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도우십니다
하나님을 매일 사랑해요.
아이를 기다리는 지루한 폭풍의 시간. 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댔는데 진짜였어요. 좌절과 원망을 지나 주님을 향한 신뢰와 믿음, 감사와 찬양이라는 꽃이 피어나네요. 하나님께 받은 게 정말 많아요. 다 갚진 못해도 갚고 싶어 져요. 사랑이신 하나님을 나도 더욱 사랑하고 싶어요. 선하신 주님을 결코 오해하고 싶지 않아요.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니 귀히 대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순종하고 싶었어요.
말씀을 따라야 하는 이유가 심플해졌어요.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이더라고요. 사랑은 마음을 변하게 하고 행동을 새롭게 하는 것이었어요. 하나님을 너무 사랑해서 거룩을 꿈꾸게 되고, 죄를 멀리함으로 하나님의 곁에 더욱 머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요.
그런데 쉽지 않았어요.
말씀에 순종하고 그의 통치를 받고 싶은데, 결코 순종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두 개씩 계속 튀어나오는 거예요. 정말 이상했어요.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녀가 되고 싶다고 기도하는데 눈을 뜨면 불순종의 태도만 커지는 게 너무 황당했어요.
그것만 빼고 순종할게요!
조건이 붙기 시작하고요. 합의를 하려고 해요.
하나님, 제가 이건 할 수 있는데 이건 진짜 안될 것 같고요..이 정도는 봐주실 수 없나요? 불안하고 괴로웠어요. 그토록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분과 교제를 원하는데 순종할 수 없는 이 불편감은 마치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 같았어요. 병원에 실려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 가시가 있으면 아무것도 못 먹고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요. 기도할 때 딱 그랬어요. 순종하지 못하는 제가 목안의 가시처럼 옴짝달싹 못한 채 주님 앞에 멈춰있게 되었어요. 입을 벌리지도, 울부짖지도 못했어요. 순종하고 싶지 않은데 순종하겠다고 기도하면 하나님을 기만하는 것이었어요. 그렇다고 하나님을 떠날 수도 없잖아요. 제 생명이 바로 주님 안에 있는데요. 하나님 말고는 제게 다른 품이 없는 것을요.
며칠을 멈춘 상태로 보내다가 마침내 생각했어요.
걸린 생선가시를 빼는 방법은 밥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씹어 삼키는 거거든요. 껄끄럽고 따끔해도 눈 질끈 감고 밥을 먹어야 해요. 희한하죠, 아무것도 더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그래, 혼나더라도 일단 말씀은 들어야겠다. 그분의 인격을 신뢰하고 나아가자. 하나님은 적어도 무턱대고 하라고 강요하실 분은 아니라고 믿었어요. 단순한 행위에 집착하시는 분은 아닐 거라고요. 혼을 내실지언정, 분명 바르게 저를 인도하실 분이심을. 훈육 안에 풍성한 사랑을 녹여주실 하나님 아버지를 기대했습니다. 불편한 채로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 게 가시를 넘기기 위한 밥 한 숟가락이었네요.
하나님, 저 못하겠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를 더욱 사랑함으로 순종하고 싶지만, 도저히 이것이 해결되지 않아요. 저를 도와주세요. 예수님처럼 생명 다해 주님을 사랑함으로 순종해야 할 텐데, 저는 당장 제 작은 유익조차 포기를 못하겠다고 무작정 고백했어요. 초라하지만 이것이 제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기도라고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같은 기도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예수님의 기도는 그 작은 양을 통해 오천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기셨지요.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진실로 다정하셨어요.
불 같은 화를 내시며 이것도 순종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시는 분이 아니셨어요. 매 맞을까 두려워하며 나아갔음에도 하나님은 나를 다시 온유함으로, 오래 참음으로 대해주셨답니다. 다만 그분은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조용히 알려주실 뿐이었어요.
저는 그 누가 뭐래도 하나님의 귀한 자녀라는 것을요.
남들이 저를 함부로 대하는 게 싫었어요. 무리한 요구와 비꼬는 말들에 찍소리도 못하고 바보처럼 헤헤 웃을 수밖에 없는 제가 너무 답답했는데요. 그래서 제가 저를 지키려고 했고, 그것도 안되면 주변을 들들 볶아댔죠. 나를 지켜달라고! 사랑한다면 나를 살려달라고요. 겁에 질려있는 아이가 무슨 순종을 할 용기가 있었겠어요. 여기서 더 순종하면 나는 그 사람의 영원한 종이 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래서 못하겠던 거예요.
제 유일한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누구의 딸로, 며느리로, 사모로. 온갖 타이틀로 세상은 나를 쥐고 종으로 삼으려고 하지만, 하나님이야말로 저의 주인이고 저는 주님만을 위한 종이라는 거예요. 심지어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로. 정말 자유했어요. 나를 옭아매고 있던 타이틀, 남들보다 뒤처진 임신, 직업 없음 등등.. 하나님 앞에서는 다 필요 없던 거였어요.
거절해도 죄를 짓는 게 아니었어요.
사랑으로 섬겨야 함은 맞지만, 그 상대에게 제가 휘둘리거나 모든 것을 맞춰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명령을 모두 들어줘야만 선한 순종이라고 믿었던 이유는 제 안에 선과 악을 스스로 판단하는 교만이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을 알게 하셨어요. 또한 부족할지언정, 할 수 있는 만큼의 순종도 하나님은 기꺼이 받아주시며 인정해 주시는 분이심을 배웠습니다.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해도 넉넉히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인격에 어찌나 기쁘던지요.
진리를 깨닫고 평안해지니 하나님의 두 번째 레슨이 들렸습니다.
하나님의 자녀 된 제가 유일하게 바라야 할 것은 오직 하나님을 기뻐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높아질 때 기뻐하고, 그의 이름이 합당한 영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슬퍼해야 한다는 거예요. 존 파이퍼 목사님의 단호하고도 분명한 글을 읽어가니, 주의 자녀 된 내게이제는 내 생명도, 자존심도, 그 어떠한 것도 나의 기쁨과 슬픔의 기준이어서는 안 된다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잘못된 정체성에서 온 자기 연민은 위험합니다.
그동안 저는 온통 저에 대한 것으로 자랑하고 기뻐하고 욱하고 화를 냈습니다. 내가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이에게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대했어요. 나만 불쌍하다고,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많이도 원망했네요. 나만 당하고 산다고요. 세상은 당연하다 말해요. 너를 지키라고요, 너는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요. 하지만 예수님을 보면 그렇지 않아요. 예수님은 하나님의 이름이 영광 받는 것으로 기뻐하셨고, 하나님의 영광이 훼손되는 일에 심하게 화를 내셨어요.
내가 상처받을 것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사모합니다.
진리를 깨달았지만 여전히 못할 때가 태반입니다. 아직도 저는 하나님의 영광보다 제 안위가 중요해요. 그래서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못합니다. 제겐 그런 능력이 없어요. 여전히 저는 순종이 어렵고 무섭습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아, 오늘 이 분을 만나야 하는 날인데. 도저히 못하겠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분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하며 나의 필요보다 그분을 섬겨주길 원합니다. 혹여라도 그분의 행동에 제가 상처받더라도 주님, 저를 붙들어 주세요. 주님을 더욱 사랑함으로 제 상처에 둔감해지길 원합니다. 하나님만 사랑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높아지는 것만 중요합니다. 주여 나와 함께 하여 주옵소서.
기도하게 만드시는 분이 계세요.
몇 십 년 예수님을 믿어도 이것밖에 안되느냐고요. 사모인데 그것도 순종을 못하느냐고요. 네 맞아요!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시야나 마음이 넓지를 못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런 나도 자꾸 기도하게 만드십니다. 못하겠는 건 기도하라고요. 하나님 결코 제게 이것도 못하냐고 빈정거리지 않으세요. 다만 정직한 마음으로 기도하길 원하시고, 그의 성령으로 도우십니다. 분명히 인도하십니다.
순종하기 싫어도 순종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 꼴 보기 싫어도 사랑하게 해 주세요. 저 사람 저랑은 맞지 않지만 축복합니다. 이 상황이 답답하지만 감사합니다. 미래가 불안하지만 주님을 신뢰합니다. 순종하기 싫지만 순종하고 싶습니다.
못하겠는 것 투성입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간절히 기도할 때,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간섭하십니다.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하시고, 돌 같은 마음을 물 같이 만들어 주시며, 절대 안 변할 것 같은 상대방에게도 미리 손을 써주십니다. 참 희한해요. 답이 없는 상황과 제 자신에 풀이 죽어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분명히 일하고 계셨어요.
모두 하나님의 열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