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영혼과 생명을 바쳐 그림을 그린 화가,
고흐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보는 편지 모음!
그러다 그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남의 개인사를 들여다본다는 꺼림칙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너무나 진솔하고 절절한 글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내가 찾던 진짜 화가가 있었다 '천재'도 '순교자'도 '광인'도 아닌 고민하고 노력하는 소박한 화가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고흐가 전업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무렵의 편지로 이제 막 그림을 배우기 했을 것입니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두려움과 용기가 공존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화가는 돈이 많이 듭니다 경제적으로도 곤궁하겠지요 다행히 동생 테오가 후원자가 되어 형을 많이 도와줍니다
이 시기의 고흐는 '성공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 비관적인 마음, 두려움 같은 감정을 다잡아야 했을 것입니다 이 무렵 고흐의 편지에서 보이는 글귀가 나의 현실과 겹치면서 마치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산책은 저도 적극 권장합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이 좋습니다
혹시 지금 내가 마음이 불안하다면 아래 고흐의 마음가짐이 위로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근래 내 생활이 보잘것없어지면서 삶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비관적인 생각에 젖아들기도 했다 그러나 너와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유쾌한 기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삶은 좋은 것이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이라는 느낌 말이다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꾸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늘 변하게 마련인 우리 마음과 날씨를 생각해 볼 때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고흐가 화가로 지낸 시간은 10년 정도라고 합니다 그동안 그림과 습작, 드로잉을 포함해서 약 2000점 이상이 된다고 하니 그림 작업에 얼마나 몰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용한 싸움이라는 부재가 말해주듯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그림을 계속 그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고흐도 그 시대에서 잘 팔리는 상업적인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어 테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흐의 신념 '작품에 정말 훌륭한 어떤 것'을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옛것을 모방하는 유행을 따라가서는 안 되겠지 밀레도 "스스로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를 바라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어떻게 작업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계속 작업할 수만 있다면 조용히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쉬지 않고 계속 작업해 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먹거나 마시는 시간까지도 아낄 정도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품이 팔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작업할 것이 아니라 작품에 정말 훌륭한 어떤 것이 들어 있어야 할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정직한 탐구가 필요할 것이다
고흐가 그림에 대한 열정과 그림 작업에 대한 꿋꿋한 소신을 보여줍니다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저도 두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그리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그려지겠지요
앞으로의 삶도 텅 빈 캔버스 같겠지만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나아가다 보면 삶의 큰 그림이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고흐처럼 말이죠!
고흐는 다른 화가들처럼 자연에서 습작을 하고 화실에서 그림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스케치하고 채색하면서 그림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고흐는 진실하고 정직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너는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 현장에서 직접 그려야지! 이번에 작업한 캔버스 네 점도 먼지나 모래는 말할 것도 없고 족히 100마리는 될 파리떼를 쫓아내면서 완성했다 그림을 몇 시간씩 황야나 나무 울타리 너머로 가지고 다니다 보면 꼭 한 군데는 나뭇가지에 긁히게 된다
책의 이 부분에서 보여주는 고흐의 그림들은 앞 장에서 본 것보다 확실히 색채가 밝아지고 화려해졌습니다
보통 고흐 미술전 하면 고흐의 그림을 전체적으로 한 장소에서 보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면 이 시기에 이런 그림이 그려졌구나 하면서 보게 됩니다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작년에는 회색, 번홍색, 부드럽거나 환한 녹색, 밝은 청색, 보라색, 노란색, 오렌지색, 찬란한 빨간색 외의 색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주로 꽃그림 만 그렸다 그 덕에 올여름 아시니에르에서 풍경화를 거릴 때 과거보다 더 많은 색을 볼 수 있었다
그림이 생각대로 잘 그려지고 그림이 잘 팔린다면 더욱 신이 나서 안정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기의 고흐는 생각한 대로 그림이 잘 안 그려지고 매번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게 미안합니다 고흐는 테오에게 항상 돈을 지원받는 상황에 형으로서 미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고흐의 편지를 읽다 보면 편안한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려는 긍정적인 마음이 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점점 사람들이 고흐의 그림을 알아보게 됩니다
언제쯤이면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빚 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친구 시프리앙이 말한 대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서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서 꿈꾸는, 그러나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지 압도될 것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함 앞에서 아무리 큰 무력감을 느끼더라도 우선 시작은 해야겠지
그림 한 점을 완성해서 돌아온 날이면 이런 식으로 매일 계속하면 잘될 거라고 혼자 중얼거리곤 한다 반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와서는 그래도 먹고 자고 돈을 쓰는 날이면 나 자신이 못마땅하고 미친놈이나 형편없는 망나니, 혹은 빌어먹을 영감탱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노력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을 팔지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고갱을 봐도 알 수 있듯 완성한 그림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일도 불가능하니 아주 중요한 그림으로 얼마 안 되는 금액을 빌리지도 못하다니 이런 일이 우리 다음에도 계속될까 두렵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 그림이 물감값과 생활비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다른 사람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고흐는 잦은 간질 발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그 고통을 견디면서 그림에 더욱 집중합니다 그림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힘입니다 이 시기에 그토록 고흐가 바라는 대로 세상 사람들이 고흐 그림을 알아보고 그림이 팔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고흐는 이 유명세에 덤덤한 것 같습니다
'꽃이 활짝 핀 아몬드 나무' 그림은 고흐가 조카의 침실에 걸어두기 위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막 태어난 조카에게 주는 삼촌의 선물이겠지요 그림에 대한 의미를 알게 되니 새삼 그 조카가 부러워지네요~
불평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고 반감 없이 고통을 직시하는 법을 배우려다 보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고통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러니 밀밭을 바라보는 쪽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림 속의 것이라 할지라도
포도밭이나 밤 풍경 등 색채가 풍부한 형의 작품들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알아? 그의 말을 형이 단 한 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테오-
사랑하는 동생아 이번 발작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들판에서 그림 그리느라 바쁠 때 일어났단다 그 그림을 네게 보내주마 발작이 일어났지만 그림은 완성했거든
피사로 말로는 형이 다른 화가들 사이에서 정말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했어 요즘은 일부러 형 그림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지 않아도 내게 형 그림 얘기를 꺼내는 예술애호가들도 많아 -테오-
고흐는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테오의 품에서 파란 만장한 삶을 마감했습니다 정말 고흐는 그림을 위해 생명을 건 것 같습니다
고흐 살아생전에 상업적인 그림이라도 그려서 경제적으로 살만 했다면 테오에게 채무감과 죄책감은 덜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후세에 관심을 못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는데 다음 기회에 고흐 전시회를 가서 그림을 본다면 예전과 다르게 그림이 나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화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든 돈 이야기는 본증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정말 우리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동생아 너는 나를 통해서 직접 그림을 제작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그 그림들은 남아 있을 것이다
네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 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