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형 인턴, 이건 그린라이트인가요?
처음 채용형 인턴에 합격했을 때 취업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물론 3년 안에 그만두어야 하니 언제고 다시 이어질지 모르는 취업준비 생활이지만, 적어도 당장은 그토록 찾아왔던 나의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외국계, 인사팀, 본가와 가까운 거리 그 모든 게 딱 내가 찾던 조건에 부합하는 회사였다. 왜 이제야 나타났나 싶을 만큼 반가운 자리였고 이건 완전 내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보통 채용형 인턴이라 하면 전환율이 100%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인턴 기간 중의 업무 성과에 따라 전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불안전한 자리다. 당장 3개월 뒤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채용형 인턴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다. 회사에 대한 적응인지 사람과의 관계인지 혹은 내가 담당하게 될 업무에 대한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대해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100% 확률을 만드는 것은 오롯하게 나에게 달려있다고 믿었다.
그런 각오와 마음이 무색하게 출근 첫 주부터 모든 스쳐가는 단어와 문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3개월 뒤에 끝나니까 그때까지 이 부분 해주세요." "인턴 기간 동안 이런 프로젝트 진행해서 하고 마무리하면 좋겠는데?" 사실상 이렇게 나열할 것도 없이 아주 사소한 단어, 그러니까 뭘 그런 거까지 신경 쓰냐고 할만한 그런 대화에도 마음이 뚝 떨어졌다. 뭐야 나 불합격인가?
불안함 마음은 작은 단어도 음절로 쪼개어 마음에 새겨졌다. 반면 "앞으로도 계속할 일이니까.." "이해가 빨라서..." 등등의 긍정적 그린라이트 신호에 널뛰는 마음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어쩐지 부정적 신호는 끊임없이 땅을 파게 했다면, 긍정적 신호에 대해서는 그냥 칭찬의 말씀이겠거니 하고 넘기게 되는 이상하고 요상한 채용형 인턴생활......
아마 3개월 전체 인턴생활의 모든 순간이 면접 과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전 직원의 눈이 나의 모든 언행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았고, 모든 사람이 면접관 같아 항상 긴장상태로 지냈다. 맞다. 자의식 과잉이다. 자의식 과잉이라도 어쩔 수 없다. 간절했고 그렇기에 누구의 눈에도 엇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인적자원이란 사실을 온몸으로 어필했으나, 사실상 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었다. 모든 기업의 채용공고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던 '회사의 내부 사정으로 인한 변동'은 정말 내부 사정이었고 그로 인해 많은 변수를 가지고 왔다. 지금에야 나도 업무 상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변동될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로 변동이 생긴다. 아주 많이. 당신이 어디가 부족해서 안 뽑는 게 아니라는 거다. 혹여나 채용형 인턴에서 합격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 모든 이들이 이러한 자책에 빠지지 않기를...
3개월 간 마음 졸이는 인턴생활을 하며 회사에 대한 마음의 온도가 식어버렸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꽹과리에 상모까지 돌린 건 나지만 이렇게 사람 마음을 애태우며 쥐락펴락했던 사실에 분노스럽기도 하고, '회사 너무 좋고 최고예요!' 하는 마음 한편에 '됐다 그래 나도 싫다 이거야' 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자리 잡았다.
열쩡열쩡열쩡! 가득했던 호기로움은 점점 열정... 열정...? 열정....으로 바뀌며, 하루에도 수백 번 마음이 들었다 놨다 했던 채용형 인턴생활을 끝으로 직장인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