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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nett Oct 19. 2022

한국 ESG 경영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딜레마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

✔️ ESG란?

2020년, "ESG 경영의 아버지"이자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투자자 연례 서한에서 "ESG 경영에 소홀한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주주개입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실적이 좋아도 ESG를 고려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ESG라는 개념은 2006년 UN에서 발표한 사회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Ersponsible Investment)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후 2015년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파리기후협약)에서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에 합의하면서 ESG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ESG는,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ESG와 같은 개념은 있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그 예시입니다.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 출처 : 지속가능발전포털


CSR과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한다는 점에 있어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CSR은 잘못한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투자를 철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ESG는 투자자의 니즈로 인해 해야만 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이러한 'ESG 경영'은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윤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ESG가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기업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존립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업에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KOSPI(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ESG보고서(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2030년에는 모든 KOSPI 상장사가 ESG보고서 의무 대상이 됩니다.이제 ESG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의 ESG 성공 사례 : LG에너지솔루션, 한국조폐공사


한국의 ESG 경영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ESG 경영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곳이 한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화폐를 만드는 기관인 '한국조폐공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드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전기차가 친환경적인 가치를 담은 상품인 만큼 자사 소유 차량을 100%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폐배터리의 폐기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1위 코발트 업체와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세워 운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16년,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자재인 코발트 생산량의 50%를 책임지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채굴 현장에서 아동 노동착취 행위가 벌어진 것을 알게 되고, 관련 된 코발트 공급업체를 실사를 완료하고, 다음 해에는 콩고민주공화국 현지 코발트 광산 직접 실사를 통해 아동 노동실태를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한국 배터리 업계 최초로 책임 있는 광물 조달 협의체인 RMI(Responsible Mineral Initiative)에 가입하며 지금까지 공급망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발트 광산 노동착취 이슈는 기업의 직접적 잘못은 아니었지만, 후속 조치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강화한 ESG 경영의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화폐를 제작하는 기관인 '한국조폐공사'에서는 지폐를 만들고 발생하는 면 소재의 폐기물을 비용을 들여 자체 폐기하지 않고 협력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해 재활용 제품을 만들고, 그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 경영을 실천하는 우수사례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두 기업 모두 ESG 중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영역에 있어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기업의 입장에서 ESG 경영을 빠르게 실천 할 수 있는 부문이 환경과 사회 영역이기도 합니다. 



 ✔️ 한국의 ESG 실패 사례 : 남양유업

 


 위의 두 사례처럼 ESG 경영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2011년 초만 해도 유제품 기업 중 주가가 가장 높았고(1주 당 1,100,000원) 유제품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었던 '남양유업'은 2013년에 있었던 '남양유업 대리점 상품 강매사건' 이후로 이미지가 하락하며 현재까지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 총수인 회장은 사과를 하지 않았고, 해당 이슈에 항의했던 대리점들은 계약해지를 당하고, 핵심 대리점주는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 총수는 이 과정에서 주식 지분을 대량 매도하여 주주들의 비난을 받았고 경쟁기업보다 매우 높은 비정규직 비율(31.6%)에 매출에 비해 평균 연봉은 업계 최하위임이 드러나면서 전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분유에 녹가루가 검출되었는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로 몰아 고소를 하거나 허위·과장 광고, 일본에서 1993년에 판매되었던 '아사히 음료'의 '16차'를 이름만 바꿔 '17차'로 판매하거나 일본 '메이지 유업'의 "おいしい牛乳(맛있는 우유)"의 이름은 물론 포장 디자인까지도 비슷하게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남양유업 표절 논란 제품(좌 - 16차와 17차, 우 - おいしい牛乳와 맛있는우유GT)


이외에도 기업 운영에 있어 제품 가격 담합, 제품 특허 침해논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사고도 있었고,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공금 횡령과 마약 투약 혐의, 경쟁사에 대한 허위 비방 광고까지 하는 등 최악의 ESG 경영 사례를 보여주게 됩니다.


심지어 작년 5월에는 자사 제품 발효유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거짓 언론보도로 주가조작 의혹까지 일어나는 등 전국민적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코로나 백신 공급문제로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기에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결국 남양유업에서는 사과문을 발표했고, 그룹 오너는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론이 잠잠해지자 가족들을 한 명씩 임원으로 복직 시키고 회사 매각 취소선언을 하면서 최악의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남양유업 제품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는 한국인들이 많아지며 기업 이미지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주가는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하였고, ESG 경영이 대두 된 2020년 이후로 현재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규 제품이나 사업을 진행 할 때는 기업명을 감추고 제품을 출시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등 사실상 정상적인 기업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아무리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좋더라도 기업이 ESG 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은 외면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남양유업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 ESG의 딜레마 : 진정한 지속가능한 투자란 무엇인가?



출처 : 전기뉴스(electimes)


 전 세계 기업들의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ESG 경영은 2022년 현재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압박이 기업의 경영환경과 수익창출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측면에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전쟁이 큰 이슈가 된 상황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올 해 들어 투자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환경 및 사회 이슈 관련 안건에 24%만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전년도 상반기 찬성률이 43%에 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50% 가량 낮아진 수치입니다.


 ESG 투자 열풍을 주도했던 블랙록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예측 할 수 없는 변수이고, 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화석연료 투자의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자산운용사로서는 무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는 화석연료를 포기하라는 ESG 압박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후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투자를 계속 병행했고, 그 결과 동일 기간 전 세계 6대 에너지 기업들보다 압도적인 수익률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블랙록은 지난 5월 공개한 '스튜어드십 투자 지침'에서 "ESG 투자 지침이 너무 규격화 되고 당연한 규범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전쟁 개전 이후에는 투자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무조건적인 ESG 열풍에는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유럽 투자자들은 반전(反戰) 이슈에 따라 방산업체 투자를 금지해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NATO의 강화 및 유럽의 재무장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투자 제한을 해제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통해 윤리적인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로 인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자 화석연료에 의존함으로써 친환경 목표 위반을 감수 해야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실제로 탈원전 국가인 독일의 경우에는 올 해 연말까지 전면 폐쇄하기로 했던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전쟁이라는 이슈로 인해 ESG에 대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ESG 경영이 지속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또한 이러한 글로벌 이슈에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의 ESG 경영에 있어 위와 같은 고민들이 생겨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ESG 경영에 대한 개념이 이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발전된 ESG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환경이나 사회적 기여는 기업들이 비교적 평소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으로 비교적 잘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탈세와 불법 경영 승계,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등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배구조(Governence)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기업의 ESG 경영은 기업이 직접 경영에 필요한 환경과 인프라, 그리고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기업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결국 확대 될 것입니다. 


지금은 글로벌 이슈로 ESG가 주춤하지만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기업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ESG는 단순한 투자 규범을 넘어 지속가능한 투자가 무엇인지를 재정의하여 ESG의 개념을 진화시키고 확장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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