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0
삶을 살아봐야 삶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을 알게 된다. 각자만의 고유한 방식이 있고 정답이 없다는 건 뒤늦게 알게 되지만. 여행도 떠나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나는 흐르듯이 여행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사실 뭔가를 예약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미슐랭은 예외다. 끝없이 예약해줄께)
루브르를 본다는 건 똑같을지라도 계획하고 가는 것과 가다보니 루브르가 나온 건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갑자기 등장하는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도 싶다. 그렇게 오늘도 걷다보니 에펠탑이 보여서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닥 보고 싶지도 않았다) 에펠탑을 보게 되었다.
에펠탑은 파리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보였다. 색은 청동색?과 비슷했다. 아니면 아주 녹슨 철의 느낌.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커서 놀랐다. 아름다운 것 같으면서도 아름답지 않은. 처음 에펠탑을 봤던 파리 사람들의 반응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예쁘지 않아서) 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사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몰리지 않은 Bourse de Commerce 라는 곳이었다. 이 건물은 얼마 전 다녀왔던 뮤지엄 산을 설계한 안도 타다오가 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그니처인 시멘트 느낌이 많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이 이외에는 거의 하얀색으로 구성된 공간이었다. 참 깔끔하면서도 어딘가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심지어 흰색의 조각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말 큰 흰색 방에 흰색 조각이 하나 덩그라니 있는 식이었다. 이렇게 전시하는 건 본 적도 없어서 참 신기했다. 자연스레 그 단 하나의 작품에 집중이 되기도 하며서 묘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조각들의 크기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였다. 사람에 비해서는 컸지만 크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점이 또 묘한 이질감을 줬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나의 고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을 볼 때 설명없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이 생각도 슬슬 바뀌고 있다) 누군가의 생각으로 내 관점을 고정하지 않고 작품에서 느껴지는 바를 그냥 느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보고 괜찮으면 그 작품에 대해서 찾아보는 식으로 관람하고 싶다. 그래서 가이드 없이 듣겠다고 했을 때 당황하시는 전시관 직원 분도 계셨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방식대로 하고 싶었다.
사실 난 이 전시관의 화장실이 정말 너무 좋았다. 여튼 회색의 느낌의 문과 살짝 다른 벽의 색감. 그리고 밖으로 보이는 초록색의 느낌. 정말로 잘 디자인된 표시들. 이 화장실을 디자인 한 디자이너의 이름을 알고 싶을 정도. 아무래도 나는 일상적인 것에서 감동을 받나보다.
숙소 근처에 파리에서 유명한 공원이 뷔트쇼몽 말고도 하나 더 있다. 바로 라벨레트 공원이라는 곳이다. 원래 이 곳은 도살장이 많던 곳이라고 한다. 공원에는 곳곳에 빨간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공원만의 무엇인 것 같지만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뷔트쇼몽 공원이 좀 더 제멋대로 자란 숲 같은 느낌이라면 라빌레트 공원은 잘 정돈된 작품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현대적 건축물들이 파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 사진은 파리 오케스트라의 건물 사진인데 정말로 이렇게 생긴 건물을 본 적이 없다. 루이비통 재단 건물 이후의 2번째 충격.
만약 여기서 여행이 끝난다고 한다면 가장 기억나는 건 단연 공원이다. 파리에는 많은 공원이 있는데 각 공원마다 매력이 정말 너무 다르다. 튈르히, 뷔트쇼몽, 라빌레트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다. 이런 공원들을 가지고 있는 파리가 너무 부럽다. 그리고 그 공원이 마치 안방이라도 되는 듯이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이 참 좋다. 마지막으로 맛있게 먹는 미슐랭 사진을 넣어본다.