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쓰다 2

iminjeju 에세이 7 - 9

by 시오



#iminjeju 에세이 7


북카페에 사람들이 들어와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가 나오는 사이 자신들이 읽을 책을 찾고 한 권, 한 권 빼들고 자리에 앉는다.

커피가 나오면 그 향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책들 사이로 커피가

커피 사이로 책이

그 사이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새로운 사람이

그리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그 사이로 음악소리가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소리가

오븐의 '땡'하는 소리가

그리고 사람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아주 조용히 카페에 흐른다.




#iminjeju 에세이 8


그가 물었다.

"당신 지금 어디 있어?"


나는 대답했다.

"글쎄..."


그가 다시 내게 물었다.

"지금 어디인지 모르는 거야?"


나는 대답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할까? 내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없다면 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덧붙였다.

"어디인지 몰라도 돼. 내가 존재하는지가 중요하지."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iminjeju 에세이 9


멜버른을 여행할 때였다. 처음부터 그곳이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편안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이야기만 좋아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좋은 곳은 맞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갔다. 그렇게 사십일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지나갔다.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밤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동네를 산책했다. 사람들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던 마을. 조용한 동네. 빨래를 너는 시간이 즐거웠던 곳.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았던 곳. 고양이가 내 주변을 맴돌며 잠이 들 때, 곁에서 머리를 긁어주며 다리가 저리도록 앉아있었던 곳. 거실에 있는 테이블 위에서 끝없이 글을 쓰던 곳.


"여기 더 있고 싶어..."


나도 모르게 여기에 더 머물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더.. 그러니까 조금 더 이곳에 있고 싶었다. 왜 그랬을까. 그 도시를 처음부터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왜 그곳을 떠나오고 싶지 않았을까.


제주도에 왔고 서쪽으로 한없이 내려왔다. 배차시간이 긴 급행버스를 타지 않고,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반버스를 타고 천천히 서쪽으로 내려왔다.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바다가, 또 바다가 보였다. 작은 집들 사이에 보이는 바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바다, 바다가 파란색이 아님을 알려주는 바다, 아주 멀리서도 가고 싶었던 바다. 바다가 보이고 또 바다가 보이는 그곳을 지나 서쪽으로 왔다. 처음부터 서쪽이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조용한 마을. 면사무소가 있는 곳. 진저라는 고양이가 머무는 곳. 지인이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곳. 지인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 조용한 북카페에 찾아갔다. 따뜻한 초코라떼를 시키고 한 잔, 그리고 지인과 수다 한 잔, 다시 초코라떼 한 잔, 그리고 다시 지인과 수다 한 잔. 북카페 주인은 지인과 아는 사이. 그들의 이야기. 손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고양이 람. 여자 화장실에는 '위기의 여자'라는 책이, 남자 화장실에는 '혼자 있고 싶은 남자'라는 책이. 화장실을 들어가며 위기의 여자가 되어버리는 나. 남자 화장실을 들어가는 어떤 남자를 보며, '그는 혼자 있고 싶을 거야'라고 생각해버리는 나. 지인이 가버린 곳에 나 혼자 그곳에 덩그러니. 글을 쓰다가 나오며 북카페 주인이 주는 따뜻한 차를 한 손에 들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나왔다.


"여기 더 있고 싶어..."


나도 모르게 여기에 더 머물고 싶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좀 걷다 보니 저 멀리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음악회가 있다고 아까 주인과 지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길을 걸었을 뿐인데 음악이 점점 더 나와 가까워진다. 음악소리. 내가 좋아하는 윤도현의 나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길을 사로잡는 골목길. 그렇게 사진 한 장. 처음부터 제주도 서쪽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도시를 처음부터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왜 그곳을 떠나오고 싶지 않았을까.


특별하지 않음. 꾸미지 않음. 그럼에도 일상과는 다른 그곳. 생각만으로도 여행이 시작되는 그곳. 기억만으로도 하루를 더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추억. 돌아와야 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그곳. 당신에게도 그런 곳이 있기를 바라며.




IMG_6970.JPG 올리브네


IMG_6934.JPG 올리브네


IMG_7021.JPG 따뜻한 초코라떼


IMG_7015.JPG 유람위드북스


IMG_1464.JPG 노을지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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