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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진 Jan 11. 2021

안녕하세요 여러분

슈퍼키드

안녕하세요 여러분

시작부터 우리는 미친 듯이 뛰어요

여러분도 같이 뛸래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더 미친 듯이 놀아요

미친 듯이 뛰어요 미친 듯이 놀아요

미친 듯이 뛰어요 미친 듯이 놀아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끝날 때까지 우리는 미친 듯이 뛰어요

여러분도 같이 뛸래요

그러면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요

같은 꿈을 꾸어요 주인공이 되어요


좋아서 노래하고 좋아서 춤을 추고

좋아서 뛰어다니고 좋아서 소리 지르고

좋아서 크게 웃고 좋아서 땀을 흘리고

좋아서 눈물 흘리고 좋아서 당신들을 만나요


좋아서 노래하고 좋아서 춤을 추고

좋아서 뛰어다니고 좋아서 소리 지르고

좋아서 크게 웃고 좋아서 땀을 흘리고

좋아서 눈물 흘리고 좋아서 당신들을 만나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1982년생인 저는 올해로 만 39살, 한국 나이로 40살이 됩니다. 와, 내가 벌써 마흔 살이라니. 논어에서는 마흔의 나이를 '불혹'이라 했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과 내가 그러한가, 스스로를 돌이켜보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여전히 사물의 이치는커녕 겉모습에 현혹되기 십상이고, 세상 일에 흔들림 없기는커녕 매 순간 흔들림의 연속이어서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실 올해 1월 1일에는 새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입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달고 살아도, 속내는 마냥 기쁘거나 긍정적이지 못했습니다. 내가 벌써 마흔 살인데 과연 내 안은 제대로 영글어가고 있는 걸까, 그냥 이대로 지내도 되는 걸까, 라는 걱정에 짓눌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꿈'이라는 단어에 늘 설레어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한글을 떼기 시작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던 만화책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소년만화가 그렇듯이, 저의 소년기에 제게 영향을 끼친 만화들도 대부분 주인공의 도전과 성장을 그린, 꿈을 찾아 나서는 만화들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꿈은 누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세속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니고, 오롯이 주인공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도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컸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패배자의 모습으로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환상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난에 빠지면서 거품이 물에 녹듯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사그라들었죠. 언젠가 '내가 그렇게 꿈을 좇은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현실에 치여 살기 바빴으니까요.


이제 와서 '난 다시 꿈을 좇아 제2의 인생을 살래'라고 작심하며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마흔 살쯤 되다 보니,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의 중심을 잡을 정도는 되었나 봅니다. 반대로 '지금의 나를 좀 더 좋아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써내려 가는 중입니다. 저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니, 정말로 사랑하게 되었어'라는 어느 드라마(였는지 영화였는지도 가물가물 합니다)의 대사를 믿습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건 대학생 시절 전공수업에서 들은 선택적 지각에 대한 내용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이론적으로도 뒷받침이 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나를 좋아하자는 것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의미보다는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일, 함께 하는 사람, 나를 둘러싼 상황을 좀 더 좋아해 보자는 의미에서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결과물은 형편없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일의 결과는 형편없을지 몰라도, 그 일을 겪은 나에게는 보다 발전적이고 의미 있는 한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광고대행사 인사팀에서만 10년을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제 도전정신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섣불리 다른 직무를 생각하기가 쉽지만은 않게 되었습니다. 이왕 인사쟁이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 운명이라면, 훗날 누군가가 저에게 왜 그 일을 했냐고 물었을 때 '좋아서'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첫 시작은 그렇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 일을 하다 보니 정말 좋아졌다고, 그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공유하며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이 좋은 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슈퍼키드가 두 번째 정규 앨범의 마지막 노래에서 '우리는 좋아서 노래한다'고 외치는 그 모습처럼요.


[안녕하세요 여러분] https://www.youtube.com/watch?v=KjCAhPJVt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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