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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Dec 07. 2023

내가 머리를 기르는 이유

 머리를 기르고 있다. 재작년 베트남을 다녀온 후로 기르기 시작했으니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 사이 머리가 꽤 많이 길어졌다. 이제는 어깨 너머로 머리가 떨어지는데 심한 곱슬인걸 감안한다면 더 길지 않을까 싶다. 최근 줄자로 측정해 보니 벌써 꽁지 기준으로 약 19cm만큼 길렀다. 그렇지만 목표는 25cm 이상, 바로 머리카락 기부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머리를 기르면서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남자인 만큼 사실상 장발을 할 이유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나랑은 전혀 어울리는 부분도 적기 때문에 더더욱 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이 남은 젊음이 사라지기 전에 한 번쯤 머리를 기르고 싶단 생각이 있었고 그렇기에 기르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나는 머리를 기르기에 적합한 스타일이 아니다. 덩치도 커서 샤프한 이미지도 없고, 조금 부끄럽지만 탈모에 모근도 얇아 머리를 기르면 기를수록 더 많이 빠져서 유지하기에도 좋은 타입이 아니다. 그렇지만 평생에 꼭 한 번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무작정 기르는 것이었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부분 공통적인 의견으론


 '생각보다 괜찮네, 잘 어울린다'


 였다.


 잘 어울린다라. 나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이다. 


 나는 그저 무작정 길러보고 싶단 마인드였는데 그래도 의외로 호평이 많았다. 빠진 머리숱, 얇은 모근, 큰 덩치 무엇하나 장발과 어울리는 부분이 없었지만 어쨌든! 합격점을 얻은 듯 해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머리를 무작정 기르기만 하면 사실 거지나 다름이 없다. 우리 집 강아지도 괜히 털이 부하게 자라나면 털보 할아버지꼴을 면하지 못하는 걸 감안하면 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스타일을 알아보았고 목표로 했던 게 바로 '맨번'이다.

 

원래는 이런 걸 꿈꾼 거다 ㅎ


 역시 이상과 현실은 매우 차이가 있었다. 나는 불가능하다 수염도 같이 길러보고 팠는데... 일단 불가능하다. 더 긴 설명은 생략하겠다 스스로가 비참해지니...


 결국 거지꼴을 크게 면치 못한 채 지금도 머리를 기르는 중이다. 그나마 드라이가 잘되거나 그런 상황일 때는 조금 머리가 예쁜 모양을 할 때도 있지만 현재는 기르는 상황을 후회 중이다.



 왜 후회하느냐? 단점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이 자리를 빌려 전 세계 긴 머리의 여성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수시로 입에 들어오는 머리카락, 계속해서 찌르는 눈, 거슬리는 터치감 그리고 최악은 머리가 빠졌을 때 비주얼. 장점은 내가 스페셜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뿐 무엇하나 장점이 없는 것 같다... 이쁘지도 않아


 여기서 심지어 장점이라 부른 나만 특별하다는 느낌도 요즘은 길거리를 거닐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정말 말 그대로 흔하게 장발을 한 남자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장점이라고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


 그래서 사실 두 달 전쯤 결심했었다 머리를 자르기로. 근데 이미 기른 거 막상 자르려니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기부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기부를 알아보았고 어머나 운동본부에서 하는 머리카락 기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조건이 막 어려운 건 아닌데 거기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다. 머리를 묶고 묶은 부분부터 최소 25cm 이상


 그래서 측정해 보니 대략 18cm 정도가 나왔고 아마 한 1년...? 더 기르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결국 자르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이왕 기른 머리 소아암 환자들 가발을 만드는데 쓰이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아차 물론 개털에 가까운 내 머리카락으로 예쁜 가발이 나올까 싶은 의구심은 나 스스로는 접어둔 채로 해야겠지만 하하


 그래서 아직도 머리를 기르고 있다. 물론 여기에 도움이 아주 크게 되는 요소는 바로 얇은 지갑 상태이다. 미용실 갈 비용을 아낀다라고 생각하면 굳이 머리를 자르러 갈 필요가 없다. 그렇게 지금까지 약 1년 4개월 버텨온 듯하다.



 결론은 뭐 대단한 건 없다. 그냥 머리를 기르고 있다는 것뿐... 꾸준히 자라는 머리처럼 내가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나마 요즈음 새로운 이벤트가 일어나면서 앞으로의 기대감이 조금 생기는 일이 있다. 아마 정기 연재를 그거 관련해서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 많은 남성분들 머리를 기르실 때에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세요 딱히 좋은 점은 없는 듯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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