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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 연구대상이 되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한 인생이니까.

한동안 글을 발행하지 못했었다.     

글을 써나가면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우리는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왔고,

나는 근무지가 코앞으로 바뀌었다.      



남편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이 넘는 통학거리와 더불어 특수학교에 근무하기 시작했다.     



3월동안 이사하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남편과

새롭게 어린이집으로 적응하는 아들 덕분에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최근 아들과 관련하여 가장  좋은 소식은 아들의 연구 참여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다.     




이전 글에서 몇 번 언급은 했지만,

나는 우리 아들이 자폐, 혹은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라고 의심했다.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향한 애착반응(엄마가 떨어질 때 슬퍼하는 것, 다시 돌아오면 좋아하는 것),


그리고 부모를 향한 스마일링(눈을 보고 웃고 반응하는 등)이 현저히 부족했고 눈맞춤이 비협응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의(자폐 명의는 천근아 의사다.)가 있는 세브란스 대학병원에 2년 정도 대기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유아기 자폐 선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2024년 1월 초에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를 하게 된 것 자체는 너무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지만 당연히 유쾌하지는 않았다.



 내 아들이 연구대상이라니.. 특수교사로서 근무할 때 확실한 장애 명칭이 없는 아이의 부모에게 난 ‘제가 지금까지 가르쳐 보니,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라며 부모님께 말하는 교사였다.


출처: 어디든학교 블로그

그러던 내가, 우리 아들이 검사받게 될 줄이야..  



그렇게 검사를 기다리면서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 등 수많은 감정이 흘러갔고 드디어 검사를 하게 되었다.     



낯선 상황에서인지 우리 아이는 1차 검사를 혼자 진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검사자와 함께 언어발달과 관련된 PRES(수용, 표현 언어검사로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기타 발달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검사과정을 보며 아이파악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많은 부모 보고식 검사지도 있었는데 있는 그대로 설문지를 작성했지만 어쩌면 내심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딱히 부정적으로 항목을 체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검사결과에 따라 1차에서 고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2차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고 우리 아들은 2차 검사에 의뢰되었다.     


1차 검사가 주로 언어, 인지관련해서 발달검사를 하게 되었다면 2차는 주로 놀이 상호작용 검사였다.      



1차 검사는 검사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고 2차 검사는 내가 없는 상황에서 30분 이상 검사자와 놀이하면서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 후,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최종 검사 결과를 받았다.     



검사 결과지를 열어보던 그 날, 메일을 열어보기까지 얼마나 떨렸는지 그 순간을 기억하면 마치 임용 합격결과를 열어보기 전 두려움과 기대, 오만가지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 감사하게도 10점 중 7점부터 자폐성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수에서 6점을 받았고

아슬아슬(?)하게 ‘자폐는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몇 가지 비전형적인 발달의 특징으로 인해 아이를 6개월 단위로 추적관찰 하고,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소아과 의사와 상담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연구에 참여하는 내내 교사가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나를 정말 많이 돌아보게 했다.     



지금까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을 대단하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저 자식이기에 어떤 조건으로 아이가 태어났는지를 따지지 않고 사랑하는 건 당연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구대상이 되어 처음 검사받던 그 날, 나는 내 안에 수치심과 분노, 억울함을 느꼈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그 중 죄책감은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감정이였다.     



나도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께 항상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장애를 가진 동생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장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자식이 장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고 그냥 억울하고 뭘 잘못했기에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며 원망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절대 죄지은 사람, 나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 동안 나는 내 감정을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나를 다스렸다.


어떤 결과든지 제대로 수용하고 내 아이가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그 부분은 보완하면서 강점을 키워주는 부모로 살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가 생겼다.     



아이 덕분에 나도 특수교사로서 연구를 열심히 하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관내 선생님들과 모여 느린학습자, 특수교육대상자를 더불어 모든 학습자를 위한 교육과정을 만드는 연구회를 조직했다.

    


자폐가 아니라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몸은 비틀거리고, 시선 협응이 잘 안되는 우리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오는 피드백 중에 ‘다리에 힘이 없는 것 같다’, ‘장애물을 잘 인식 못하고 자주 넘어진다’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속상하고 가슴 아프지만 나는 지금만큼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커 준 우리 아들에게 너무나도 고맙다.     


나는 평일, 그리고 주말은 항상 아이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자연에서 더 많이 걸으려 한다.


더 많이 운동하면서 나와 함께 씩씩해지면 된다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비록 어딘가 비정상적인 발달을 하는 이유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우리 아이를 잘 키워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동안 부정하고, 억울해하는 감정은 사치일 뿐이다.     



난 우리 아이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제 일의 목표이고

나는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교사로서도, 엄마로서도     

연구대상이 된 우리 아들, 넌 영원한 엄마의 연구 대상이자 내 보물이야.     


꽃길만 걷자.♡

언젠가.. 니가 이 글을 읽을 때 너에게 많은 용서와 사랑을 구해봐.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우리 모자, 그리고 우리 가족 행복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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