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상황에도 할렐루야!
이번에는 됐을까?
배란기를 지나면 몸이 뜨거워지고, 뾰루지가 하나씩 올라온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은 무거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면역력이 낮아지며 매달 가벼운 증상들이 나타난다.
내 꿈은 오직 하나님이라고 고백했는데! 여전히 임신을 원하는 마음은 참 끈질겼다. 이만하면 하나님께 맡길 때가 되지 않았나. 하나님의 일하심과 나의 최선 사이를 널뛰듯 오가며, 내 마음도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
하나님이 가장 선하시고 옳으시다. 내 삶에 어떤 것이 최선인지, 어떤 타이밍에 어떤 방식이 좋을지는 오직 하나님께 속해있음을 굳게 믿는다. 하나님 그건 진짜 맞습니다. 제 생각보다 하나님이 옳으시지요. 근데 저 임신은 정말 하고 싶어요!
희한했다.
임신을 두고 하는 기도가 참 어색하기만 했는데, 그동안의 훈련을 거쳐 주님을 더욱 신뢰하게 되니 나 또한 내 소원을 자유롭게 아뢸 수 있었다. 하나님이 하실 영역이고 하나님이 가장 잘 아심을 확신하지만, 내 원함과 감정은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기도해도 되는 것이구나.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원하는 감정을 모두 떨쳐내고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원해야 한다는 강박이었구나.
온전한 믿음을 위해 기도했다.
나의 명철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음으로 임신이 되길 원했다. 더욱 굳은 믿음 달라고, 더욱 잘 믿는 제가 되게 해달라고. 언젠지 모를 그날을 앞으로 더 기다려야 한다면, 하나님 그만한 믿음을 달라고.
물론!
잘 안되긴 했다.
배란 후 7일 차.
대게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할 때 배에 콕콕하는 느낌이 든다고들 한다. 하지만 없는 느낌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나 또 무증상이라니. 임테기를 해봤지만 아무런 선이 보이지 않았다. 아닌가? 이번에는 맞는 거 같은데.
배란 후 8일 차 새벽.
잠이 잘 안 와서 거실 소파로 나와 드러누웠다.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가 새벽 기도 갈 즈음 잠이 들었다. 오늘 남편 설교라 같이 갔어야 하는데. 일단 영상으로만 틀어두고 잠에 쿨쿨 빠졌다. 무슨 설교인지, 어디 본문인지도 모르고 자고 있는데 잠이 깨면서 남편 목사님의 한 마디 설교가 들려왔다.
하나님께 소망을 두십시오.
아멘, 하나님 제 소망은 오직 하나님입니다. 아이를 기다리느라 한바탕 또 난리법석인 나의 마음 가운데 하나님께서 간결한 메시지 하나를 보내주신 것 같았다. 나의 소망은 오직 주 여호와. 하나님 당신에게 제 모든소망을 둡니다! 다시 개운해진 영혼에 잠이 찾아왔다.
아침이 되어 정신이 말짱해지자 다시 임테기에 소망을 찾았다. 오늘은 되었을 수도 있지! 8일부터는 희미하게라도 나온다고 하니까. 하지만 눈알을 요리조리 굴려봐도 깨끗한 한 줄이었다. 이번에는 내심 기대가 되었는데. 임신 초기 증상은 전혀 없지만, 내 꿈이 하나님으로 바뀌고 하나님과 마음이 단단하게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할 만했다. 그동안은 막연히 열심히 기도하고 나서 이제 해주시려나? 했지만 이번엔 정말 다른 느낌이었다. 하나님께서 내가 깨닫기를 원하시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분 명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네!
오랜만에 땀을 내며 운동을 했다.
이번에도 아니라면, 지금을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래, 열심히 살자. 건강하게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자! 당장 거실에 매트를 깔아 영상을 보며 전신 근력운동을 했다. 몸이 찌그러지고 덜덜 떨리며 땀이 나는데 기분은 좋았다.
배란 후 9일 차 새벽.
또 잠이 깼다. 잠이 도통 안와 거실로 나와서 에어컨을 틀고 가만히 누워 잠을 청했다. 오늘도 새벽기도는 못 가겠다. 임신 증상은 없고 생리 전 증후군은 아주 심각하네! 복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새벽 예배 영상을 틀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깼다. 이번에는 새벽 예배가 다 끝나서 찬양이 플레이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내 것이라 너의 하나님이라
내가 너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기노라
너를 사랑하는 내 여호와라
잠결에 찬양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와중에 너무나 뜨거운 감동이 몰려왔다. 찬양의 가사가 하나님의 마음으로 들렸다. 나를 지명하여 부르신 하나님, 우리 아이도 하나님께서 지명하여 부르시겠지! 내가 아이를 지명해 내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아이를 직접 불러주시겠지. 그리고 태어나게 하시겠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사가 몰려왔고 다시 평안이 나를 감싸는 기분.
눈물 질질 흘리며 잠이 들었는데,
난데없이 발에 불이 붙은 듯이 후끈후끈해서 왜 이리 뜨겁지! 하고 발을 주물러댔다.
지금까지 생리 증후군으로 발이 후끈후끈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