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뭐 먹지?
호주, 멜버른
Australia, Melbourne
December 2015
수지는 내게 캥거루 고기를 먹어 봤냐고 물어봤다. 나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물어봤다.
"캥거루?"
"응, 캥거루."
"호주 사람들은 캥거루를 먹어? 캥거루는 동물원에만 있는 거 아니야?"
"호주에는 캥거루가 많아. 그리고 캥거루는 살도 많지. 호주인 들은 악어도 먹어."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오늘의 저녁 메뉴를 결정지었다.
"캥거루 버거가 좋아? 스테이크가 좋아?"
"버거로 할게."
나는 호주에 있는 게 분명했다. 저녁 메뉴를 캥거루 버거로 할지, 스테이크로 할지 고민하다니...
이 층짜리 건물은 NAPIER HOTEL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 주말만 되면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린다는 그곳은, 레스토랑보다는 펍에 가까웠고 사람들은 저마다 앞에 커다란 접시와 맥주를 한 잔씩 주문해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한 소년은 자신의 얼굴보다도 큰 접시를 앞에 두고 열심히 먹고 있었다. 붉은 소스로 뒤덮여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캥거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기는 캥거루를 파는 곳이니까.
수지와 나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판에서 우리는 캥거루가 들어간 메뉴를 살펴봤다. 캥거루 샐러드, 캥거루 버거, 캥거루 스테이크 등등. 나는 캥거루 버거를 선택했다. 캥거루가 접시 위에 누워있는 게 상상되어 캥거루 스테이크를 주문하지는 못했다.
수지가 주문하러 간 사이에, 나는 NAPIER HOTEL을 조금 더 둘러보았다. 긴 테이블 몇 개와 미로 같은 구조 속에서 여기저기 숨어있는 손님들이 많은 곳이었다. 아마 가게를 막 차렸을 때에는 인테리어에 조금 신경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누군가 선물해준 액자를 빈 공간에 닥치는 대로 걸어둔 것 같았다. 그러다 손님이 몰리기 시작하고 나서는 더욱더 인테리어에는 신경 쓰기 어려웠을 것 같은 주인의 심정을 담고 있었다. 세련되지도 않았고, 정갈한 풍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래서 더 좋아하는 거 같았다.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곳일 테고, 외관이 예뻐서 찾아오는 뜨내기손님 또한 없는 곳 같았다.
캥거루 버거와 파르마산 치즈가 덮여 있고 캥거루 토핑이 곁들여져 있다는 다소 긴 설명이 덧붙여진 치킨 요리가 식탁에 놓였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기에 더욱 긴장되었는지도 모른다. 내일 캥거루를 보러 갈 건데 혹시 미안한 마음에, 캥거루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엉뚱한 생각과는 다르게 맛이 정말 좋았다. 양고기와 소고기의 맛이 났고, 냄새가 난다거나 특이한 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 기세라면, 캥거루 스테이크도 도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일 캥거루한테 양해를 좀 구해야 할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다 문득, 나는 코알라가 생각이 났다.
"혹시... 코알라도 먹니?"
"아니, 코알라는 먹지 않아. 코알라는 너무 귀엽잖아."
"캥거루는 안 귀여워?"
"우리에게 캥거루는 소와 같아. 그리고 코알라는 살도 얼마 없어."
"다행이다. 코알라도 먹을까 봐 사실 걱정했어."
"아냐, 우리는 캥거루나 악어를 먹지. 캥거루 고기는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동물원에서만 보던 캥거루를 식탁에 올려놓고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문화를 앞에 두고,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주택가에 홀연히 서있는 NAPIER HOTEL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인해 가게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캥거루 고기는 현지인들 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여행객들 에게도 인기가 아주 좋았다.
캥거루 버거도 맥주도 그리고 수지가 주문한 음식도 천천히 대화 속에서 비워져 갔다.
내일은 캥거루를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