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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Apr 13. 2024

글을 쓰고 싶은데...

 어느덧 카페를 오픈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초반부터 장사가 원활히 되지는 않았고 내가 글을 쓸 시간이 꽤 넉넉하게(?) 있었었다.

 다만 문제는... 내 의지가 부족했다.


 원래 카페를 시작하기 전에 언젠가 카페를 오픈해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다. 그 목적은 너무도 단순했는데 그냥 내가 글을 쓰고 혼자 놀 공간이 필요했고 내가 카페를 좋아하니 이왕이면 카페를 해야겠다 싶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먼 훗날의 미래의 이야기였다. 내가 작가로 자리 잡고 성공해서 어느 정도 지갑에 여유가 있을 때 그때에 카페를 차려서 놀아야지! 이런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완전 전후가 뒤바뀌어서 카페를 먼저 오픈하고 글을 쓰게 됐다. 뭐 나쁘진 않은데... 문제는 글이 뒷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 어쨌든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여기에 투자한 돈이 있는 만큼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출이 신경 쓰이고, 매출을 신경 쓰다 보니 오가는 손님이 눈에 들어오고, 결국 글에는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운영에 신경 쓴다고 막 뭐가 엄청 개선되어서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신경만 쓰일 뿐 크게 개선되는 것은 없는 상황 속 집중력은 점차 잃어가는 악순환의 연속이 된다.


 아카데미도 끝나고 사실상 이제 론칭 작품을 준비 중인 상황 속에서 글에 집중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마감을 하고 집에 가서 글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고 사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나, 솔직한 이야기로 집에 가면 의욕이 막 엄청나게 솟아나진 않을뿐더러 지치는 날에는 그냥 쉬다가 일찍 잠드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루, 이틀 점차 진도는 밀려갔고 제대로 글을 쓰는 것이 이제는 시간적, 물리적 한계가 아닌 정신적으로 어려워졌다.

 말 그대로 글자 그대로 정신적인 부분에서부터 글을 쓰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요일날 사고가 하나 났었다. 심각한 것은 아니나 매장 운영에는 크리티컬 했던 문제로 바로 커피 맛이 갑자기 밍밍해진 것이다.


 처음엔 그저 분쇄도 문제겠거니 혹은 물이 많았겠거니 등 가벼운 문제로 생각했는데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아도 맛이 전혀 개선되지가 않는 것이다. 나는 콰쾅!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맛을 되돌려보려고 정말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당장 당일날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결국 그렇게 화요일을 보내고 수요일 휴무, 사실 선약이 있어 멀리 떠나야 했던 상황... 결국 멘탈이 터져버린 나는 수요일 밤에라도 어떻게 했어야 했지만 결국 목요일까지 투자하고 말았다.

 다행히 어찌어찌 압력을 낮추고 그럭저럭 맛을 되찾아 냈는데 그게 금요일 점심 즈음이니... 이미 온 정신은 손해를 메꿔야 한다는 압박감에 쏠려 있었다.


 피곤한 몸, 나가버린 정신, 그리고 오지 않는 손님까지 도저히 내 눈은 노트북을 쳐다보지 못했고 그렇게 약 일주일을 글과 멀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마치 우물 속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는 커피 속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닐라시럽 같은 녀석이 된 것이다.


커피 속 작가...?


 다행히도 오늘에서야 정신을 다시 차리긴 했다. 매출에 너무 신경 쓰다 보니 글보단 당장의 매출이 우려스러웠던 것인데 그냥 마음을 비웠다.

 물론 장사란 게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홍보도 하고 공격적으로 다가서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만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글에 더 집중하고자 한 것이다.


 장사란 게 참 어려움이 많다. 


 손님을 응대해야 하고, 팔아먹기도 해야 하고, 손실도 메꿔야 하고 등등

 신경 쓸게 많다 보니 다른 곳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동시에 여러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에겐 특히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앞으로 내가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는 도움이 될만한 밑바탕이 되겠지만 눈앞의 손해와 이득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날씨도 점차 풀려가고 내 마음도 아마 풀릴 듯(?) 싶은 시기가 다가오는 듯하다. 

 뭐가 됐든 카페는 운영해야 하니 우선 커피나 한 잔 하고 노트북 거치대를 알아봐야겠다. 어차피 난 나가서 쓰기는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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