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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Nov 27. 2016

너의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야

치앙마이가 옵니다



토크 콘서트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Opor


너의 친구가 될 수 있어서,
그리고 너와 함께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야.


'치앙마이가 옵니다' 전시&토크 콘서트를 함께 준비했던 Opor가 나에게 보낸 메시지.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처음으로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같이 저녁식사를 한 첫날, 그는 내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물었다. 나는 책을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나의 역할은 기획자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그가 보기에 추측 건데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 '나'라는 사람은 원래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나를 보스라고 불렀고, 그를 따라 팀원들 역시 나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매사에 결정이 필요한 순간마다 나를 찾았고, 마치 아이를 돌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나의 가이드를 가장 충실히 따라와 준 사람이었다.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자주 The North Gate Jazz Co-op에 갔었다. 아주 이른 시간부터 늦은 시간까지 음악을 듣다가 돌아오는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 속에서 엉덩이를 하나 비집고 앉아서 음악을 듣고 오기도 했었다. 음악을 다 듣고 난 이후에는 그 여운을 붙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곳의 주인장으로 있는 Opor를 한국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정말 치앙마이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 여운을 붙들고 숙소로 향하던 나의 발걸음이 그와 함께 동행했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서 나는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한국인들과 나누고 싶은 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 캠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도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캠페인을 위해 이번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청계천 박물관과 서울시설공단을 방문했다. 치앙마이는 지난 몇 년간 빠른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그 부분을 Opor는 진심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는 밤을 새도 모자랄 만큼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The North Gate Jazz Co-op를 창업한 이야기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가진 것 없던 Opor와 그의 친구는 재즈바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가게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보증금은커녕 월세를 내기에도 부족했던 자본금으로 재즈바를 시작했다. 가게 주인은 손을 덜덜 떨면서 키를 건네줬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때의 키를 그는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지금까지 잘 키워나가고 있다. 


사인을 하고 있는 Opor


대부분의 경우, 모든 것이 준비된 다음에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하는 것은 정말 어려울뿐더러,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준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일단 저질러버렸다. '재즈바를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지 불과 몇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그는 정말로 재즈바를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재즈바를 성장시키기까지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 속에서 그가 더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마저 쉬웠다면, 아마 그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려고 하는 지금의 Opor는 아니지 않았을까. 


그는 히치하이킹으로 두 번의 여행을 성공했다. 그가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람 간의 신뢰. 물론, 색소폰을 연주하며 만난 아티스트들과의 교류 역시 그에게는 소중한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해주었고, 그에게는 그 경험이 내면 깊숙이 자리 잡혀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일을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남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일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고, 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수많은 다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그가 만든 다리가 참 좋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건널 수 있도록 넓고 튼튼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어 지는 다리다.


그는 한국 일정을 모두 마치고 대만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가 떠나기 전날 밤, 우리는 뒤풀이를 끝내고 서로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 끝나고 난 뒤, 우리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좋은 경험을 만들어줬음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소중했던 그 시간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남기고 흘러갔다. 그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나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너의 일을 도와주고 싶어.
아니, 음... 너와 함께 이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어


도와준다는 표현을 접고, 같이 만들어가자는 표현을 사용한 건, 단순히 내가 그의 일을 '도와주다'라는 동사로 끝내기에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역시 나를 도와주고 있고,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를 도와주다가 아닌, 같이 만들어가자,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들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아직 정의 내리지 못했지만, 짧은 만남 동안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가 만들 세상에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어떤 일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와 함께 조금 더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한다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 Opor (Pharadon Phonamnuai) Facebook 

https://www.facebook.com/opor13


* Opor (Pharadon Phonamnuai) YouTube

https://www.youtube.com/channel/UCNebJPbt_JiLvE0AzsVwpSg


* The North Gate Jazz Co-op Facebook 

https://www.facebook.com/northgate.jazzcoop


* Plant some trees right where you are Event (2017.6.18) 

https://www.facebook.com/events/1761625837425385


* มือเย็นเมืองเย็น meuyen Facebook 

https://www.facebook.com/meuangyen


* 치앙마이가 옵니다 Facebook 

https://www.facebook.com/cm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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