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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Oct 20. 2023

Welcome Back To U.S.A _ Day1

2023.10.07~2023.10.12

 2023년 8월 대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찰나 의뢰인이 내게 10월에 있을 미국 행사에 참여하라고 말했다. 그걸 직접 보고 경험함으로써 더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을 테니 작업을 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처음 이야기 들었을 때 나는 반신반의했지만 다시금 미국에 갈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설렜다. 그래도 뭐랄까 예의상? 그런 생각으로 처음에는 생각을 좀 해보고 말씀드리겠다 했으나 이야기가 나온 지 일주일 뒤에 바로 비행기 티켓이 구매되었고 나도 사실상 타의 100%로 미국행이 결정되었다.


 AUSA(Association of the United States Army)는 미 최대 방산 전시회이다. 여기에 내 의뢰인의 회사가 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도 함께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근데 참 우연히도 행사가 진행되는 곳이 바로 워싱턴 D.C였다. 내가 과거 살던 동네인 버지니아주가 바로 옆이었기에 나는 다시금 그곳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16년 내가 다시 미국 땅을 밟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행사 기간은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총 3일간 미국 워싱턴 D.C의 Walter.E.Washington Convention Center에서 진행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한국 시간 10.7일 자 비행기를 타고 넘어갔고 도착했을 땐 미국 날짜로 10.7에 도착하였다.


Dulles International Airport

 Dulles International Airport, 내가 16년 전 처음 미국 땅에 발을 딛었던 공항에 이번에도 도착했다. 사실 어렸을 당시엔 시차에 고되어서 정확히 그 풍경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번에는 고작 1시간을 잤음에도 오히려 정신은 똘망똘망했었다. 


 내린 뒤 바라본 풍경은 확실히 외국인이 천지에 존재하는 타국이 분명했다. 분명 같은 하늘 아래 있음에도 뭔가 서울에서 맡던 공기와 다른 조금 더 미국 스러운 공기를 마시는 느낌을 받는 게 내가 도착했다는 걸 실감하게 해 주었다. 


 도착하니 비즈니스석에 탑승하셔서 미리 내리신 대표님이 사모님과 함께 피자와 버펄로윙을 주문해놓고 우리를 기다리셨다. 이미 기내식을 세 시간 전에 먹었기에 배가 크게 고프진 않았으나 콜라와 함께 첫 미국식을 먹었다. 


 과거 미국에 있을 당시 가족끼리 처음 외식을 나간 곳이 피자헛이었는데 그때 먹은 피자가 소태였었고 이후에도 미국 음식은 전체적으로 짠 편이었기에 이번에도 많이 짤 거라 걱정이 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생각보다는 덜 짰고 나름 첫 미국식을 맛있게 먹고선 렌트카를 타러 출발했다.


차를 타며 공항을 벗어나며 찍은 한 컷


 차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니 확실히 공항답게 외곽에 위치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주변은 들판이 많았고 건물은 적었으나 맑은 하늘과 내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건물과 산이 없어 넓게 트인 시선이 내 기분을 같이 넓게 트여주었다.




 차는 싱그럽게 달렸다. 나를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한 차는 드넓은 도로를 달렸고 오랜만에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나는 홀로 창 밖을 보며 미국 풍경을 즐겼다.


 지금 아쉬운 것이 생각보다 내가 사진을 많이 안 찍었었다. 뭐랄까 보던 풍경이 갑자기 매번 보던 것 같은 느낌이라서 안 찍었는데(특히 개인 주택 같은 것들) 달려가는 차 안에서 오랜만에 본 미국 주택들은 내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찍은 것. 비록 주택은 아니지만 한국과 다른 드넓은 하늘이 좋다.


 천천히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워싱턴 중심가에 있는 호텔이었다. 대표님 부부가 이곳에서 숙박을 했고 우리는 따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곳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이 둘을 이곳에 내려다 주고 떠나야 했었다.


 도착한 뒤 주차를 하고 운전을 했던 신입 사원과 부장님 마저 잠시 짐을 옮기러 이동하자 차에는 나 밖에 남지 않았고 마침 호텔 벨보이(보이가 맞나? 맨이 맞았던 거 같다 나보다 연상인 듯했으니)가 나와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어디서 왔냐?"

 "코리아다"

 "오 노스냐 사우스냐?"

 "당연히 사우스다"

 "그럴 거라 생각했다. 노스는 쉽게 못 오지 않나"

 "그렇다. 그러나 그들도 고위층은 오기는 할 거다"

 "어떻게 오나? 그들도 비자가 나오나?"

 "아 사실 나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그런가 나는 코스타리카에서 왔다."


 이런 식의 가벼운 스몰토크가 오갔고 나는 실로 오랜만에 미국에서 영어를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미국을 떠난 뒤 제대로 영어로 회화를 할 일은 해외를 여행하거나 간혹 외국인이 내게 길을 물어보는 등의 경우에만 사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영어를 쓸 일이 있으니 더욱 설레는 마음이었다.


 



 대표님 부부를 드롭한 뒤 아직 해가 떠 있을 때 남은 셋이 함께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물론 중간에 마트도 들렀다.


 오랜만에 보는 미국식 대형 마트. 무언가 아울렛 분위기의 대형마트였는데 어릴 적에는 주로 대형마트는 코스트코를 가서 그랬을까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규모는 확실히 코스트코가 더 컸던 느낌이다.


 한 바퀴 돌며 구경을 했다. 사실 마트라는 게 막 엄청 다르진 않았는데 그래도 여러 가지 미국 스러운 음식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부장님과 함께 돌아다니며 그래도 첫날인 만큼 축배를 들자하여 미국식 맥주를 두 종류 구매했다. 연어 모양의 IPA와 일반적인 라거 하나 이렇게 총 8병을 구매했고 그 외에는 물, 과자 등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구매해 숙소에 도착했다.


3층짜리 숙소. 침대가 총 6개 방은 총 4개였다. 그 중 내 방은 1층 독실. 베란다가 있어 좋았으나 저길 즐길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숙소에 들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인상 깊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미국 거주 당시에 백인촌에 거주하여 주변이 조용하고 깔끔한 느낌의 동네였는데 이번에는 오면서 보니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있고 대체적으로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종종 노숙자 및 구걸하는 거지들이 보이는 걸로 보아 별로 좋지 못한 동네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숙소가 사진상으로는 이쁘고 좋았는데 구리면 어쩌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내부는 깔끔하니 괜찮은 숙소였다.


 1층은 부엌과 화장실 그리고 두 개의 개인방이 있었고 2층은 두 개의 싱글 사이즈 침대와 화장실과 티브이 그리고 3층은 외부로 이어지는 베란다와 킹사이즈의 침대와 화장실이었다.


 이미 출발 전부터 부디 제발 둘이 침대를 같이 쓰지 않길 바랄 뿐이었는데 도착해서 방배정을 하는데 손님 입장으로 온 내게 1인실을 주어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직급에 따라서 방이 골라질 줄 알았는데 내가 1층을 홀로 쓰다니... 처음엔 엄청 기쁘고 신났지만 사실 이게 마냥 좋은 것만이 아니었던 게 어... 방음이 전혀 안되니 새벽에 위층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면 계단 지그덕 거리는 소리와 대화 소리가 내 잠을 상시 깨우곤 했다... 조금 괴로웠달까 하하



 뒤이어 먼저 출발했던 B팀이 도착하면서 총 6명이 숙소에 함께 모이게 되었다. 첫날 저녁은 다들 지쳐있었기에 배달을 시켜 먹었는데 한창 그리워하던 미국식 중식이자 미국에서는 거의 국민브랜드로 김밥 천국에 가까운 판다 익스프레스를 주문해 먹었다. 


 솔직한 평가로 그리웠던 아울렛에서 먹던 어메리칸 차이니즈 맛보단 조금 덜했지만 그래도 맛이 꽤 괜찮았는데 이상하리만큼 배가 불러 많이 먹진 못했다. 


 이후 다들 피곤해서 씻고 바로 취침에 들었고 그렇게 내 미국 재방문의 첫날의 해가 넘어갔다.



 

 16년 만의 재방문. 흥분과 감격의 도가니 속에서 피로함이 느껴지는 하루였었다. 사실 미국 자체를 즐기고 경험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영어로 대화하는 것과 미국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이 나를 자극해 주었고 기쁨과 만족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의 일정이 얼마나 고될지 몰랐기 때문에 그랬지만 그래도 내게는 정말 달콤함을 넘어 탕후루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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