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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Oct 27. 2023

Welcome Back to U.S.A_Day2

 6일 중 대망의 둘째 날. 사실상 유일하게 여유가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피로한 몸을 침대에 눕힌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부스럭 거리는 위층 계단의 소리와 이미 거실 쪽에선 잠을 설쳤는지 일찍 일어난 것인지 모를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소리에 나도 예정보다 잠을 일찍 깨고 말았다.


 가장 나이가 많으셨던 부장님은 전날 밤 가장 먼저 침대에 들어가셨고 이후 귀신같이 새벽에 눈을 뜬 뒤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하셨고 그 외에 다른 사람들도 생각보다 눈이 일찍 떠진 것 같았다. 나는 물론 더 자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좋지 못한 방음이 내 잠을 방해해서 그냥 일찍 눈을 뜨기로 결심하고 거실로 나아가 인사를 나눈 뒤 하루를 시작했다.


 둘째 날 일정은 사실 별거 없었다. 행사 부스 준비를 위해서 방문해서 물건을 옮기고 가볍게 정리를 하는 게 전부였는데 나는 'Exihibitor'가 아닌 'Attendee' 신분이어서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참석이 불가능했기에 어차피 혼자 다니는 날이었다. 그래서 사실 조금 홀로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교통편이라던가 일행과의 스케줄 등으로 그럴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맞이하는 미국에서의 아침은 싱그러운 느낌이었다.

베란다에서 찍은 풍경

  

 일어나 있는 분들께 가볍게 아침 인사를 하고 마침 사다 놓은 오렌지 주스가 있어 한 잔 들고 내 방 베란다로 나왔다. 일찍이 확인해 두었는데 오늘 말고는 여기를 즐길 시간도 없을 것 같아 홀로 주스를 들고 온 것이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뜻했고 평소 눈을 뜨고 바라보는 빌라촌의 풍경과 달리 풀과 나무가 무성하고 조용한 아침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늘 꿈꿔오던 게 영화에서처럼 사람이 북적거리는 평일 오전 혼자 뉴욕의 한 스타벅스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커피와 베이글을 먹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가능하면 해보고 싶었으나 이건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왔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북적거리고 아침에 가야 하는 게 포인트인데 아침에 스벅을 갈 기회가 전무했다는 것이 문제였지...




 그렇게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전부 숙소를 나와 컨벤션 센터로 이동하였고 나는 주차장에서 홀로 남아 거리를 돌아다녔다.

 

 익숙지 않은 거리의 풍경은 처음엔 신기하면서 아름다웠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과 달리 아무리 고층이어도 그렇게 높지 않아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그러나 홀로 걷기 시작한 지 40여분이 지났을 무렵부터 무언가 봤던 게 본 거 같은 건물에 워싱턴은 대체로 가게가 많지 않아서인가 구경할 거리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컨벤션 센터를 중심으로 한 시간 반 정도를 홀로 걸었고 바람도 강하고 오래 걸은 탓에 다리가 아파 한 카페에 들어갔다.


 

DOLCEZZA

 

 구글 맵을 켜 지도를 확인하며 카페를 찾아다녔고 제일 처음 마음에 들어간 곳은 들어가지 못했다. 이유인즉 일요일인 만큼 여러 가지 행사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근처가 중국 사람들이 거주하는 차이나타운 비슷한 거였는지 중국인들이 행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엄청 큰 노래를 틀고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건너편에 있는 카페를 처음 찾아간 것이었다. 분위기도 괜찮고 마음에 드는 곳이었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러웠고 안에 있는 사람들도 표정을 보아하니 이 소리가 불편한 듯해 보여서 나 역시도 발걸음을 돌려 다른 곳을 찾아간 곳이 바로 'DOLCEZZA'였다.


 커피와 젤라또를 같이 파는 곳으로 안에 들어가니 확실히 한국과 다른 분위기의 카페로 굳이 표현하자면 앉아서 즐기기보단 가만히 서서 가볍게 한잔하고 돌아가기 좋은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생각난 게 바로 이태리식 카페 느낌. 마침 젤라또도 팔고 카페 역시 앉는 것보단 스탠딩 테이블이 주로 있는 것을 보니 이탈리아 스타일의 카페란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여기서 두 시간 이상을 더 버텨야 하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도합 가격 6.5불 정도. 한화로 거의 9천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물론 오랜만의 미국 방문이라 팁을 달라고 적혀 있길래 1.5달러를 추가 지불한 게 흠이라면 흠... 멍청했다.


 그래도 나온 커피는 괜찮았다. 날이 추워 따뜻한 걸로 주문했는데 산미가 느껴져서 완전 내 취향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꽤 풍미가 있었고 손님들도 꾸준히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괜찮은 카페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혼자 사색을 즐기며 미국 냄새를 즐기다 보니 커피는 동이 났고 마냥 죽치고 앉아 있기도 뭐해서 다시 거리로 나왔다. 여전히 날은 춥고 시간은 남아서 다시 한 바퀴 이번엔 동네 마트 비슷한 걸 들어가 보았다.


라면이 무지 많다.

 

 미국은 편의점이 따로 있지만 편의점 비스무리한게 Pharmacy인데 이 파머시에는 라면은 잘 팔지 않았다. 주로 식사급 음식은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 등에서 팔던데 Street Market이란 곳에선 간단한 먹을거리와 라면이 있어서 구경했다. 


 당연하게도 한국 라면이 많았는데 진짜 비싼 게 문제였다... 까르보 불닭 2.99달러 약 3불. 한화로 3x1300 = 4900원...


 너무 비싸더라. 다행히 숙소엔 사다 놓은 라면이 있어 괜찮았지만 막상 사 먹으려 생각해 보니 너무 비싼 가격에 충격을 금치 못했고 그냥 처음 보는 로아커 과자 하나 사서 홀라당 나왔다.




 회사 사람들이 대강 일을 마치고 나온 게 12시를 조금 넘어서였는데 대표님께서 함께 식사를 하시고자 식당을 찾아보라고 내게 지시하셨고 나는 면류 요리를 찾다가 우연히 완탕면 가게를 발견 말을 전했고 냅다 그 식당으로 모두가 다 같이 행진을 시작했다.


 

완탕면 고수가 들어가 있다.


 날도 춥고 해서 국물이 있는 면류를 먹은 것인데 사실 나는 양식이 더 먹고 싶었다. 미국에 온 이후로 제대로 된 미국 스타일의 음식을 접해보지 못해서 양식 계열이 당겼지만 뭐 나 혼자만 먹고 싶은 걸 먹을 순 없으니.


 과거 미국에서 처음으로 베트남 쌀국수를 접했을 때가 2007년이니 쌀국수를 접한 지도 어느덧 16년이 지났다. 지금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이 날도 Pho를 먹었어야 했는데 뭔가 다들 완탕면을 먹으니 나도 완탕면이 조금 더 당겼던 거 같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 내 취향은 전적으로 아니었다. 그럭저럭 먹을 만은 했으나 고수가 들어가 있었고 고수 자체는 먹을 줄 알지만 고수가 담긴 국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수의 향이 가득해졌고 이건 내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확실히 미국 음식은 자극적인 편인데 짜고, 달고, 시고 이 완탕면은 그래도 가장 덜 자극적인 음식 중 하나였다. 첫날 시켜 먹은 음식 중에 한국식 닭갈비도 있었는데 이마저도 엄청 짰단 걸 생각해 보면 분명 안 짜고 안 달고 그런 괜찮은 음식이었지만 맛 자체가 취향이 아닌 게 아쉬웠다.


 점심 식사 이후에 크게 한 것은 없다. 가장 여유로운 날이었다면 여유로운 시간이었지만 다음날 행사를 위해 준비할게 더 있어서 마무리를 짓고 숙소로 돌아오니 이미 오후가 끝날 무렵이고 다들 피곤해서 나갈 생각들이 없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미국을 다녀온 것 자체가 기쁜 일이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즐거웠다면 즐거웠는데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관광 느낌의 외출이 없었다는 것과 저녁 식사를 맛있는 식당에 찾아가 먹지 못했다는 것. 둘째 날 역시 피로함에 지쳐 배달을 시켜 먹었다.


피자와 치킨. 미국이라 그런지 짜긴 짰다. 그래도 꽤 맛있는 편

 양식을 먹고 싶다는 내 의견이 반영된 것일까 치킨과 피자가 저녁 메뉴였다. 그래도 미국에 왔으니 당연히 먹어야 할 음식이었기에 나는 반갑게 먹을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음청 짜다는 것!


가족끼리 미국에 처음 와서 했던 외식이 피자헛이었는데 당시 한국에선 피자헛이면 나름 고급 피자에 맛있기도 한만큼 기대가 컸지만 정말 정말 소태 그 자체였던 기억이 있어서 처음에 조금 불안하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여기는 페퍼로니만 짠 편이었고 피자 자체가 짜진 않아서 먹음직했다. 치킨은 바삭하고 짜지 않아서 더 맛이 좋았기도 했다. 함께 맥주를 한 잔 했고 이 식사 이후 전원 씻고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하하.


 이렇게 내 미국에서의 둘째 날은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사실 뭐 이틀간은 크게 한 건 없었다. 그저 내가 바라보고 느끼고 추억에 잠겼을 뿐. 진짜 지옥은 행사가 시작되는 다음날부터였단 걸 나는 미리 알았더라면 더 체력을 비축해 두었을걸 하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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