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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전하기 위해 감각을 깨우다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전시

by 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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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온라인으로 만난 한 명의 작가가 있다. 나는 그에게 같이 콜라보 작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던 날이 기억난다. 앳된 얼굴의 그는 패션을 공부하는 대학교 3학년이라고 했다. 그는 가져온 파일을 펼치며 자신이 그동안 그려온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그의 그림은 묘하게 에곤 쉴레를 닮았다. 우울하지만 인상적인 그 무엇인가가 있어서 좋았다. 감정을 만질 줄 안다고 해야 하나? 지난 2월부터 우리는 벌써 6개월 동안 함께 작업을 하고 있고 그 작업들을 이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글을 썼고 그는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콜라보 제목을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라고 정했다.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타이틀이었다. 나의 글에 그의 그림이 더해지자 나의 글은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나의 감정이 그에게 전달되어 그림으로 탄생하다니. 그의 작업물을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했다. 처음엔 책 작업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이 계속 쌓이기 시작하자, 나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으로만 엮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스치자, 그에게 전시를 같이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또 흔쾌히 수락했다.


전시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바로 전시장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공간이 한 곳 있었다. 작품을 배치했을 때 그 느낌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곳. 나는 서정길커피하우스에 연락하여 미팅 일정을 잡았다. 미팅은 순조로웠고, 대표님은 나의 방문을 환영해주셨다.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공간, 커피, 카페,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공간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사실 매번 행사를 기획할 때마다 서울에서 진행을 하곤 했었다. 접근성이 좋은 장소들을 늘 고르곤 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대관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관료도 비싸고,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이번에는 수원에서 전시를 하기로 했다. 수원은 내가 사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하는 첫 번째 행사이기도 하다. 그림 작가에게 연락하여 전시장소를 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그와 함께 공간을 찾았다. 그 역시 공간을 마음에 들어했다. 대략적으로 어떻게 전시를 하면 좋을지 구상하고 그날은 하루 종일 수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갤러리도 가보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연애 이야기도 하고. 서로를 다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6개월 동안 같이 작업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 살짝 알아가고 있었다.


전시를 같이 기획하며 나는 이 전시가 사람들에게 정말 감정이 전달되는 전시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전시장에는 작품을 자세히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스-윽 지나가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항상 그게 아쉬웠다. 사람들의 감각을 붙잡아둘 수는 없는 것일까? 작품을 통해 그 감각이 제대로 전달될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오감을 자극하는 전시로 기획하기로 했다.


이별이라는 감정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다섯 가지 감각. 시각을 충족시킬 글과 그림. 미각을 충족시킬 와인. 후각을 충족시킬 향기. 청각을 충족시킬 오디오. 촉각을 충족시킬 작품 재료들. 감정을 전하기 위해 관객들의 감각을 깨울 생각이다. Exhibition of Five senses.



Exhibition of Five senses
감정을 전하기 위해 감각을 깨우다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by. 문서윤 & 이예성


전시일정 : 2018.7.28 - 2018.8.31 (휴무 : 매주 월요일 / 8.5 ~ 8.7)
전시장소 : 서정길커피하우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로20번길 7)
전시 오프닝 : 2018.7.28 토요일 오후 7시




오디오로 듣는 작품해설 : 같이 있어도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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