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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 영혼의 편지 2

빈센트 반 고흐

by 은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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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는 동시대 절친인 라파르트와 5년동안 주고 받은 편지로 고흐의 그림을 향한 치열한 열정과 예술가로서의 확고한 태도를 볼 수 있다


라파르트는 고흐에 대해서 "우정보다는 존경심을, 동지애보다는 숭배감을 느꼈다" 라고 말했습니다

고흐와 라파르트는 그림 그리는 화풍이 서로 다르지만 서로의 그림에 대해서 가감 없이 논쟁을 하면서 우정과 신뢰를 쌓아갑니다

예를 들어 라파르트가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 이라는 그림을 "씨 뿌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논평을 한다거나 고흐는 라파르트가 주로 누드화를 그리는것에 대해서 "자네에게 여전히 바라는 점은 옷 입은 일상의 사람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것이네"라며 충고를 합니다

이렇듯 서로의 그림에 대해서 솔직한 비평을 하면서 위대한 화가로 발전하고 있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1881년 사랑하는것을 사랑하라]

고흐의 초기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고흐의 편지를 읽다보면 굉장히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이며 본인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설득력도 있습니다 라파르트에게 아카데미를 왜 나와야 하는지 적절한 예(정부, 밧줄, 비상구)를 들어가면서 관철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흐 진실한 화가가 되겠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듯 "그 멋진 검은 짐승! 그래도 나를 즐겁게 하고 있네" 라며 반어적인 표현으로 검은 짐승에 굴복하지 않고 화가로의 성공을 다짐하는듯 보입니다

(화가를 포기하는 체념을 검은 짐승으로 비유했습니다)


- 자신이 늘 진리를 알고 있다고 믿으며 모든 사람들이 항상 옳다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만날때면 인간 삶의 보잘것 없는 미천함에서 오는 고통을 느끼곤 한다네

- 인간들이여 사랑하는것을 사랑합시다 자기 자신이 됩시다 마치 신보다 더 잘 아는듯 행동하지 맙시다

- 체념이라는 검은 짐승은 결국 내가 싸움을 포기하리라 여겼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싸울 의지를 품고 있네 "그 멋진 검은 짐승! 그래도 나를 즐겁게 하고 있네"


[1882년 예술가적 앙심]

고흐는 예술가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세상에서 가장 부럽지 않은것, 그건 바로 어떤 형태의 대중적인 인기라고 생각하네'라고 말합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상업적인 그림을 그리는것을 거부하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더라도 진실함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


- 삶이 그녀를 시들게 하고 고통과 시련이 상처를 남겼지만 그녀한테는 무언가 끌어낼 것이 있네 갈지 않은 토지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법이지 그렇듯이 상처와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는 그녀에게선 아무런 흔적도 없는 대다수 여인들한테서보다 훨씽 더 많은 것을 발견한다네

- 처음부터 성공하는 사람은 드문법이지 하여튼 내 데생에 문제가 있었선 구매자의 잘못이었건 간에 이미 경험한 실패 때문에 서로가 불안해하지는 말기로 하세

-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따뜻한 연민과 애정을 가져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자네의 데생들은 항상 차갑고 무기력함을 면치 못할걸세

- 단언하건대 작업에 대한 용기를 잃을 때마다 내가 다시 몰두할 수 있는 힘을 길어내는 원천은 바로 목판화 수집품들이네 그 모든 예술가들의 열정과 의지, 자유롭고 맑고 생동감 넘치는 그들의 정신이 내게로 전해지기 때문이지 비록 누추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데생했다 할지라도 그들의 작품은 위대함과 장중함의 흔적을 품고 있네


[1883년 사랑, 연민, 그리고 평온한 광기]

1883년 이 시기가 고흐에겐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이가 있어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되고 '그래픽'이라는 그림 관련 잡지책을 보면서 그림 그리는 다양한 기법도 배우고 더불어 다양한 책도 읽으면서 마음이 안정된 시기인것 같습니다


- 무엇을 해야 할것인가? 깊이 생각할 무언가가 있었네 인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것이 나와 상관 있는가?" 라고 말할 뿐이라면 그때마다 죄가 되지 않는 순간이 있을까?

- 아이와 아이엄마를 도운 일이 몇몇 친구를 잃게 했지만 동시에 그것은 내 집에 빛을 선사했네 솔직히 근심으로 마음이 몹시 버거워질때면 마치 거친 날씨에 배 가장자리에 매달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 하지만 보다 중요한것은 이제 내 집은 한층 더 따뜻한 '가정'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네

- 정말이지 '그래픽'잡지들이 내 차지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책들을 갖게 돼 너무나 만족스럽지만 한편으론 사람들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네

- 다만 그처럼 짜여진 방식대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전시회보다는 화가들 상호간의 호의와 공통된 소망 그리고 따뜻한 우정과 성실성에 기초한 일련의 모임을 더 우위에 두고 싶을 뿐이네

- 화가는그림을 그리는 일 외에 다른 것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나는 인정하지 않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비슷한 종류의 무언가를 하는것을 시간 낭비라고 여기고 있네 하지만 나는 그것 때문에 작업을 적게 하고 잘 못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잘 그리고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네 그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의 교양을 쌓아가려 노력한다면 말일세


[1884년 즐거운 작업]

- 내 습작화는 기계설계사가 그린 방적기 설계도보다 땀에 젖고 손때 묻은그 기계를 더 잘 표현하고 있네 그리고 비록 직조공을 그리지도 비율에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기계와 더불어 땀흘리는 방직공을 떠올릴 수도 있지

그 기계는 이따금 한숨과 불만을 토해내기도 할걸세


[1885년 시들한 우정보다는 결별을]

라파르트와 편지를 주고받은 기간은 약 5년이라고 합니다

고흐와 라파르트는 서로의 그림에 대해서 충고를 하고, 격려도 하면서 발전을 했지만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을 라파르트가 신랄하게 비판을 하면서 사이가 틀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서로 추구하는 화풍이 다르다보니 티격태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내 결점이 무엇이든 나는 화가로서의 열망을 실현하려는 열의로 가득 차 있네 그리고 진심으로 선량하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지 자네, 내가 경솔하게 작업한다고 비난했었지? 그러기에는 나는 너무 많은 열정을 품고 있네 자네의 편지 때문에 고민하지 않겠네 내게는 나를 알게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그럴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깨쳐갈수도 있을걸세 어쨌든 자네처럼 난폭하게 비난해대는 사람들 없이도 나는 내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걸세

- 하지만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내가 가진 용기와 힘은 꺽이기는커녕 더욱더 굳건해질 뿐이네 완전히 낙담할 지경까지 나를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유일하게 자네만 있는것은 아니네 비판당하는 일은 거의 내 숙명이나 마찬가지지 그 많은 비판들에 더 잘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예술가적 열망이 '존재 이유'에 있다는 신념을 자랑스럽게 휘두르겠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은 고흐와 동생 테오와의 주고 받은 편지로 고흐가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것에 형으로써 항상 미안하고 동생에게 여러모로 고마움을 느끼는 형제간의 우애와 사랑을 보여주는 따뜻함이 있는 편지입니다 또한 고흐의 그림에 대한 열망과 정신병을 않는 고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알 수 있습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는 동시대의 화가와 교류하고, 라파르트와 그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그림 기법을 시도하는 고흐가 나옵니다 동생과 대화하는 다정함이 아니라 같은 화가로서 견제와 비평을 통해서 성장하는 고흐입니다

한 사람을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보는것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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