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MZ세대는 '갓생'을 위한 챌린지ing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26)는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 전 30분 이상 러닝을 한 뒤 SNS에 기록을 남깁니다.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 공유합니다.
퇴근 후에는 집을 직접 꾸미고 싶어
인테리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자기 전까지 공부를 하고
이걸 영상으로 남겨 유튜브에 공유합니다.
*갓생 살기의 일상 예시
위의 예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SNS에서 하고 있는 이른 바 '갓생(God生) 살기 챌린지'의 모습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갓생'은 최근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갓(God)+과 인생(Life)의 합성어입니다. 쉽게 말해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의미합니다.
삶 속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계획부터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실천하는 삶을 지속하는 것이 '갓생 살기'의 핵심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이 많아진 삶 속에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며 자기관리에 대한 욕구가 표출 된 것입니다.
'갓생 살기'는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일상의 루틴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고민의 결과입니다.
실제로 '갓생 살기'는 10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직장인들은 팬데믹으로 비대면으로 업무를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과 업무가 있기 때문에 루틴에 따라 생활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을 짜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게으름에 빠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일상을 계획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가 바로 '갓생' 인 것입니다.
실제로 '갓생'이라는 키워드는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하반기에 뉴스나 SNS에 폭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포털 사이트 'NAVER'의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갓생'은 2020년 2월 이후 1년 6개월만에 검색량이 약 100배 증가했습니다.
또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 'Sometrend'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SNS 내 '갓생' 언급량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201,407건에 달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을 시기보다 언급량이 늘어난 것입니다.
'갓생 살기'는 각자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기록하고,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완성이 됩니다. 특히 과거 필기와 같은 아날로그 기록과 달리,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삶의 모든 것이 계량화되고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기록되게 됩니다. 이것을 블로그나 다이어리 앱, SNS와 유튜브 등에 공유하면서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얻게 됩니다.
사실 무언가를 꾸준히 기록하고 계획하는 것은 귀찮고 일종의 노동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일상을 기록하고 계획하는 것 자체가 나의 삶을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삶이 힘들 때나, 나태해질 때마다 과거에 본인이 기록해두었던 것들을 보며 다시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최근 젊은 세대들의 변화와 무관치 않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점이나 유튜브 영상에는 YOLO(You Only Live Once, 한번 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사회현상)를 이야기하며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콘텐츠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사회가 불안정해지며 자산가격은 폭등했고 일자리는 줄어들었습니다.
매스컴에서는 '벼락거지(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다는 한국의 신조어)'라는 말이 오르내렸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실제로 2022년 6월 기준 청년 고용률이 44.2%에 불과하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 지금 한국의 청년들이 얼마나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지 알게 됩니다.
물론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YOLO만 이야기하며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권력자들의 채용비리나 입학비리를 보면서 외압을 통한 '과정 없는 결과'를 혐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청년들은 구조적 상황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아 기록을 통해 결과를 증명하고,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어릴 적 부터 경쟁사회에 익숙한 한국 청년들은 '갓생 살기'조차도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에서는'갓생 살기'를 응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주간일기 챌린지' 이벤트를 통해 보상으로 포인트를 제공하고, 금융·교육·식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자신의 목표 계획을 공유하는 마케팅 활동을 벌였습니다.
또한 공유형 기록관리, 동기부여 앱들이 앱스토어 순위권에 들고, 학습시간 관리 앱들의 경우에는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부, 운동, 식단 등 다양한 기록을 공유하여 랭킹 기능을 통해 경쟁을 하고 보상을 얻습니다.
또한 기상, 취침 등의 미션 그룹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 시간을 확인 할 수 있어 잘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효과를 얻기도 합니다. 이런 기능들은 젊은 세대들의 '갓생 살기'를 꾸준히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활용됩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젊은 세대들이 취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가치가 '자기 성장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정시 퇴근'이 안 되는 회사를 취업 기피 1순위로 꼽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퇴근 후 운동이나 자격증, 어학 공부 등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어느덧 당연한 문화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갓생' 트렌드를 보면, 한가지 큰 흐름을 깨닫게 됩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자기계발에 있어 진심인 세대라는 것입니다. 회사 생활과 자신의 삶을 구분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것이 요즘 2030 세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런 열심히 사는 세대를 타겟으로 한 서비스나 이벤트가 계속 성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신규 사업이나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 부분을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
'갓생 살기 챌린지'는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치열하게 '갓생'을 위해 노력하고 얻은 결과를 스스로 바라보았을 때, 자기 역량개발에 대한 대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력한다고 꼭 원하는 결과를 모두가 얻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그 과정 속에서 이전보다 더 성장하기 때문에 다음 도전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들은 열심히 '갓생'을 위해 기록하고 성장합니다. 이것이 한국의 '갓생 살기'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