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의 이 혹한기를 조각투자로 견뎌낼 수 있을까?
2020년 코로나19 이후,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TV나 유튜브에 나와 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고 연일 이야기됐습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이른 바 '동학개미운동(2020년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조선시대 반외세 운동이었던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 일어나며, 그 과정에서 KOSPI 주가지수는 3,300을 돌파했고 이 내용이 해외 언론에도 소개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 금리 인상으로 인해 위험 자산들의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소액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을 찾기 시작 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상화폐와 NFT였습니다.
이외에도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 자산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투자 방식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 바 '조각투자' 방식입니다.
목돈이 없으면 투자 할 수 없었던 부동산이나 미술품 외에도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이 있습니다. 오늘은 조각투자에 대한 설명, 사례와 리스크, 그리고 왜 사람들은 조각투자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각투자는 단순히 말하자면, 고가의 자산이나 상품을 주식처럼 여러 개로 쪼개서 판매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당연히 조각투자의 대상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상승 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과 상품이 주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면, 조각투자 업체는 100만 원에 자산을 매입하고 이를 100개로 쪼개 하나 1만원씩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내고 자산에 대한 이익은 투자자들의 지분만큼 배분해주기 때문에 구조상으로는 그럴 듯 해 보입니다.
이러한 조각투자의 주요 참여자는 청년 세대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앤가이드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 40대 비중이 37%, 30대와 20대가 각각 29%와 25%라고 합니다. 수익률도 제법 괜찮아 평균 수익률이 20%에 육박한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조각투자에 관심을 더 적극적으로 갖게 되는 이유는, 자산의 여유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본인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성격이 투자에서도 다양성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가의 자산과 상품을 조각내서 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 할 수 없었거나, 투자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상품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부동산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동산을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직접 투자방식과 간접 투자방식으로 나뉘게 됩니다.
하지만 2020년 초, 새로운 간접 투자 방식인 DABS(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를 통해 소액으로 개인이 누구나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건물에 투자를 하고 임대료에 대한 배당수익과 거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피스와 호텔, 물류센터 외에도 한국의 대표적인 건물인 '잠실 롯데월드몰'에 대한 투자 공모가 7월에 예정되는 등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미술품도 조각투자를 하는 대표적인 자산입니다. 그동안은 '미술품 투자'라고 하면 부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핀테크(Financial + Technology의 합성어)가 발달하면서 미술품에 관심있던 일반인들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트 컬렉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투자를 하기 위해 작품들을 알아보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게되고, 내가 구매한 작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감상도 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추가적인 경험들도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 음악 저작권도 조각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외에는 음악 저작권에 대한 펀드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 2016년에 세계 최초로 온라인에서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인 '뮤직카우'가 서비스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적극적인 홍보로 가입자와 거래규모가 늘어나면서, 내가 평소에 즐겨듣는 음악의 저작권 수입을 일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특히 매력적인 투자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번째로 정말 재미있는 투자 자산이 있습니다. 바로 '소'입니다. 네. 그 소가 맞습니다. 'Cow' 맞습니다. 일본에 '와규', 미국에는 '블랙 앵거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우'가 있습니다.
이 한우에 대한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도축 후 지분만큼 수익을 나눠갖는 모델입니다. 한우의 가격이 매우 높고, 사육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목장주와 소비자의 니즈가 서로 맞아 떨어지며 만들어진 사업모델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조각투자 방식이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이 투자방식에 대해 한국 금융위원회에서는 많은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뮤직카우 이슈(음악 저작권을 중개하는 행위가 '증권성 거래'에 해당한다고 한국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했습니다.
이전에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로 인해 규제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이슈가 됨)도 있었던 만큼 일시적으로 시장이 위축 되는 분위기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이전보다 자산에 대한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진 만큼 투자자들의 접근도 더 쉬워지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금융위원회에서 조각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이번에 제공하면서 제공하는 상품이 증권성을 띄는 경우 원칙 상 현행 자본시장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제 속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다소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조각투자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2022년 한국은 이미 사회적으로 발전이 어느정도 완성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렇기에 1970~80년대 '한강의 기적'처럼 고성장을 기대 할 수도 없고, 국내외 경제 이슈들로 인해 소비자 물가는 2년 간 3.8배가 상승했습니다. 이는 아시아 선진국 중 1위이고, 그 상승률은 미국을 뛰어넘은 상황입니다.
과거 고성장 시기에는 본인이 노력을 하면 어느정도 원하는 직장 수준에 갈 수 있었다면 현재 한국은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개발자와 비개발자(사무직) 간 임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입 개발자는 연봉 5,000~7,000만원에 스톡옵션을 줘도 개발자를 못구하는데 비해 신입 사무직 연봉은 3,000만원도 되지 않는 상황)
실제로 한국의 청년세대(40대 이하)는 역사 이래로 부모보다 자녀가 더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학자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재테크의 끝은 부동산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특히 부동산 가치가 높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높았던 부동산 가치가 최근 4~5년 사이 모든 지역에서 최소 2.5배 이상 상승하면서 이른 바 '벼락거지(벼락부자의 반대말로 최근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산이 없던 사람들이 가난해진 것을 의미함)'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년 퇴직할 때 까지 월급을 모아도 거주 할 집을 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청년세대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조각투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추측 할 수 있습니다.(실제로 이 글에 전부 소개하진 않았지만 더 다양한 조각투자 상품들이 많습니다.)
또한 '조각투자'는 소액으로도 건물주가 될 수 있고, 비싼 미술품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작곡가의 저작권 수입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운 현실에서 젊은 세대들이 당장은 이룰 수 없는 판타지를 제공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조각투자 비즈니스는 기업 입장에서도 시장 참여자를 늘리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고, 시장규모도 확대되기 때문에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기업도 소비자도 앞으로 계속 금리가 인상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소액으로 투자 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