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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Jul 03. 2016

오직 평등을 지지할 뿐이다

영화 속 삶의 한 장면, ‘로렐’

한동안 남성 배우들을 위주로 한 남성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차지했다면 요즘 유난히 여성을 다룬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있다. 이는 대중문화의 대표 격인 영화에서 여성 외에도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로 확장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영화 <로렐>도 그 변화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칼럼은 아직 개봉하지 않았지만, 시사회를 통해 미리 만나 본 영화 <로렐>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영화는 2000년대 초 뉴저지의 오션 카운티에서 경찰로 근무한 실재 인물 ‘로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여성의 성공조차 힘든 보수적인 경찰 집단에서 능력 있는 경찰로 평가받고 있던 로렐에겐 한 가지 비밀이 있다. 함께 살고 있는 동성의 연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직업적 성취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로렐. 그러나 그녀에게 폐암 말기의 선고가 내려진다. 

로렐은 함께 사는 파트너에게 사후 배우자가 받을 수 있는 연금을 수령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 연금 수령은 부부만이 가능한데 파트너가 동성이라는 이유였다. 영화는 잘못된 제도를 정치적인 아젠다에 휘둘리지 않고 다만 정의와 평등을 위했던 로렐과 그녀의 파트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 작품은 장애를 주제로 다룬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소수자들이 소외된 제도를 바로 잡을 때 벌어지는 풍경은 그것이 동성애 이슈든 복지제도 이슈든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 하다. 로렐이 죽음을 앞둔 고통스러운 치료 중에도 지키기 위한 건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과 함께했던 아늑했던 공간,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등한 대우뿐이었다. 

그러나 연금 수령을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이유는 회의 중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만장일치 제도와 나중에 법이 바뀌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경직된 구조 안에서 그동안 우리는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경계한다고 법의 경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대우해주지 못했던 수많은 일을 겪고 보아왔다. 한편 로렐을 지지하는 동성결혼 찬성 단체는 로렐의 사건을 동성 결혼 합법 이슈의 발판으로 엮으려 한다. 

이는 언론에 이슈를 만드는 데는 성공하면서도 때로는 반대파를 부추기게 하기도 한다. 로렐의 동료였던 경찰 집단에서는 괜히 이 사안에 지지했다가 동성애자로 낙인찍힐까 쉬쉬한다.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다. 

영화에는 유독 ‘파트너(partner)'라는 단어가 반복된다. 여기서 파트너는 로렐이 동성 연인 스테이시와 경찰 동료 데인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였다. 그들은 제도와 정의를 지킨 형사가 죽음에 이르면서까지 그 신념을 지켜가는 과정을 제대로 지지해 준 사람이었다. 앞서 말했던 다른 인물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세 사람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연금을 받으려면 자신이 로렐과 결혼해서 스테이시를 주면 되지만 그건 진짜 로렐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데인. 원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못한다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하는 스테이시. 그들을 강직하게쳐다보는 로렐의 눈빛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본 글은 인터넷 신문 <에이블뉴스> '영화 속 삶의 한 장면' 코너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 주목하여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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