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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Mar 29. 2024

Welcome Back to U.S.A_Day 5

사실상 마지막 날

 한참이 지났지만 16년 만의 미국행 여정의 끝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사실상 행사의 마지막 날이자 내가 미국에서 보낸 마지막 날이었다. 


 스케줄은 거의 동일했다. 오전에 출근하고 오후에 마무리하는, 그렇지만 마지막 날인만큼 조금 빠른 철수가 결정되었다.


 행사장에서의 일은 비밀도 있고 하니 크게 언급할 것이 없다. 그저 지난 이틀간과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찾아오고 설명하고 넘어가는 그런 형태. 다만 마지막 날인만큼 내게는 조금 더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소재거리를 찾을 겸 기념품 획득을 위해서 혼자 박람회장을 구경하러 갔다.


 확실히 많은 업체들이 들어와 있었다. 미 육군 최대, 최고의 박람회인 만큼 여기저기서 다 몰려든 듯싶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한국 업체들도 꽤 있었고 그 규모도 상당히 큰 편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테이저건 업체였다.


 

왼쪽의 테이저 텐 총을 쏘는 체험을 하면 우측 댕댕이 인형을 줬다. 그래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실 막 엄청 흥미로운 건 아니었고 저 인형이 탐이 났다. 동시에 테이저건을 쏴볼 기회가 내 인생에 있을 리도 만무하다 보니 줄을 서서 쏴보았다.


 총은 반동이 엄청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뭔가 부담스럽긴 했다. 혹여나 옆에서 가르쳐주는 분을 쏠까 봐... 그래도 그럭저럭 더미 인형에 잘 맞추기는 했다. 그리고 얻어온 인형.


 저 인형은 단순히 강아지 인형이 아니라 경호복도 착용한 인형이었다. 뭐랄까 얘네 마스코트 같은 느낌? 그래도 귀여워서 챙겨 오긴 했다!


 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참 많은 물건을 챙겨 왔다. 거의 이 정도면 절보단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케이스였는데 모자, 펜, 무슨 컵홀더? 등등 꽤 많은 물건을 챙겨 왔다. 


 다녀오니 회사분들이 무슨 쇼핑을 다녀왔냐라고 할 정도 ㅎㅎ


 앞에 있던 테이저건은 사실 인형 때문이 라지만 가장 신기하고 놀라웠던 건 로봇 개였다.

움직이는 로봇 개

 와 진짜 놀란 게 분명 생긴 거는 조금 무서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Like 터미네이터) 내가 서서 구경을 하고 있으니 조종하던 사람들이 내 앞으로 저 로봇을 데려오더니 정말 강아지처럼 앉고 꼬리를 흔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웃긴 건 그게 생각보다 귀여웠다는 거다. 정말 강아지를 보는 듯한 행동이었고 녀석이 애교를 떠는 모습을 보니 진짜 강아지를 보는 듯 착각이 들어서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얼마나 무서운 기술의 발전인가...! 이러다가 진짜 로봇 강아지가 나올 것 같다. 아니 나오겠지.


 그렇게 한 두어 시간 놀다 오니 어느덧 철수할 타이밍이 왔다. 우리가 전시해 두었던 물건들을 치우고 이제는 숙소로 돌아가 정말 유일한 자유시간을 갖는 순간이었다. 



 

 원래라면 오후 5시에 마무리를 하고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대략 6시 즈음에 숙소에 돌아왔는데 이 날은 특별히 오후 3시에 마감을 하고 일찍이 숙소에 들어왔다.


 저녁 약속이 대략 6시 반~7시 사이여서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일단은 차량이 없고 다들 지쳐서 어디 나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자유시간이 어디인가? 나는 들어오자마자 맥주를 한 병 따서 내 방 테라스에 앉아 조금 마시기 시작했다.


이게 낭만 아니겠나?

 따사로운 햇살과 드디어 일을 마쳤다는 해방감 그리고 맥주 한 병. 이거야말로 낭만의 끝이 아니겠나? 싶었는데 바로 불려 나가서 다른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녀와서 남은 맥주를 마시며 햇살을 즐겨야지 생각했는데...


 다녀오니 부장님이 이미 내 맥주를 다 드셨더라... 허허 고작 한 모금 마셨는데 ㅠㅠ


 그렇게 잠시간의 여유를 즐기고 어느덧 해는 떨어져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은 회사 대표님이 쏘시는 거였고 그래서 미리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워싱턴 D.C 안에 있는 한 레스토랑이었고 우리는 총 15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자리를 차지해야만 했는데 꽤나 괜찮은 자리가 있는 곳이었다.

Ocean Prime Restaurant

 

우리가 앉은 테이블과 식당 내부 Bar

 시푸드 레스토랑이라고는 되어 있으나 딱히 엄청 시푸드를 중심시하는 곳은 아니었다. 스테이크도 있고 시푸드도 있는 그런 느낌.


 다만 내부에 들어가니 


 '햐- 이게 고급인가?'


 싶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실내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엄청 평범한 복장은 아니었으며 꽤 차려입은 티가 조금씩이라도 나는 느낌이었다. 

 물론 Bar만을 위해 온 사람들은 조금 더 편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딱 느낌부터가 내 일평생 가본 적 없는 레스토랑이란 느낌이었다.


 문제는 15명이나 있으니 주문이 꽤 오래 걸렸단 것이다. 


 스테이크 굽기 정도부터 부위 및 사이드 디쉬까지 결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음료 주문도 꽤 걸렸는데 아버지와 나만이 주류를 주문했었다(놀라운 부자)


 그래도 대표가 쏘는 거라고 나도 꽤 비싼 스테이크와 더불어서 같이 간 동료와 함께 랍스터를 추가 주문했다. 살면서 랍스터를 먹어본 적이라곤 정말 미국 거주할 때뿐이었는데 심지어 그건 어디 한인 식당에서 매운탕에 들어있던 거였다(!)


 

로부스타! 맛있는데 적었다.

 

  식사는 즐겁게 진행됐다. 다들 서로의 노고를 칭찬했고 고생한 직원들에게 쏘는 식사인만큼 대표님 역시 즐거워 보이셨다. 


 우리는 맛있게 먹고 다시금 숙소로 돌아왔는데 문제는 차량이 한대였어서 내가 트렁크에 탑승해서 이동했다.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으로 트렁크에 탔는데... 꽤 재밌었다. 뭐랄까 진짜 애가 된 느낌에 뒤 창문으로 보면서 가니 조금 색다른 느낌이었다고 할까.


 다시금 숙소에 들어와 제대로 회포를 풀기로 했다. 남은 맥주, 안주거리들을 꺼내서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새벽까지 이야기의 꽃을 피우다가 이른 출발 시간을 고려해 다들 꿈나라로 향했다.



 사실상 진짜 마지막 날이지만 딱히 한 게 없는 6일 차였다. 오전에는 짐을 싸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 이후 탑승 끝.


 그래서 6일 차는 딱히 할 이야기가 없긴 하다.


 정말 16년 만의 미국 방문기였다. 개인적으론 조금 더 개인 시간을 갖거나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어쨌든 놀러 간 게 아니라 일을 하러 간 것인 만큼 조금 아쉬운 정도다.


 내게 미국이란 나라에서 거주했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매우 크게 자리 잡아 있다. 그 당시에 스스로 사고하고 고민하고 배웠던 것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언젠가는 다시금 미국에서 지냈으면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미국이란 나라가 단순히 해외, 여행지, 일터, 가족이 사는 곳이 될 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 이상으로 '추억과 그리움을 묻어둔 곳'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미국에 다시 가고 싶단 생각이 많이 든다. 유럽 여행도 다녀와봤고 그 외에 아시아권 나라도 여행을 다녀와봤지만 미국만큼 다시 가고 싶단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만큼 내게 미국은 크게 다가왔던 곳이었고 지금도 그리워하는 곳이다. 오죽하면 솔직히 말해 고향보다도 더 그리운 곳이 미국이다.


 지금도 손님이 없는 카페에 홀로 앉아 샌프란시스코가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카페가 잘 되지는 않고 있어 심란한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글을 써서라도 돈을 벌어 미국에서 최소 한 달 이상 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16년 만의 미국 방문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2024. 03. 29   Harry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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