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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May 13. 2017

콘텐츠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프로젝트 작업 과정 1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프로젝트 작업 과정 1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는 지난 8월부터 시작되었다. 쉽게 생각했던 프로젝트였고, 나는 이 작업이 해를 넘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나의 착각이었다. 이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너무 많았다. 기획은 좋았다고 생각하나 절차를 정확히 모르고 덤빈 꼴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저래서였는지 결국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프로젝트는 해를 넘겼고, 아직도 작업 중이다. 한 마디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자면, 그 사이 나 역시 성장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면, 그래서 시간은 흘렀는데 작업은 이렇게 더디 흘러가고 있다면, 나는 아마 지금의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쉽게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던,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작업 과정을 일부 공개하려 한다.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표지



지금 생각해보면 '이야기'를 담겠다는 나의 다부진 의도가 아마도 이 모든 작업을 어렵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역으로 콘텐츠를 더 단단하게 했다. 유일하게도 만들었고. 치앙마이는 이미 카페 투어를 하는 여행자들이 쏟아질 만큼 카페가 많았고, 많은 블로거들이 치앙마이 카페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다르게 하고 싶었다. 내가 치앙마이 카페를 돌아다니며 늘 궁금했던 것. 바로 그들의 이야기. 나처럼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없을까? 언어 때문에 카페 주인들과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아쉽게 뒤돌아선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어떻게 카페를 시작했고, 수많은 카페들 중에서 살아남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없을까? (나만 궁금하면 안 되는데...) 결국 나는 그들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고 싶어도 장애물이 많았다. 인터뷰를 하려면 내가 치앙마이로 가야 한다는 것. 그런데 가더라도 내가 그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 물리적인 거리도 문제였지만, 언어장벽 또한 넘기 어려웠다. 그때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치앙마이' 프로젝트 때 사진 작업을 도와줬던 PT가 떠올랐다. PT는 리뷰치앙마이(Review Chiang Mai)라는 매거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그의 성실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바로 연락해서 나와 같이 프로젝트를 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물론, 외주 성격으로 제안한 것이었다. 그는 흔쾌히 나의 제안을 수락했고, 우리는 일하는 방식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1. 카페 선정 


인터뷰를 진행할 카페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치앙마이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Junjun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녀 역시 Junjun Shop&Cafe라는 본인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안목을 믿었기에 그녀의 도움을 우선적으로 받았다. 원래 인터뷰를 진행할 카페는 10개 내외였으나, 카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점차 점차 늘어다너니 20개까지 불어났다. PT 역시 다양한 카페를 추천해주었는데, 나는 그가 더 많은 카페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없는 예산에 카페를 더 늘릴 수가 없어서 20개까지만 하기로 했다. 


구글시트로 관리한 카페 리스트


물론 카페 선정에서 모든 것이 원활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A카페 주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B카페 주인은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새벽 4시에 받은 그 연락은 나를 혼란에 빠뜨렸다. 프로젝트 시작단계였고, 이미 B카페 주인과는 인터뷰를 모두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사기꾼이라니. 아직 달려보지도 못했는데 멈춰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우선 B카페 주인에 대해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가 사기꾼인가.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치앙마이는 작다. 작은 도시가 갖는 특징은, 나쁜 짓을 하면 그 커뮤니티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B카페 주인은 평판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그렇다면 A카페 주인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나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결국 수소문 끝에 나는 A카페 주인과 B카페 주인이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카페 주인은 내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듯한 느낌을 받자 많이 흥분했다. 하지만,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나는 B카페 주인을 선택했다. 그리고 A카페 주인과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 둘은 동업 관계이자 연인 관계였다. 나는 그들을 치앙마이에서 만났다. 내가 여행자 신분이었을 때, 나는 카페에서 그들이 커피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연인이라는 사실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지만, B카페 주인이 정말 사기꾼이었다면 그 작은 동네에서 카페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2. 인터뷰 


나는 카페 주인들에게 하고 싶은 공통적인 질문지를 뽑았다. 예를 들어, 카페 이름의 의미라던가, 왜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좋아하는 카페는 어딘지 등등. 단, 카페마다 너무 똑같은 질문들로만 구성되면 너무 단조로워 인터뷰의 리듬감이 떨어지므로, 인터뷰 경력이 많은 PT에게 상황에 맞게 인터뷰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말 그대로 더 파고들어서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는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진짜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면 PT가 업데이트했던 인터뷰 원문 (태국어)


하지만 모든 사람이 구구절절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 사이 여러 사정으로 주인이 바뀐 경우도 있었고, 말수가 적은 주인도 있었고, 인터뷰의 포인트를 잡기 어려운 사람도 있었다. 게다가 인터뷰를 내가 직접 진행한 것이 아니다 보니 그 생생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카페 주인들도 몇몇 있었지만, 한 번도 인사를 나눠보지 못한 주인들이 태반이었다. 생생한 느낌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나는 마치 내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기분으로 인터뷰를 대했고, 그렇게 편집했다. 그리고 인터뷰 앞뒤로 그들의 인터뷰를 읽고 얻은 느낌과 메시지를 적었다. 인터뷰 편집보다 코멘트를 뽑아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스무 개의 인터뷰에서 메시지를 뽑아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그렇게 함으로 인해서 인터뷰가 조금 더 풍성해졌다.




3. 번역


처음 계획은 태국어로 인터뷰한 원문을 그대로 영어로 번역하고, 영어로 번역한 것을 한국어로 번역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한 번에 3가지 언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지만 그 생각이 틀어진 건 다행인지 불행인지 번역가를 잘못 만나면서 시작됐다. PT가 기존에 같이 일했던 영어 번역가를 소개하여줬고, 나는 그녀에게 PT가 인터뷰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번역이 늦어졌다. 그녀가 휴가를 떠난 것이다. 어떻게 인터뷰가 진행됐는지 궁금했으나, 우선은 그녀의 휴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일상으로 복귀한 그녀는 부랴부랴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나는 영어 번역을 한국인 번역가에게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줄 것을 요청했다. 


PT : 인터뷰 (태국어) 

태국인 번역가 : 태국어 - 영어 번역 

한국인 번역가 : 영어 - 한국 번역 


간단히 요약하면 위와 같다. 그런데 한국인 번역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어 번역이 엉망이라, 이것을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기에는 오역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번역가에게도 검토를 요청했다. 그 역시 이 번역은 문제가 많다는 회신을 주었다. 정말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번역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나는 태국인 번역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영어 번역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녀가 검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고친다고 하더라도 실력이 없음이 이미 드러난 것이다. 나는 그녀가 번역한 만큼 지불했다. 그리고 번역가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자신의 번역을 사용하려면 자신에게 알려야 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이 번역은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가 보내온 문서들을 모두 삭제했다.


인터뷰는 계속 진행됐고, 구글 드라이브에는 사진과 인터뷰 문서가 차곡차곡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생각했던 번역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 태국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해줄 수 있는 번역가를 추천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문제가 있었다. 한국어 번역이 그리 매끄럽지 않다는 문제였다. 나는 번역료를 조정했다. 그녀 역시 태국어 - 한국 번역은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대신 한국어 - 태국어 번역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한국의 많은 미디어들과 일한 경험이 있었다. 매끄럽지 않은 한국어에는 점차 익숙해졌고, 나는 그것을 다듬었다. 그리고 편집한 인터뷰를 카페 주인들에게 다시 보내서 재차 수정했다.



번역 및 편집이 완료된 문서들



이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번역가가 태국인이었고 게다가 치앙마이에 살기 때문에 내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재차 확인해줄 뿐만 아니라, 카페 주인들과 인터뷰를 수정하는 과정이 유연했다는 점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것보다 인터뷰를 편집하고 수정하는 작업들에 굉장한 시간을 (지금도 보내고 있지만) 쏟았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초기에 번역을 쉽게 생각했는지를 깨달았다. 추천받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 실력을 그대로 믿었고, 그래서 그 과정에 변수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실력은 금방 탄로 났다. 하지만 그 사건이 터짐으로 인해 좋은 번역가를 만났고, 내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번역가가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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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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