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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Dec 08. 2016

See ya
다시 만나요

치앙마이가 옵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웃고 있는 PT


나를 한국에 초대해준 은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의 말은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의 말을 눈으로 들었다. 눈으로 듣고, 그리고 다시 눈으로 답해주었다. PT를 부른 것은 나 혼자만의 결정도 그리고 힘도 아니었다. '치앙마이가 옵니디' 전시&토크 콘서트를 준비했던 우리 모두가 그가 한국에 와주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그 역시 우리의 부름에 아주 흔쾌히 응답했고, 지난 11월 치앙마이에서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는 PT가 한국으로 와주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내내 한결같이 내게 고마워했고, 상의할 것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 내게 보내주었다. 그의 시선은 내가 본 것과 달랐기에, 익숙했던 서울의 풍경도 낯선 이국의 땅처럼 느껴졌다.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라는 문구의 메시지는 어떤 소년의 장미꽃보다도 좋은 메시지였다. 나는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좋았고, 그가 걱정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같이 걱정해주었다. 그는 조용하지만 유쾌하고, 남을 배려하지만 자신 또한 배려할 줄 아는, 그래서 오래도록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중한 파트너다. 


내가 치앙마이에 갔을 때 PT를 만난 건, 다른 일행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그는 치앙마이 래빗 작가의 <치앙마이, 그녀를 안아줘>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나는 그 부분을 분명 인상 깊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실제로 보았을 때는 그가 책 속에 나오는 인물과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감지하지 못했다. 아주 한참 후에야 내가 같이 식사를 했던 그 사람이, 책 속에 나왔던 그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를 처음 만난 날에 나는 그와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당시 식사를 했던 모든 사람들이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고, 식당에서 우리는 부지런히 반찬과 고기를 나르느라 약간 분주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분주함 속에서 누군가가 우리가 있는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고, 한눈에 보아도 그것은 돈을 필요한 행인의 모습이었다. 나의 시선이 행인에게서 테이블 쪽으로 다시 옮겨갔을 때, 대각선으로 앉아있던 PT는 호주머니를 뒤져 행인에게 돈을 건네주었다. 그 풍경이 잠시 분주한 상황 속에서도 눈에 띄었던 건,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그런 동작들이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된 습관. 그것은 생각이 아니라 늘 두었던 그 자리의 동전을 손으로 집어 건네주는 행위, 그 자체였다.


토크 콘서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PT


한국으로 돌아와 나는 그와 두 번의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다.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치앙마이>,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그 날 테이블에서 나누지 못한 대화를 아주 많이 나누었다. 그는 이미 Review Chiang Mai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고, 나는 그의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그와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PT와 같이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치앙마이는 늘 내 곁에 있었다. 


'치앙마이가 옵니다' 전시&토크 콘서트는 그와 함께하는 세 번째 프로젝트였다. 첫 토크 콘서트 때, 그는 생각보다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통역을 해줄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도 약간 위축되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 많은 이야기를 청중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첫 행사가 끝난 후에 그에게 내일은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다행히 그는 다음 날 조금 더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나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그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 힘든 사람이었다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공부도, 아르바이트도, 그 어떤 것도 꾸준히 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인생에 그림이 들어왔고, 사진이 들어왔다. 그건 그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것이었다. 우선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그림을 파는 것이 수익이 더 괜찮았다. 그는 그렇게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으로 그만두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지나간 과거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T의 과거의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두어, 그의 인생에 그림도, 사진도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그에게는 지금의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린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통영을 찾았을 때, 그는 통영이 그에게 아주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라며 아주 좋아했다. 특히 전혁림 미술관을 찾았을 때, 그는 전혁림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크게 매료되었다. 벅찬 얼굴로 미술관을 나오던 PT의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당장 치앙마이로 달려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표정은 상기되어있었고, 그는 그 날 이후로, 전혁림 작가의 이름을 외우고 다녔다. 


See ya


그런 그가 이제 몇 시간 후면 다시 태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부퉁켜안지도, 긴 배웅을 하지도 않았다. See ya. 우리의 인사는 간결했다. 그가 치앙마이에 돌아가면, 우리는 이제 네 번째 프로젝트를 같이 준비할 예정이다. 아니, 이미 네 번째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치앙마이에 간다. 만남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우리의 작별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담백했다. 나는 나와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고 싶다. 그것은 경험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그 밖의 생각지 못한 그 무엇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것이 되었든, 오래도록 좋은 만남으로 그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싶다. 그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렌즈 속 세상을 같이 바라보면서 말이다. 




*PT (Pornthep Chitphong) Facebook

https://www.facebook.com/Ptcnx16


* 치앙마이가 옵니다 Facebook 

https://www.facebook.com/cm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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