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에는 토익 학원에 학생들로 붐빌 것이 예상돼, 학기 중으로 등록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1월이 며칠이 지나고 나니 급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야, 근데 나 1월 동안은 뭐하지?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그래. 어차피 토익 한 달만 다녀서 될 것도 아닌데, 미리 다녀 보자 해서 결심하자마자 바로 수강 등록을 했다. 이미 강의를 진행했던 후라 수강생이 꽉 찼었는데, 내가 등록을 하자마자 마감됐다. 오 이거 예감 좋은걸.
나는 학원으로 다니지 않고, 잘 가르친다는 소문을 듣고 타대학 안에 있는 국제교류원 같은 곳으로 등록했다.
이미 그 소문을 들은 자들이 많아 수강생들로 북적였다.
아, 그리고 아마 역시 새해 첫 달이니까^^...
초, 중, 고 심지어 대학 필수 교양으로도 배웠던 영어이지만 토익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다들 이렇게들 말하지. 토익은 스킬이야! 그러니 뭔가 쉽게 느껴진다.
나의 영어성적은 자랑할 만큼 뛰어난 정도도 아니지만 부끄러울 만큼도 아니었다. 나름 국어 다음으로 잘했던 게 영어였으니까 그래 토익 뭐 별거 있겠어 라고 첫 강의를 들었다.
내가 이제껏 만나온 영어 선생님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말이 겁나 빠르다. 일반인보다 1.5배속은 빠른 것 같다.
역시나 이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말이 빠르셨고, 선생님의 속도를 맞추느라 지루 할 틈 없이 수업이 척척 진행됐다. 수업이 끝났는데 뿌듯함. 딱 그 기분
이왕 돈 주고 강의 끊은 거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으로 스터디도 등록했다. 전부 그 대학 학생들이었지만 뭐 어때 이 계기로 타대학 학생들과도 친해졌다. 스터디는 수업이 끝난 후 저녁 8시부터 진행됐는데, deposit을 걸고 과제를 안 해오거나 단어시험 점수가 미달 일시 그 금액을 깎았다. 나는 이미 그 deposit은 더 이상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출한 거라 비록 다 잃었지만 아깝진 않다.
스터디에서는 과제 검사, 단어시험, 문제풀이를 했는데 스터디를 했다고 기적의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는 것. 토익 학원에 가면 인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 에 만족했다.
나는 RC + LC 오후반으로 저녁 6시에 학원에 갔다. 시간은 내가 유동적으로 옮길 수 있었는데 매번 과제를 하다 보니 저녁 6시에도 과제를 못 끝내는 경우가 있었다. 언젠가 오전 9시 반도 가보고 싶었는데 꿈에서 다녀왔다.^^
토익을 다니면서 내 하루는 토익으로 꽉 찼다. 일어나면 점심을 먹고 하루 10개가 넘는 과제로 스타트.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넘어 있고, 곧바로 부랴부랴 단어 외우기 돌입. 이 단어 외우기는 스터디를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강의와 스터디가 끝나면 과제 몇 개를 미리 해두고 잔다. 일어나면 점심을 먹고 하루 10개가 넘는 과제로 스타트... (반복)
오랜만에 하는 영어공부이다 보니 그 열의가 타올랐었는데, 역시 오랜만에 하는 영어공부이다 보니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나는 분명 이 단어를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단어시험 종이를 받으면 머리가 새하얘지는 거다. 뭔가 어떤 단어인지 뉘앙스는 알겠는데 딱 거기까지만.
예습보다 복습이 훨씬 중요하지만 내 열의가 거기까지 닿지 못해 복습을 게을리한 탓이었다.
토익학원을 다니면서 주에 한 번 영화 동아리도 나갔었는데, 토익을 하면 토익만 해야 한다. 과제 때문에 영화에 1도 집중 못하고 영화는 거의 백색소음으로 듣기만 했다.
그렇게 한 달간의 토익 수업은 순삭 했고, 스터디원들과 모인 deposit으로 치킨도 사 먹고 놀았다. 이러려고 토익학원 다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알게 돼서 좋았다.
드디어 첫 정규시험 날. 이때가 마침 코로나가 스멀스멀 올라왔을 때라 수험생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을 잰뒤 수험장에 들어갔다. 내 자리는 맨 뒷좌석이라 사람들이 왔다 갔다 거리는 게 신경이 쓰였다. 다음 토익 시험은 꼭 맨 뒷자리가 아니길 빈다.
그래도 나름 한 달 학원 다녀봤다고 아는 단어도 들리고, 보이는 게 기분 좋았다. 다만 시간 분배를 잘 못해서 마지막 P7은 몇 개 찍었다. LC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거 같은데 RC는 진짜 1분이 30초처럼 느껴진다. 학원을 다니지 않은 채 시험을 봤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terrible이다.
급 등록한 수업이었지만 만족스러웠고, 내 성적은 내가 정해놓은 기준에 못 미쳤지만 한 달 배우고 본 것 치고는 나름 만족했다. 토익을 한 달만에 깨우치려는 건 욕심쟁이고, 앞으로 두 달은 더 다녀봐야겠지만 나의 1월은 토익으로 꽉 채울 수 있어 보람찼다.
한 달 다녀본 사람으로서 토익 공부할 때 느낀 바로는
토익을 하면서 다른 것도 함께 할 수 없다. 토익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그 한 달은 토익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스터디를 등록해서 강의 시간에 못 풀어보는 문제를 풀어보고, 과제와 단어 외우기도 놓치지 않는다.
복습이 가장 중요하다. 밀릴수록 힘드므로 마음 잡은 김에 그 날 바로 복습에 돌입한다.
겁먹지 말고, 일단 도전해본다!
토익, 이왕 시작한 거 할 때까지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