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믿음, 넘치는 은혜 (2)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by 아링

배란 후 9일 차 아침.


여보 나 임테기 또 해볼까? 어차피 아니지만 한번 해보는 거야!

우리 부부에게 결단코 임밍아웃이란 것은 없다. 임테기 한번 하는 것에도 비밀이 없는 사이니까. 내가 참지를 못한다. 그래, 하고 싶으면 해 봐 남편은 나를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테기를 했다. 한 줄 나와도 나는 할렐루야! 하나님을 찬양할거야, 굳게 다짐하며. 어쩌면 이 시점에는 두 줄을 보고 싶다기보다, 한 줄이 나와도 감사하는 믿음이 되기를 바라며 임테기를 했던 것 같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5분이 지났다. 자, 할렐루야 하는거야..할렐루야 해야지.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본 임테기에 분홍색 선이 아주 옅게 떠있다! 선홍빛의 약한 한 줄! 어 이게 뭐야??????? 이거 시약선 아닌데!!! 여보 보여!!!! 어??? 아 맞다, 할.. 할렐루야! 너무나 당황해서 뒤늦게 할렐루야가 터졌다.


이게 진짜인가, 뭐지 하고 들여다보다가 진짜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차올랐다! 할렐루야!!! 그런데 남편의 눈엔 보이지 않는단다. 원래 남편들은 잘 보지를 못해! 여기 보이잖아, 하고 내가 다시 보았는데, 이럴 수가? 없어졌다. 분명히 있었던 선이 흩어지고 없어져버렸다! 남편은 아니라니까, 하고 출근했고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달랐는데. 왜 보였다가 사라졌을까? 하루 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 번 더 해봐야겠다, 하고 집어든 임테기에는 도통 보이는 게 없었다. 그런데 희한한 건 두 임테기 모두 한참 후에야 시약선처럼 희미하게 무엇인가가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이거 분명 맞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넷을 한참 동안이나 찾아보았다.


옅은 두 줄을 보고 나니 갑자기 다시 간절해졌다. 제발 임신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빨간펜을 찾아 두 줄을 긋고 싶은 충동까지 올라왔다! 이번에도 안되면 전문적인 난임병원에 가서 조금 더 구체적인 검진을 받아볼까? 일반 산부인과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어떤 세밀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보이는가? 이쯤 되니 믿음이고 나발이고가 되어있는 나의 초흥분 상태를.


남들이 해본다는 Negative 앱도 다운받았다. 그림을 반전시켜서 희미한 줄이 하나 더 보이면 임신이고, 보이지 않으면 그냥 시약선이거나 비임신이라고. 아침 임테기 두 개는 아무리 반전을 시켜봐도 한 줄이었다. 대조선만 뚜렷이 보였다. 그러다가 블로그의 한 포스팅을 보게 되었는데, 이러한 저러한 단서들을 대며 내가 지금 보는 것은 시약선임을 꽝꽝 못 박아 주었다. 흥분된 마음에 팩폭을 당해 억지로 차분해졌다.


그래 정말 아닌가 보다. 괜찮다. 할렐루야...

임테기 시약선만큼이나 희미해진 할렐루야. 그나마 하나님에게 원망이나 불평 분노가 쏟아지지 않는 것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해야 하나. 두 줄 긋는 것은 빨간펜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아이를 만드는 일은 정말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주께 소망을 두고, 주께서 지명하여 부르시는 아이, 그가 부르시는 때가 있음을 기억해야 했다.


배란 후 9일 차 오후 2시 40분쯤.

오후가 되어 시간이 갈수록 몸은 자꾸 뜨거워지는 게 영 이상한데 시약선이라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서 깨~끗한 한 줄을 보고 깔끔하게 포기하자! 이번에는 시약선조차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소파 한편에 임테기를 두고 딴 일하며 타이머를 맞췄다.


타이머가 울리고, 아무런 기대 없이 임테기를 집어 들었다.



헉!!!!

시약선이 아니고, 진짜 이거는 두 줄이었다. 희미해서 매직아이라고들 하지만, 이번에는 아침처럼 보였다 사라진 것도 아니었고, 눈을 가늘게 떠야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딱 봐도 대조선 옆에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 남편한테 바로 사진 찍어서 보내고, 배테기 커뮤니티에도 슬며시 글을 올렸다. 누구한테라도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남편은 글 올린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글 봐준 사람들 모두 두 줄이 잘 보인다며 축하한다고 해주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진짜. 급하게 열도 재봤는데, 37.7도로 꽤 높게 나왔다. 그리고 그날 새벽 발이 후끈후끈 열감으로 뜨거워진 게 생각나면서, 아 이건 정말 임신인가 보다 했다.


남편은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던 것인지 진짜냐고만 물어보았다. 얼리테스트기가 있으면 지금 한 번 써보라는 말도 해주고. 생리 예정일 4-5일 전에 쓸 수 있는 건데, 생각해 보니 원포 테스트기에 희미하게 떴으면 얼리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했다. 살짝 무섭기는 하더라. 임신이 아닐까 봐. 다시 한 줄이 선명하게 나올까 봐. 그럼에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마침 집에 딱 하나 있던 것을 사용했고, 결과가 나오는 그 5분을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게 서성였다.



두 줄이다.

진짜 두 줄이 나왔다.

사진 상으로는 조금 흐릿하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저것보다 진한 분홍색 선이었다.

임테기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자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님, 진짜예요..? 이거 진짜예요..?
저 진짜 임신한 거예요?


흐느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감사함과 감격으로 가득 차서. 할렐루야, 울면서 외쳤다. 그동안 하나님이 해주시길 바라며 얼마나 바보같이 견뎌왔는지. 스스로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믿음으로 하나님을 기다린다고 선포했음에도 어찌나 연약한 믿음이었는지. 하나님이 분명히 하실 것을 믿고 싶은데 믿어지지는 않고, 하나님을 믿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일임에도 내 지혜와 명철로 끊임없이 원인과 방법을 찾던 수많은 날들.. 깨어진 믿음임에도 하나님께서 넘치는 그의 은혜로 덮어주심에 정말 감사했다.


이것 봐! 우리 하나님이 하실 수 있다고 했지!!!!


주변의 눈치를 보던 내게, 하나님께서 직접 해주신 일로 말미암아 구겨진 체면이 빳빳이 세워지는 기분이었다. 불신앙과 의심에도 불구하고 믿기를 원했던,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의 일하심이 진짜임을 경험하고 선포하며 자랑하기를 원했던 내게..


마치 괴롭힘 당하던 어린아이가 아빠만을 애타게 찾다가 아빠가 딱 등장한 순간과도 같았다. 거봐, 우리 아빠는 나를 구하러 온다고 했지! 아빠가 잊지 않고 날 찾으러 와주셨다. 내가 너무 민망하지 않게, 나를 사랑받는 자녀로 당당하게 세워주셨다. 하나님 아버지는 내가 이 기다림 가운데 느꼈던 모든 괴로움을 가장 잘 아셨을 테다. 사실 남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믿음이 문제였을텐데. 임테기의 두 줄을 보자 모든 서러움과 부끄러움이 하나님의 은혜로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우리 부부의 임신이 남들 앞에 하나님이 하셨음을 보게 하는 통로가 되기를 원하며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남들 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 부모로 서게 되는 우리가 먼저 증인이 되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새 생명이 만들어지는 순간. 오직 하나님께서 태초 전부터 계획하신 한 생명을 우리에게 보내주시기로 작정하시고 진짜 행하셨음을 눈으로 마주한 이 순간.


정말 하나님께서 하실 수 있나 하고 의심하던 나의 연약한 마음 가운데,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행하셨다는 것을 철저히 믿게 된 이 날. 마음 깊이 하나님의 역사를 깨닫게 되고 오직 감사와 찬양만으로 반응하게 된 날.


깨진 믿음일지라도 넘치는 은혜로 채워주시고 역사하신 하나님.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할렐루야,

모든 영광 주님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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