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쓰지 않은 지 한 달이 지났다. 브런치 주제를 정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인가였다. 나는 기록을 오래 해 왔으니, 기록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주 술술 흘러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기록에 대해 자꾸 생각하다 보니, 내가 하고 있는 기록이 굉장히 얄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까? 나는 생각이 막힐 때면 관련된 책을 모두 읽어보는데, 그러던 중 거인의 노트를 읽게 되었다. 그 책에서는 메모와 기록의 차이를 짚어 주었다.
메모는 기록의 원천이다. 너저분하게 적어둔 것을 '메모'라고 한다면, 이렇게 조각난 글들을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기록'이라고 한다.
내가 여태껏 기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메모였다. 나는 지나가는 생각과 영감을 메모하고 있었다. 내가 얄팍하다고 느낀 이유는 바로 메모와 기록의 차이를 몰라서 생긴 것이었다. 나에게 기록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도구였다.
가끔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왜 그런 실수를 했지? 왜 그렇게 행동했지? 그럴 때마다 나는 다음에 안 그러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다시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사는 방향이라고 생각헀다.
최근에 컨셉진의 '당신은 회고하고 있나요?'라는 책을 읽었다. 나의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오'였다.
컨셉진의 맨 첫 장, 편집장의 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편집장은 자신의 실수를 알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돌아보았고,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팀원들에게 사과했다. 이 글을 읽고 개인적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나 역시 팀을 이끌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흘려보냈다. '나도 회고를 했더라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고 팀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고와 메모, 그리고 기록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밀접하다.
나는 메모가 아닌 기록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어떤 기록을 할 것인지 고민했다. 기록은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함인데, 어떤 내가 더 나은 나인가?
앞도, 뒤도 아닌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나가 더 나은 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현재를 고치고 살아가기 위해서 메모와 기록, 회고가 모두 필요하다. 단어의 쓰임을 알았으니 나에게 맞게 도구화해야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던 한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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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쓴 브런치 글들을 회고해보았다. 내가 쓴 브런치 글은 대부분 1인칭이었다. '나'를 위한 글이었다. 이제는 읽는 사람을 위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브런치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다. 혹시라도 내 글을 기다려 주신 분이 계셨다면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