와 관련한 논란은 더 이상 한국만의 이슈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 힘의 균형은 무너졌다

출처 : 동아일보

사실 한국의 망 사용료의 경우, IT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저 통신 케이블 등 자체 망을 구축하여 티어 1 통신사로 올라가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 중 하나입니다. 물론 초기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티어 1 통신사 입장에 서면 망을 사용하는 티어 2,3 통신사들에게 비용을 받을 수 있고, 그동안 지불하던 트랜짓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은 자체 통신 인프라를 확대하기보다는, 기존의 CP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편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통신사들의 인프라 투자비용은 2019년에 약 8조 원에 비해 2021년에는 약 4조 5천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콘텐츠 사업자와 통신사는 공생관계입니다. 통신사가 인터넷 망을 유지·관리하지 않으면 콘텐츠 사업자들은 사업이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또한 CP가 인터넷 망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접속할 이유가 없게 되어 가입을 해지하게 될 것입니다. 


망 사용료 이슈는 곧 CP와 또한 통신사 간의 비용 정산 분쟁이기 때문에 기업 간 합의를 통해 비용 문제를 해결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소송으로 확대되었고,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거대 콘텐츠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통신사를 압도하면서 사실상 협상이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등장으로 2017년 약 370만 TB(테라바이트)였던 한국 트래픽 총발생량은 2021년 기준 900만 TB에 달했습니다. 이중 대부분이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로 발생된 트래픽입니다. 더 많은 콘텐츠가 인터넷 망을 통해 전송되는 만큼, 앞으로 트래픽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IT 산업은 100년도 안 된 신생 산업입니다. 다시 말해 IT 산업이 가는 길은 인류가 처음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례도 없고 전례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와의 소송과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그동안 유지되어왔던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인식 변화의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이번 이슈는 어쩌면 산업의 미래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논쟁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한국의 망 사용료 법안은 2022년 10월 25일 현재,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일단 보류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통신사는 지속적인 여론전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과에 따라 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관련 업계 종사자나 투자를 염두하고 있다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 서플에 제 글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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