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RM이 방문했던 그 곳.
벌써 7월 한 달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더 많이 쓰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네요. 7월의 마지막 콘텐츠로 2020년 방탄소년단 RM이 다녀간 미술관 성지순례 코스로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2020년 트위터를 통해 관람 인증한 전시,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봅니다. 추후에 새롭게 올라오는 곳은 그 때 그 때 페이지에 추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간날 때 연도별로 정리하는 글도 올려볼게요. :)
* 브런치 편집툴 특성상 트위터 링크 가독성이 다소 떨어지네요. 아래 첨부된 링크 글이 그림과 함께 보기엔 더 편할 것입니다.
정규 4집 앨범 북미 프로모션 기간 중 방문했던 곳이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에 제이홉, 뷔와 함께 방문했던 인증숏이 올라왔었습니다. 더 브로드는 세계 10대 컬렉터로 꼽히는 일라이 브로드가 2015년 설립한 미술관입니다.
첫 번째 사진. 쿠사마 야요이 ‘Longing for Eternity’
첫 번째 사진은 쿠사마 야요이의 ‘영원을 위한 갈망'(Longing for Eternity)입니다.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의 조각가 겸 설치 미술가로 1957년부터 1972년까지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20여 권의 시집 및 소설을 출간한 문학인이기도 하죠. 그는 60여 년에 걸쳐 작품을 통해 ‘반복’과 ‘무한’의 개념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했습니다. 거울을 이용해 그림과 조각에서 발견된 물질의 반복을 만들고, 마치 무한한 공간인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들죠. 쿠사마 야요이는 이러한 작품이 담긴 방을 20개 이상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원을 위한 갈망’은 포트홀처럼 생긴 창문을 통해 LED 빛으로 채워진 육각형 챔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시각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데요. 극단적인 반복과 시청자의 모습을 감싼 방에서 무한성과 초월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더 브로드 웹사이트에는 보랏빛 버전 사진이 올라와 있네요. 보라색하면 또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색깔 아니겠어요? 작품 제목도 어쩐지 이번 앨범 수록곡 ‘We are Bulletproof : Eternal’이 떠오릅니다. 반짝이는 마이크 사진과 함께 올린 걸 보면 RM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하구요.
두 세 번째 사진. 장 미쉘 바스키아의 ‘GOLD GRIOT’ ‘UNTITLED’
함께 업로드 사진 속 나머지 두 작품은 모두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입니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1960년에 태어나 1970년대 뉴욕에서 그래비티 그룹 SAMO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1980년대 신표현주의와 원초주의로 성공을 거둡니다. 거리 예술가로 시작해 앤디 워홀, 키스 헤링과 협업으로 현대미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인이 됐죠. 그는 미술 뿐 아니라 싱글 앨범과 앨범 커버 아트 등을 직접 제작해 뉴욕 힙합 문화에도 영향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27세에 일찍 생을 마감했습니다.
바스키아는 작품에 부/가난, 통합/분리, 내면/외면 등 이분법적인 가치를 담았으며, 표현 방식에 있어서도 이미지와 텍스트, 추상과 형체, 역사와 현대성을 결합시킨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인종차별주의와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 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 중 UNTITLED (Skull) [무제(두개골)]은 바스키아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며 재정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작품입니다. 사람의 두개골 안에 하나의 그래비티를 그린 것 같은 느낌인데요. 현대 미술가의 정석 코스를 벗어난 그의 인생과도 맞닿아 있는 작품입니다.
* 왼쪽 그림 <GOLD GRIOT>에서 그리오는 서아프리카의 구비 전승 시인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신화적인 이미지가 가득했던 ‘ON’의 뮤직비디오가 떠오릅니다. 작품의 배경을 알고 나니 4집 정규 앨범의 주제와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BLACK SWAN’, ‘Interlude: Shadow’, ‘ON’은 모두 빛과 어둠이라는 대비되는 큰 틀 아래 여러 이분법적인 상징이 담긴 곡들이었죠. 마이크와 함께 올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네요.
* 2020년 10월 8일부터 2021년 2월 7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 약 150여 점을 볼 수 있는 대규모 작품전이 열립니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뷔가 브이앱에서 좋아한다고 언급한 작가기도 하죠.
국내 작가 중 (아마도) RM의 최애픽 중 한 명일 윤형근 작가. 뉴욕 3대 화랑으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서 열렸던 윤형근 개인전에 방문했습니다.
1928년에 태어난 윤형근은 청년기에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 시기를 보내며 각종 고초를 겪은 뒤 만 45세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색감 청, 땅의 색감 암갈색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은색’을 붓으로 찍어 그린 것이 특징인데요. 오래된 나무, 전통 가옥의 서까래, 흙 등 한국적인 미학의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풀어 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시대에 대해 극도의 분노와 우울감을 느낀 뒤 그렸던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무심하고 소박하면서도 담담한 드로잉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더욱 와 닿게 만듭니다.
방탄소년단의 철학을 공유하는 세계 5개 도시 22인의 예술가를 잇는 프로젝트였던 ‘CONNECT BTS’.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 아이레스, 서울, 뉴욕에서 열렸는데요. 방탄소년단이 직접 방문한 곳은 서울과 뉴욕. 서울 전시는 DDP에서 열렸는데요. 사진 속 RM과 정국의 배경이 된 작품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로즈'(Rose)라는 작품입니다.
1956년생 영국 출신인 앤 베로니카 얀센스는 벨기에에 거주하며 활동 중입니다. 전시된 앤 베로니카 얀센스 작품 <GREEN, YELLOW, AND PINK>는 공간을 뿌연 안개로 가득 채우고 빛과 색채에 형태와 질감을 부여했습니다. 관람자의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오히려 그 스스로를 솔직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은 명상적인 공간입니다.
* 앤 베로니카 얀센스는 가면을 쓴 현대인의 모습을 안개가 지닌 ‘가림’과 ‘드러냄’이라는 이중적인 속성에 빗대 표현 했다고 해요. 앨범의 제목이기도 했던 ‘페르소나’ 개념과도 이어지는 것 같죠?
갤러리 까비넷은 성수동에 위치한 ‘아트 라이프 스타일 샵’으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회화 작품부터 인테리어 소품도 다루는 공간입니다. RM의 사진 속에 등장한 그림은 김희수 작가의 6번째 단독 전시회 ‘Normal life_memo’에 전시 됐던 작품입니다. 김희수 작가는 대학 입시 때 미술을 공부하긴 했으나 광고 영상을 전공하고 29세까지 사진을 하다가 그 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해요. 인물의 무표정한 얼굴을 그리는 것이 특징인데요. 인터뷰에 따르면 “오히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예쁘지 않은 것 같아서 무표정을 많이 그린다”고 합니다. 전시명 ‘Normal life’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구성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평범한 인물의 생각과 감정, 순간의 현상을 ‘기록’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일상’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 RM과 비슷해 보입니다.
* D-DAY. 2월 21일은 방탄소년단 정규 앨범 4집이 발매 되던 날이었습니다. RM은 작년에 열렸던 김희수 전시를 다녀온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CONNECT BTS 뉴욕 전시 작가는 안토니 곰리였습니다. 1950년생 영국 출신 조각가로 그의 작품 대부분은 인체를 소재로 삼습니다. 그는 사람의 몸을 소우주에 비유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죠. 자신이 갖고 있는 물질 중에서 가장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몸이라고 생각하며, 인체를 사물이 아닌 장소로 취급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피어 3에 설치된 작품 <뉴욕 클리어링> (New York Clearing)은 배경과 전경 사이 흐르는 이스트강 너머로 작품과 도시가 상호 작용하며 어우러집니다. 알루미늄관 재질이라 고저에 따라 음악의 리듬감을 갖고 있죠. 안토니 곰리는 피부색이든 그 어떤 무엇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초대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모두를 위한 공간에 이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종로에 위치한 갤러리 현대는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전시 뿐 아니라 국외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RM이 평소 많이 언급하는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자주 전시돼 목격담이 많이 들리는 곳이기도 하죠. 갤러리 현대는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현대 HYUNDAI 50’ 전시를 2부로 나눠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 미술을 되돌아보는 기획전을 개최했습니다. 1부는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을 대거 전시 했는데요. 특히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낙찰 됐던 김환기 작가의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전시돼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은 작품입니다.
RM의 사진 속 작품은 도상봉 작가의 ‘꽃과 항아리’와 ‘고관 설경’입니다. 도상봉(1902~1977)은 백자 항아리 정물화로 유명한 작가로 온화한 느낌의 정물화, 풍경화를 주로 그리는 작가입니다.
(두 번째 사진) 국내에서 열린 윤형근 작가 전시를 또 찾았습니다. 종로에 위치한 PKM 갤러리는 회화,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예술을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주변에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많아 가볍게 들르기 좋은 공간이죠. 윤형근 작가에 대한 설명은 앞서 했으니 생략할게요.
(세 번째 사진) PKM 갤러리와 걸어서 15분 남짓 걸리는 곳에 위치한 금호미술관. 한국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RM이 방문한 전시는 김보희 작가의 개인전 ‘Towards’였습니다. 김보희는 ‘자연’ 안에 ‘시간의 변화’를 녹여내는 작가입니다. ‘Towards’는 작가가 제주 정착 후 일상에서 만난 풍경과 식물 그림을 모아 전시했습니다. 그의 그림들에서 계절감과 날씨,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 변화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빛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 그림은 ‘Jungmoon Blue Night’. 저녁 어스름의 하늘 빛깔을 잘 담아낸 작품으로 마치 관람자가 그 풍경 안에 서 있는 느낌이 들게끔 달을 올려다보는 구도로 그려져 있습니다.
배경이 된 작품보다 남준+반바지 조합에 눈길이 갔던(ㅎㅎ) RM 트윗. 뒷모습이 얼핏 뷔와 비슷해 팬들 사이에 잠깐의 혼란(?)이 있었지만 위버스를 통해 RM이 “접니당”이라고 밝히면서 마무리 됐죠. RM의 배경이 된 1,2 번째 공간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 전입니다. 이승조는 1960년대 한국 기하추상을 이끌었던 인물로 이번 전시는 작고 30주년을 맞이해 그의 작품 90여 점과 창립동인으로 활동했던 그룹 ‘오리진'(Origin), ‘한국 아방가르드협회'(AG)에 관한 아카이브를 담았습니다. 한국 추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기계 회화에 주목하였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1960, 1970년대 산업화를 겪은 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죠.
세 번재 사진 속 공간은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오타 치하루 전입니다. 일본 오사카 출신의 시오타 치하루는 불확실한 인간 내면, 성찰을 드로잉,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풀어내는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 두 번의 암투병을 겪으며 삶과 죽음, 인간의 유한함과 불안한 내면에 대해 무수한 고민을 했으며 개인과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습니다. 일상적인 사물에 이러한 의미를 담아 형상화하죠. 트위터에 업로드 된 붉은톤의 강렬한 작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오타 치하루의 대표 연작 중 하나인데요. 작품의 붉은 실타래는 인간의 혈관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의 모습은 복잡한 내면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